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판 우영우'…자폐 지녔지만 동시에 피아노에 천재성
고교 시절 전국 대회들에서 잇따라 수상
고교 시절 전국 대회들에서 잇따라 수상
최근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천재 변호사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는 가운데, '우영우' 같이 자폐 장애가 있음에도 오히려 자폐를 힘입어 뛰어난 피아노 연주실력을 보여주는 대학생이 있어 주목받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나사렛대 음악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임종현 씨(21)입니다.
충북 청주에서 태어난 임 씨는 일곱 살 때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판정 받았습니다. 임 씨는 자폐로 인해 사회적 의사소통의 질적인 결함과 제한된 관심사, 반복적인 행동 특징 등을 보였고 초등학교에 다니며 음악을 처음 접했습니다.
임 씨의 어머니는 아들을 태권도학원에 보내려 했지만, 임 씨가 옆에 있던 피아노학원에서 들려오는 건반 소리에 더 관심을 보이자 피아노를 배우게 했습니다.
그렇게 임 씨는 자신의 절대음감과 천재적이고 뛰어난 청음 실력을 발견하게 됐고, 중학교 때 방과 후 선생님에게서 피아노 전공을 권유받게 됐습니다.
그 후 충북예고에 입학해 본격적으로 피아노를 배운 임 씨는 밤낮으로 피아노에 정진해 2학년(2019년) 재학 중 제7회 대한민국 장애인예술경연대회에서 문화체육부 장관상을 받았습니다.
임 씨는 그 해에만 전국 장애인 학생 음악콩쿠르 피아노 부문 대상, 한국 피아노 재능기부협회 장애인콩쿠르 피아노 부문 1등, 툴 음악 장애인 음악콩쿠르 피아노 부문 고등부 1위 등 각종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된 다음 해에도 장애 학생음악 콩쿠르 피아노 부문 금상, 전국 장애청소년예술제 서양 독주 부문 우수상을 탔습니다.
나사렛대 음악학과 박지원 교수는 이런 임 씨의 재능을 눈여겨보았고, 다른 면접위원들의 우려에도 입학시험에서 임 씨를 선발했습니다.
면접고사에서 임 씨는 면접위원들의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질문에도 말이 없었지만, 박 교수는 오로지 그의 피아노 실력만을 보았습니다.
박 교수는 "20개의 건반을 동시에 누르는 청음 테스트에서 종현이는 모든 음을 정확하게 맞췄다"며 "그는 하나님이 제게 주신 선물 같은 아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나사렛대에 입학한 임 씨는 지난 학기 피아노 실기 부분에서 전체 1등을 차지했으며, 정기연주회 등 다양한 공연에 참여해 훌륭한 연주 실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임 씨는 최근 SNS와 자신의 유튜브(채널명 특별한 피아니스트 임종현)를 개설해 연주 영상을 올리는 등 세상과의 소통을 시작했습니다.
임 씨의 어머니는 2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며 "아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연주자의 길을 걸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이처럼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임 씨와 '우영우'처럼 '일반 사람들이 무시하기 쉬운 세밀함'에 집중해 천재성을 보이기도 합니다.
'우영우'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미국의 천재 동물학자이자 자폐 스펙트럼 환자인 템플 그랜딘은 "자폐를 겪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유용한 기술을 그들을 위해서나 사회를 위해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 사진 = 연합뉴스
[변혜인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anny551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