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우영우 '미르생명'편, 과거 농협 사례 재조명…'박원순 미화' 논란 일기도
입력 2022-08-08 11:59  | 수정 2022-08-08 14:04
/ 사진=ENA
1999년 농협 구조조정 사건 재구성…대법원 "농협 측 결정 정당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미화하는 것 적절치 않아" VS "지나친 확대해석"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있는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 12화에서 다뤄진 '미르생명 구조조정' 에피소드가 실제 국내 사례를 재구성한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해당 사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지난 4일 방송된 '우영우'에서는 대형 로펌 한바다와 주로 여성·인권 사건을 다루는 류재숙 변호사가 미르생명의 희망퇴직 권고를 두고 재판으로 맞붙는 이야기가 그려졌습니다.

미르생명은 회사 합병을 앞두고 상대적으로 생활이 안정됐다는 이유로 사내 부부 직원을 퇴직 대상자 0순위로 선정했습니다. 이에 희망퇴직을 제안받은 사내 부부직원들은 소송을 제기했고, 류재숙 변호사는 이들의 변호를 맡아 '사내 부부 직원 중 1인이 희망 퇴직하지 않으면 남편 직원이 무급 휴직의 대상자가 된다'는 방침은 여성 직원들의 사직을 유도한 것이라는 주장을 폈습니다.

재판 초반부는 미르생명과 그 변호를 맡은 한바다에 불리하게 흘러갔지만, 결정적으로 승리는 한바다에게 돌아갔습니다. 미르생명이 사내부부 중 희망퇴직 대상을 아내로만 제한한 것이 아니었고, 원고들이 여러 조건과 사정에 따라 스스로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점이 주요하게 작용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같은 '미르생명' 에피소드는 지난 1999년 있었던 농협 구조조정 사건을 재구성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농협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사내부부를 생활안정자로 보고 우선 퇴직자로 선정했습니다.

이에 해고된 여성 직원 2명은 '경제적 충격이 덜한 부부 사원 중 여성 쪽이 명예퇴직을 하지 않을 경우 남편이 순환휴직을 해야한다'는 이유로 사측에서 사직서를 요구해 명예퇴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밝히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당시 농협 내 사내부부 752쌍 중 91.5%는 남편이 아닌 아내가 퇴직을 택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당시는 IMF 외환위기 직후였기에, 농협 외에도 많은 회사들이 경영난 해결을 위한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대다수 기업들이 사내 부부 중 한 명에게 사직을 강요했습니다. 드라마에서는 류재숙 변호사 혼자서만 여성 퇴직자들을 변호하는 것으로 나왔지만, 실제로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비롯한 변호인 16명이 퇴직을 강요받은 이들을 위해 공동변호인단을 구성했습니다.

그리고 농협 측은 드라마에서 구현된 것처럼 판·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들과 김앤장 법률사무소 등 대형로펌의 인사·노무 분야 변호사들로 구성된 '변호사 군단'을 꾸려 대응에 나섰습니다.

이후 시간이 흘러 농협 사건의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4개월 전이었던 2002년 7월, 대법원은 알리안츠제일생명이 사내부부 사원 중 한 명에게 사직을 강요한 것 부당해고가 맞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대법원은 농협의 해고는 정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당시 한국의 경제 상황에서 인력감축이 필요했고, 특히나 축협 등과의 통합을 앞두고 있어 인력감축이 절실한 상황이었다"며 상황에 특수성이 있었음을 언급했습니다. 아울러 "노조의 동의를 얻어 명예퇴직제와 순환명령 휴직제를 병행 시행한 사실과 농협이 원고들에게 명예퇴직을 강요했다고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춰 원심 판결은 정당했다"고 판결했습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알리안츠제일생명과 다른 판결을 내린 이유에 대해 "알리안츠제일생명은 부부라는 이유만으로 명예퇴직을 강권했는데 농협은 순환휴직제도를 도입하는 등 나름대로 합리적인 인력감축 방안들을 마련했다"며 "알리안츠제일생명은 명예퇴직이라는 명목 하에 퇴직수당도 지급하지 않는 등 실질적으로는 강제 해고를 단행한 것이었으나, 농협은 명예퇴직 수당을 받고 1년간 계약직으로 근무하는 등 많은 혜택을 제공했다. 원고들이 최선의 선택은 아니지만 차선의 선택으로 자발적으로 명예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이같이 '우영우'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모티브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박 전 시장을 미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극중 류재숙 변호사는 안도현의 시 '연탄 한 장'을 낭독하는데, 이 시는 박 전 시장이 2010년 연탄 배달 봉사 행사에서 낭독한 시였습니다. 또 류 변호사 사무실에 있는 팻말들에 포스트잇이 잔뜩 붙여져 있는 점과, 류 변호사가 옥상에서 텃밭을 가꾼다는 점 역시 박 전 시장과 고스란히 닮아 '미화 논란'에 더욱 불을 붙였습니다.

이에 성범죄 의혹이 있는 박 전 시장을 떠올리게 하는 설정을 차용한 것이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반대 측에서는 "지나친 확대해석 아닌가", "창작의 자유를 침해해선 안된다"는 의견들 역시 제기되며 여론이 팽팽히 맞서게 됐습니다. 한편, ENA는 공식 입장이 없다고 밝히며 논란에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권지율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wldbf992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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