사회
"관리비 빼먹고 좋은 차 타"…관리소장 명예훼손 혐의 동대표 벌금형
입력 2022-08-17 08:11  | 수정 2022-08-17 08:16
사진=연합뉴스
1심 "혐의 유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공연히 말해 유죄인정"

입주민들에게 '관리비를 빼먹고 삥땅 친 돈으로 좋은 차를 사서 탄다'고 말을 해 아파트 관리소장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 70대 동대표가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오늘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2단독 이지수 판사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78)씨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원주시의 한 아파트 동대표인 A씨는 아파트의 감사보고서 등에 기재된 지출 항목이 자신이 생각하는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되자 2020년 11월 이 아파트 관리소장인 B씨를 관리비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그러나 B씨 고발사건은 4개월 뒤인 지난해 3월 경찰 조사에서 횡령 혐의점을 발견할 수 없다는 취지로 불송치됐고, 그해 4월 A씨의 '이의 신청'으로 이뤄진 검찰 조사에서도 '혐의없음' 종결처리됐습니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A씨가 수사기관에 B씨를 막 고소한 상태로 혐의 유무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입주민들에게 B씨의 횡령을 공연히 말하고 다닌 것이었습니다.

A씨는 B씨를 고발한 지 한 달 뒤인 그해 12월 말께 별다른 친분이 없는 입주민들에게 '관리소장이 관리비를 빼먹는다', '삥땅해서 좋은 차를 사서 타고 다닌다'고 말함으로써 B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또한 A씨는 이듬해 1월 초께 '1천200여만 원이 졸지에 날아갔다', '수사기관에서 조사 중인 사건'이라고 작성한 문서를 아파트 1층 게시판에 부착해 불특정 다수가 문서를 볼 수 있도록 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공소장에 포함됐습니다.

A씨는 재판과정에서 "관리비를 빼먹었다거나 삥땅했다고 말하지 않았고, 관리비 횡령에 대한 문서를 붙인 사실이 없다"며 "설령 말하거나 문서를 붙인 일이 있더라도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인 만큼 위법성 조각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수사기관의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빼먹는다', '삥땅' 등의 표현으로 B씨의 관리비 횡령을 단정하거나 추측하게 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가 인정된다"며 "이는 객관적 사실에도 합치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아파트 관리비의 수입·지출 등 회계 원리에 관한 지식이 없는데도, 다른 입주민에게 말하거나 횡령 관련 문서를 붙이기 전에 전문가에게 문의한 바도 없어 위법성 조각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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