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몽환적 음색 이어진 90분…빌리 아일리시 4년만에 내한
입력 2022-08-15 22:26 

"한국에 처음 온게 딱 4년 전 오늘 밤이야. 또 만나서 반가워, 같이 춤추자!"
지난 15일 정확히 4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미국 싱어송라이터 빌리 아일리시(20)에게는 여유가 느껴졌다. 4년 전 2000명 남짓이었던 관객은 2만여명으로 늘었다. 거대한 공연장을 메운 사람들은 성장한 모습으로 돌아온 아티스트에게 더 다채로운 음악을 들려줄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이제 막 성인이 된 아일리시는 그걸 이해한다는 듯 무대를 더 장악했다. 지난 2020년 18세의 나이로 세계 최고 권위 '그래미 어워드' 본상 4개를 휩쓴 아티스트다운 자신감이 엿보였다.
이날 서울 구로구 1호선 구일역 방면 전철은 공연장이 개방된 6시 무렵부터 만원이었다. 고척스카이돔에서 오후 8시부터 열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6 빌리 아일리시'를 보기 위한 인파였다.
이미 공연장 주변에도 아일리시의 4년 만의 내한을 기다린 팬들로 가득했다. 공식 상품을 판매하는 매대 앞에는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긴 행렬이 만들어졌고, 일부 상품은 일찍이 모든 수량이 판매됐다. 공연장 바깥 곳곳에 설치된 포토부스에서는 아일리시의 상징색이기도 한 초록색 헤어피스를 하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예매 시작 20분 만에 동난 탓에 미리 표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취소표를 찾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이미영 씨(22)는 "우울하고 불안한 느낌의 가사와 힘을 다 빼고 부르는 듯한 가창은 내 마음을 다 이해해준다는 듯한 속삭임처럼 들린다"며 "공연장에서 직접 노래부르는 것을 볼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아일리시의 음악은 물론 음반 표지나 뮤직비디오까지 기괴하고 어두운 면이 주를 이룬다. 지르지 않고 속삭이는 듯한 가창은 몽환적인 느낌도 선사한다. 밝고 활기찬 10대 특유의 감성과 정반대의 정서를 독보적인 음악 스타일에 녹여내며 새로운 트렌드를 개척해낸 아티스트로 꼽힌다.
이번 내한은 지난해 7월 발매한 2집 음반 '해피어 댄 에버(Happier Than Ever)'를 기념해 올해 2월부터 재개된 세계 순회 공연의 일환이다. 하얀색 조명 속 선명한 형태를 드러내며 등장한 아일리시는 공연이 이어지는 90분 동안 색을 바꿔가며 24곡을 열창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몽환적인 멜로디와 온 몸을 두드리는 저음의 비트가 함께 울려퍼졌다. 아일리시는 때론 속삭이듯, 때론 울부짓듯 노래부르며 관중석을 향해 쭉 뻗은 기타 모양의 무대를 앞뒤좌우로 방방 뛰어다녔다.
관중들은 아일리시에게 홀린듯 몸을 맡겼다. '유 슈드 씨 미 인 어 크라운(you should see me in a crown)' 무대를 앞두고 관중들을 모두 일으켜세운 그는 '옥시토신(Oxytocin)' 무대에서는 모두를 앉힌 뒤 용수철처럼 튀어오르게 만들었다. 공연 중반부에는 전날 필리핀 마닐라 공연에서 처음 라이브를 선보인 '더 써티스(The 30th)'를 기타 선율에 맞춰 부르며 관중의 흥분을 가라앉히기도 했다. '로스트 커즈(Lost Cause)'를 부를 ?는 한 관중에게 건네받은 태극기를 펼치며 광복절의 의미를 관중들과 함께 나누기도 했다. '올 더 굿 걸즈 고 투 헬(all the good girls go to hell)'에서는 무대의 배경으로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조성했다. 아일리시는 이번 순회공연 티켓 한 장당 1달러를 환경단체 리버브에 기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아일리시는 한국 음원 차트에서도 상위권을 이은 자신의 대표곡 '배드 가이(bad guy)'로 다시 한번 관중들을 흥분시킨 뒤 공연을 마무리했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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