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말레이시아 하늘 물들인 유성우…알고보니 '중국산 로켓잔해'
입력 2022-08-01 08:59  | 수정 2022-08-01 09:57
중국이 지난 24일 발사한 로켓 창정-5B호의 잔해가 대기권으로 재진입하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유성우 아닌 로켓 잔해…추락 시점·장소 몰라 번번이 '날벼락'
지난 5월에도 같은 문제로 국제사회에 우려 끼쳐

말레이시아 하늘이 유성우가 쏟아진 듯 화려하게 물들었습니다. 알고보니 유성우처럼 보였던 것들의 정체는 중국이 발사한 로켓의 잔해였습니다.

현지시각 지난달 31일 이른 새벽, 말레이시아 사라왁주 쿠칭시의 하늘은 마치 때아닌 불꽃놀이가 벌어지기라도 한 듯 색색으로 화려하게 빛났습니다. 이색적인 광경에 쿠칭시 주민들은 "쿠칭에 유성이 나타났다", "유성우가 떨어진다"며 해당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트위터 등 SNS에 게재했습니다.

그런데 새벽 하늘을 색색으로 물들인 것은 유성우가 아니라 중국이 발사한 로켓의 잔해라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쿠칭시의 주민들이 올린 SNS 영상에 "그건 유성우나 불꽃놀이가 아니라 로켓 잔해"라는 댓글이 달리면서 이 같은 소식이 확산됐습니다.

앞서 중국은 지난 24일 운반 로켓 창정-5B호를 하이난 원창 우주 발사장에서 발사한 바 있습니다. 해당 로켓은 애당초 설정된 임무를 수행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무려 23t에 달하는 추진체를 처리하지 못해 문제가 됐습니다. 중국산 로켓의 경우, 너무 크고 무거워 대기권에 재진입시 발생하는 초고온 마찰열로도 타버리지 않는다는 점 역시 골칫거리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힌 것은 로켓 잔해가 대기권을 돌다 언제 어디로 떨어질지 몰라 민간 거주지에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이었는데, 우려한 바처럼 로켓 잔해가 중국이 아닌 다른 곳으로 떨어지는 광경이 이날 말레이시아 시민들에게 목격된 겁니다.

창정 5B호 잔해 예상 추락 지점 / 사진=연합뉴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로켓 잔해의 상당 부분이 말레이시아의 상공을 지나며 소실됐고, 남은 잔해 역시 민가와 멀리 떨어진 바다에 떨어졌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해당 로켓의 잔해가 최종 추락한 장소는 필리핀 남서부의 술루해로, 북위 9.1도, 동격 119도의 바다 한가운데였습니다.

중국산 로켓 잔해가 인근 국가의 영토나 영해로 추락할 우려를 낳으며 민폐를 끼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중국은 작년 5월에도 우주정거장의 핵심 모듈 '톈허'(天和)를 실은 로켓의 잔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문제가 됐습니다. 다행히 인명피해가 발생하진 않았지만,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국가들이 해당 로켓 잔해로 피해를 보진 않을까 전전긍긍해야 했습니다.

문제가 된 로켓의 잔해는 18t으로, 이번에 중국에서 23t짜리 로켓 잔해가 나오기 이전까지 대기권에 진입했던 물체 중 최대 수준의 규모였습니다. 이처럼 거대한 규모의 로켓 잔해가 언제 어디로 떨어질지 몰라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자,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해당 로켓의 추락 경로를 주시 중이라고 언급하며 "(잔해가)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바다 같은 곳에 착륙하길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외에도 우주공학 분야의 전문가들 역시 중국의 로켓 잔해로 인한 위협은 중국의 잘못이 맞다고 단언하며,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게 주의할 것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미국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 센터의 조나단 맥도웰은 "중국의 과실이 맞다"며 이같은 상황이 중국의 국가적 이미지 손실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했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당시에도 이러한 비판에 "과장된 선전일 뿐"이라는 반응을 내놓은 게 다였으며, 현재에도 이전보다 더 큰 규모의 로켓 잔해 추락 문제를 야기시키며 책임감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국제사회에서는 지금까진 운이 좋아 로켓 잔해가 추락하는 과정에서 인명 피해가 없었지만 계속해서 운이 따라줄지 장담할 순 없다며, 중국이 발전된 우주 과학 기술만큼이나 책임감 있는 태도를 갖추길 촉구하고 있습니다.

[권지율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wldbf9927@gmail.com]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