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등 민주노총이 파업에 들어가면서 유통업계가 제품 출고 등 사업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쿠팡과 하이트진로가 노사 간 분쟁으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내달 1일부터는 한국노총 산하 오비맥주 노조도 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 "회사 기습 점거 후 농성"…쿠팡, 법적 대응 예고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25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가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와의 합의를 파기했다며 불법행위에 대한 법적 조치 등 단호한 대응을 예고했다.
쿠팡은 현재 폭염 대책 수립과 간부 복직 등을 놓고 노조와 대립하고 있다. 사측이 교섭을 재개하려 했음에도 노조가 지난 23일 동탄물류센터 집회 직후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다는 게 쿠팡 측의 설명이다.
쿠팡은 "노조는 지난달 23일 CFS가 입주한 서울 송파구 잠실 건물 로비를 기습 점거한 후 불법 농성을 이어왔다"며 "다른 입주업체들과 식당 등 소상공인의 영업 방해, 소음 등으로 인한 인근 학교와 지역 주민의 피해가 계속 확산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기간의 불법 점거 농성에 더한 이러한 일방적 합의 파기와 무단 점거 확대 시도는, 노사 간의 정상적 협의를 위한 기본적인 신뢰마저 훼손하는 행위"며 "법적 조치를 포함해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16일 오전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내에서 소주 제품을 싣고 있는 화물차(위)와 노조 측 화물차 앞에 붙은 파업 관련 현수막(아래). [이상현 기자]
◆ 하이트진로 주류 출고 일시 제한…교통사고도 발생
앞서 이달 22~23일에는 하이트진로가 제품 출고를 또다시 일시 중단했다. 화물운송 위탁사인 '수양물류' 소속 화물차주들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재차 집중 투쟁에 나선 까닭이다.
하이트진로와 이천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22일 집회 당시 하이트진로 이천공장에 모여든 인원은 500여명으로 추산됐다. 한때 공장 문을 화물차가 막아서기도 했으나, 25일부터는 이천·청주공장의 주류 출고가 모두 정상화됐다.
하이트진로는 파업 상황과 관련, "지난달 초부터 (공장) 정문 안팎에 주차된 화물차들로 인해 접촉사고가 발생하고, 이달 12일 새벽에는 불법 주정차 된 화물차와 충돌한 운전자가 숨졌다"고 설명했다.
노조 측은 ▲운임 30% 인상 ▲공병운임 인상 ▲차량 광고비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고유가 현상이 이어지고 있어 경윳값에 통행료, 차량 유지비 등을 더하면 남는 수익이 없다는 입장이다.
노사 간 입장 차가 큰 상황이지만, 하이트진로가 협상에 적극 나서는 건 어려운 상황이다. 하청업체 또는 협력업체 간 고용관계에 원청업체가 간섭하면 파견법이나 하도급법 등에 저촉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오비맥주 노조는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내달 1일부터 파업에 들어갈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오비맥주 제품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내달부터 오비맥주도 파업…임금 24% 인상 요구
내달 1일부터는 오비맥주 노동조합도 파업에 들어간다. 한국노총 산하 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 오비맥주노동조합은 지난 22일 임금 및 단체교섭 승리를 위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 파업하기로 결의했다.
업계에 따르면 당시 파업 찬성률은 87.1%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노총 노조에는 오비맥주의 이천공장과 광주공장이 소속되어 있다. 민주노총 산하인 청주공장 노조는 찬반 투표를 내달 1일에 진행하기로 했다. 노조는 총 24% 임금 인상을 요구 중이다.
업계에서는 파업이 장기화하면 3분기는 물론, 4분기 실적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건비 인상에 대한 요구는 충분히 이해하나, 파업에 대한 범국가적 피로가 누적된 상황"이라며 "이른 시일 내 타협점을 찾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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