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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가치 훼손한 윤이나, 그 대가는 참혹하다
입력 2022-07-26 11:00  | 수정 2022-07-26 13:46
윤이나가 오구 플레이를 숨긴 것은 영국왕립골프협회 징계 규정에 따르면 무기한 출전정지 대상이다. 한국 KLPGA투어 최고 유망주가 저지른 고의적 비매너 플레이와 부정행위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윤이나(19)가 한국여자프로골프 최고 유망주에서 한 순간에 부정 행위자로 추락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진 신고'에 진정성이 의심되는 상황이며, 양심 불량의 족쇄까지 드리워지고 있다. 남의 공인지 알면서 플레이를 지속한 전례가 없는데다 한 달뒤 주변의 압력에 못이겨 협회에 신고한 예도 없다.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
25일 윤이나는 제36회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 1라운드 15번홀 오구 플레이를 인정하고 남은 시즌 출전 중단을 발표했다. 러프에서 남의 볼을 친 사실을 그린에 올라가 파악하고도 그대로 경기를 진행했다고 시인했다.
현장 진행요원에게 바로 신고하면 벌타로 끝났을 일이다. 그러나 윤이나는 40일 후에야 잘못을 공개했다. 268년 역사의 영국왕립골프협회(R&A) 징계 규정을 보면 오구 플레이 은폐는 무기한 출전정지 대상이다.
남의 공으로 플레이하지 않는 것은 골프의 절대적인 기본 규칙이다. 한국여자오픈을 주최한 대한골프협회(KGA)는 ‘품위 훼손으로 간주하여 스포츠공정위원회를 통한 1년 이상 출전정지 징계, 나아가 영구 제명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KGA에 따르면 윤이나는 15일 한국여자오픈 오구 플레이를 신고했다. KLPGA투어 7월 3번째 대회 2라운드가 진행되는 날이었다. 그러나 선수는 출전을 이어가 한국여자프로골프 최상위 무대에서 첫 승을 거두고 상금 1억4400만 원을 받았다.
잘못을 저지른 후 30일이 지나서야 주관단체에 잘못을 인정했다. 심각한 사안임을 알고도 즉각 프로대회 참가를 포기하지도 않았다.
윤이나가 신고한 날부터 10일이 흐른 다음에야 오구 플레이를 공개한 것은 이달 중순부터 현장 선수·관계자 사이에 한국여자오픈 관련 의혹이 얘기되어 더 이상 덮기 어려웠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아직 나이가 어리고 장래가 촉망되는 실력자인데다가 자진 신고도 했으니 징계를 완화해주자는 동정론이 설득력을 얻기 힘든 상황을 스스로 만들었다.
2021년 프로로 전향한 윤이나에 대한 실질적인 제재는 KLPGA투어에서 내려야 한다. 2019년 한국남자프로골프 KPGA 상벌위원회는 경기 도중 갤러리에 대한 손가락 욕을 ‘품위 손상으로 보고 자격정지 3년을 결정했다.
이후 출전정지 1년으로 수위를 낮추긴 했지만 ‘팬이 있어야 존재한다는 프로스포츠의 기본을 일깨워주는 징계였다. ‘골프만 놓고 보면 오구 플레이를 일부러 숨긴 것은 갤러리를 모욕한 것보다 더 중대한 잘못이다.
[강대호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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