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원화값 약세에 美금리인상 겹쳐…코스피 외인지분 30% 붕괴 눈앞
입력 2022-07-17 17:56  | 수정 2022-07-17 22:46
◆ 시련의 증시 ◆
국내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외국인투자자들의 코스피 지분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달러당 원화값이 일주일 넘게 1300원 이상을 유지할 정도로 떨어졌고, 미국과의 기준금리 역전 우려도 커지면서 외국인 자금이 계속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5일까지 일평균 코스피 시가총액 대비 외국인 지분율은 30.82%로, 지난 1월 33.86%, 지난 4월 31.28% 이후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2분기 들어 지난 14일까지 코스피 시총 상위 300개 중 외국인 보유 지분이 감소한 종목은 166개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7월 26~27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75bp(1bp=0.01%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넘어 100bp 올리는 '울트라스텝'을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와 외국인 지분율은 계속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외국인투자자들의 지분 감소가 두드러진 섹터는 화학주였다. 화학물질과 제품을 제조하는 시총 상위 300위 내 23개 기업 중 76%인 17개 기업의 외국인 지분율이 줄어들었다.
SKC의 외국인 지분율은 이 기간 16.52%에서 14.88%로 10%가량 감소했다. 프로필렌·벤젠 등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전체 매출액의 45%에 달하는 화학 부문 2분기 실적이 좋지 않았던 데다 경기 침체 우려로 수요 역시 줄어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현태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SKC 주요 제품 중에서) 고부가 상품인 프로필렌글리콜(PG)은 프로필렌옥사이드(PO) 대비 가격과 스프레드(제품가와 원가 간 차이) 측면에서 강세를 유지했으나 2분기 들어서는 PG 역시 수급 악화로 (실적이) 약세로 전환된 상태"라고 말했다. 또 SKC가 신성장 산업에 대한 투자 전략을 공유하기 전인 2023~2024년에는 올해 대비 일시적인 실적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했다.

식품주와 증권주에서도 외국인투자자 지분율이 감소한 종목이 많았다. 식품 기업 10곳 가운데 7곳의 외국인 지분율이 감소했으며 증권사 10곳 중에서도 7곳이 외국인 지분율이 줄어들었다. 팜유와 밀 등 가격 상승 우려가 컸던 원부자재를 주로 사용하는 기업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 하락이 두드러졌다. 삼양식품의 외국인 지분율은 9.82%에서 7.19%로 27%, 풀무원은 0.78%에서 0.69%로 12%, 롯데제과는 17.58%에서 16.45%로 6%가량 감소했다.
다만 식품주는 최근 들어 곡물가가 떨어지면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곡물가격 하락은 음식료 업종의 비용 완화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주식 거래대금 감소와 금리 인상에 따른 채권 평가 손실이 커지면서 한화투자증권, 메리츠증권, 카카오페이를 제외한 모든 증권주들의 외국인투자자 보유 비중도 감소했다. 경쟁사 대비 시장 금리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NH투자증권은 이 기간 외국인 지분율이 16.12%에서 13.64%로 15% 줄어들었다. 이홍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NH투자증권의 2분기 지배주주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9.1% 감소한 653억원으로, 컨센서스를 50% 이상 하회하는 어닝 쇼크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지주사와 우선주에 대해서도 외국인 투자자 지분율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주는 총 11개 종목 중 9개에서 지분율이 감소했고 지주사 32개 가운데 20개에서도 외국인 지분율이 줄어들었다.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는 대신 높은 배당을 노리고 매수하는 종목이다. 기업들의 이익 둔화 우려에 따라 배당금 관련 기대가 낮아지며 외국인투자자들의 매수세도 잦아든 것으로 분석된다. 지주사 또한 계열사 주가 하락으로 지분 이익이 줄어들면서 외국인투자자 관심에서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강인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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