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하루종일 펼친 고종의 마지막 잔치 120년 만에 공연으로 부활
입력 2022-07-12 15:20  | 수정 2022-07-12 16:06

대한제국 마지막 황실 잔치 '임인진연'이 120년 만에 공연으로 재탄생한다. 당시의 세세한 기록 유산을 바탕으로 전통 그대로의 무대를 되살려내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가 응축된 궁중예술의 결정판을 선사한다.
12일 국립국악원은 다음달 12일부터 14일까지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임인진연'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임인진연은 임인년인 1902년 11월 8일(양력 12월 7일) 고종 즉위 40주년을 기념해 덕수궁 관명전에서 거행된 진연(進宴·궁중에서 베푸는 잔치)이다.
조선왕조와 대한제국의 마지막 궁중 잔치로 기록돼 있다. 급변하는 개화기에 대외적으로는 황실의 위엄을 세우고, 내부적으로는 군신의 엄격한 위계질서를 보이기 위해 선보였다. 대한제국의 자주성을 대외적으로 과시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했다.
임인진연도병 중 `내진연` [사진 제공 = 아모레퍼시픽미술관]
당시 고종은 세자와 문무백관이 진연 개최를 요구했지만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들며 4차례 거절했다. 5번째 요구에 이를 받아들인 고종은 비용과 인원을 최소화하는 조건으로 진연 개최를 윤허했다.
당시 진연은 남성 신하들과 함께 공식적인 행사를 올린 '외진연'과 황태자와 황태자비, 좌우명부, 종친 등과 함께한 '내진연'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이번 공연은 예술적인 측면이 강한 내진연을 무대 공연으로 되살린다.
국립국악원은 당시 진연의 상세 내역이 기록된 '진연의궤'와 '임인진연도병' 등 기록 유산을 바탕으로 이번 공연을 기획했다. 내진연이 거행된 덕수궁 관명전을 도병에 남겨진 모습으로 무대 위에서 재현한다. 공연 구성은 황제에게 7차례 술잔을 올린 예법에 맞춰 선보인다.
이번 무대는 객석을 황제가 앉는 '어좌(御座)'로 설정해 관객들이 황제의 시선에서 내진연이 펼쳐지는 광경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당시 종일 치러진 진연은 이번 공연에서 90분으로 축약된다. 임인진연의 음악과 무용에 집중할 수 있도록 복잡하고 긴 의례와 음식을 올리는 절차 등을 생략했다.
연출과 무대미술을 맡은 박동우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 교수는 이날 덕수궁 정관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공연은 두 갑자(甲子)가 지나 120년 만에 하는 공연이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재현에 중점을 둬야겠다 생각했다"며 "창작적인 요소를 가미할 수도 있겠지만 가급적이면 기록들을 잘 살펴 충실히 재현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역사적 기록의 세밀함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박 교수는 "진연과 관련된 의궤에는 당시 상에 올렸던 떡의 개수와 높이, 재료 등이 모두 정리돼있었다"며 "어떤 공연을 하더라도 진연의궤만큼 완벽한 기록을 남길 수 없을 정도"라고 감탄했다.
국립국악원은 이번 공연을 계기로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와 협의를 거쳐 120년 전 임인진연이 실제로 열린 덕수궁 안에서 재현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김영운 국립국악원장은 "(임인진연이 거행된) 관명전 터에 준명당이 새로 지어졌는데, 당시 연향이 펼쳐졌던 주 공간은 잔디밭으로 남아 있다"며 "그 현장에서 다시 한번 임인진연을 재현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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