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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영의 10초07...한계일까, 돌파할까 [국영호의 스포츠人사이드 #17]
입력 2022-07-07 13:07  | 수정 2022-10-19 15:35
김국영 SNS
'스포츠人사이드'는 사회를 향한 메시지를 찾아봅니다.
국내 최고 스프린터 김국영(31,광주광역시청)이 어제(6일) 강원도 고성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2 고성통일 전국실업육상경기대회 남자 100m 준결선에서 10초07을 뛰어 한국 타이기록을 세웠다.

기준풍속(2.0m/s)에 초속 0.3m가 초과하면서 아쉽게 ‘비공인으로 기록됐지만, 흥분이 될만한 기록이었다.

김국영은 레이스 직후 기자와 만나 연신 아쉬움을 표현하다가 다른 준결선조 경기의 풍속이 기준 이하인 1.7m/s로 전광판에 찍히자 탄식을 내뱉었다. 아...” 뒷말은 아마 ‘다른 조에서 뛰었더라면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짐작된다.
MBN 국영호 기자 촬영11

이내 마음을 가다듬은 김국영은 오후 결선 때 9초대에 도전하겠다”고 했는데, 결선에서는 10초15를 기록했다(1위). 될 듯 될 듯 안되고, 터질 듯 터질 듯 안 터진다”며 또다시 아쉬움을 표현했다. 김국영에게 국내 무대 1위는 무의미하고, 오로지 기록만 유의미하다.

김국영은 지난 2010년 10초31을 기록해 서말구의 한국 기록(10초34)을 31년 만에 갈아 치우며 10년 넘게 ‘육상 단거리 불모지 한국에서 1인자로 홀로 질주해왔다. 최근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오는 후배 선수들이 많지만, 지금으로선 한국 선수로는 김국영만이 100m 9초 대 진입할 수 있다고 대다수가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어제, 2017년 코리아오픈 국제육상경기 이후 5년 만에 다시 10초07을 기록한 건 뜻하는 바가 상당하다. 당시만큼이나 최근 페이스가 너무 좋기 때문이다. 5년 전 한국신기록을 냈다가 이후 정체(군팀 상무 시절 포함)를 겪은 김국영은 최근 예전의 김국영으로 다시 돌아간 분위기다. 김국영에게 물어보니 몸 상태, 컨디션은 지금이 더욱 낫다고 했다.
MBN 국영호 기자 촬영

사실 (5년 전보다) 지금이 더 나아요. 전체적인 평균 기록만 봐도 제가 올해부터 10초 1대만 4번 정도? 이렇게 뛰고 있어서 훨씬 페이스가 괜찮고, 5년 전 당시에는 제가 10초 2대를 꾸준히 뛰다가 10초 0대에 들어갔는데, 지금은 10초 1대를 꾸준히 뛰고 있으니까 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신기록과 9초 대 진입을 계속 도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제2의 전성기 맞은 김국영>
6월2일 10초14 (KBS배 전국육상 경기대회) *2019년 6월 10초12 이후 가장 좋은 기록
6월22일 10초17 (전국육상경기선수권)
6월26일 10초09 (일본 후세 테오 스프린트) *한국 역대 2위 기록
7월6일 10초07 (전국실업육상경기대회) *5년 만에 한국 타이이록(기준풍속 초과로 비공인)

1초도, 0.1초도 아닌 0.01초와 싸우는 김국영이 올해 이렇게 급피치를 올리는 건 ‘마지막이라는 간절함과 절박함 때문이다. ‘마지막 불꽃이라고 해야 할까. 김국영은 지난 3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이제 서른 두 살(만 31세)이다. 올해가 9초 대에 도전할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중략) 32세 쑤빙톈(중국)이 도쿄에서 황인종 한계를 넘어 아시아인 최초로 9초9초대의 벽(9초83)를 깬 걸 보고 충격 받았다. ‘중국 선수도 했는데 한국인이라고 못하겠어?란 생각도 들었다.”

‘마지막 불꽃의 동기부여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①이번 달 세계선수권 출전
②후배 선수들의 급성장
③2억 원 기록달성 포상금
MBN 촬영

사실 ①이 가장 동기부여가 컸을 것이다. 김국영은 6회 연속 세계선수권 출전을 위해 기준기록인 10초05를 돌파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지만, 기한이었던 6월 26일 10초09를 기록하면서 결국 0.04초 차로 통과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세계선수권 연속 출전 기록은 ‘5에서 사실상 끝이 난 상황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10초10을 돌파하면서 내년 세계실내선수권 출전은 확정했다는 게 김국영의 설명이다.

일단 올해는 (세계선수권 출전 불발이) 아쉽지만, 잠시 접어두고, 내년 세계실내선수권 기록은 통과한 상황이라 세계실외선수권까지 통과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②의 경우, 김국영을 뒤쫓는 후배 경쟁자들의 추격이 거세기에 압박감을 느낄만 하다. 어제 실업육상대회에서는 김태효(파주시청)가 10초17로 2위를 기록했는데, '선수 기준'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김국영은 한국 기록을 포함해 역대 이 종목 1∼5위 기록(10초07, 10초09, 10초12, 10초14, 10초16)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앞서 이준혁(21,한국체대)은 지난 5월 제77회 전국대학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서 10초18로 당시 ‘선수 기준 한국 역대 2위 기록을 세운 바 있다. 비웨사(19,안산시청), 나마디 조엘진(16,김포제일공고) 등 ‘젊은 피들도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어 그동안 외롭게 뛰어온 김국영에게는 이들이 자극제로 작용하고 있다.

사실 제가 올 초에 부상으로 많이 고전을 했는데, 그럴 때 라이벌 선수들이 선전하면서 조금 더 집중력 있게, 긴장감을 갖고, 경각심을 갖고 다시 기록에 도전할 수 있는 몸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혼자 뛰어오다가 저를 위협하는 선수들이 많이 나타나서 저에겐 자극제가 되는 것 같아요. 긴장감을 갖고 한국 1등이라는 타이틀을 놓치지 않으면서 9초대를 도전하도록 하겠습니다.”

③은 대한육상연맹이 지난 4월, 남자 100m에 특별포상금제도를 신설하면서 생긴 건데, 2024년 12월까지 남자 100m에서 9초대에 진입하는 선수는 특별 포상금 2억원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연습 레이스에서 9초98을 기록했던 영상을 최근 자신의 유튜브에 공개한 바가 있으니 김국영에게는 확실한 ‘당근인 셈이다.
연합뉴스 제공

이런 동기부여 속에서 김국영은 기록 경신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

몇 년 동안은 저조한 모습을 보이다 이제 회복을 해서 9초대에 도전할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들었기 때문에 저도 기대를 합니다. 이게 언제 (기록이) 걸릴지 몰라요. 하늘과 땅, 트랙과 바람, 제 몸 3박자가 맞아야 기록이 나오는 건데, 저는 일단 몸을 만들어놨으니까 하늘과 땅의 운을 믿고 빠른 시일 내에 꼭 좋은 소식 들려드리겠습니다.”

5년 만에 찾아온 김국영의 ‘제2의 전성기. 어제 다시 기록한 한국기록 10초07은 김국영의 한계일까, 아니면 10초벽을 깨고 9초대 진입을 위한 발판일까. 하반기부터 국제대회에 나설 계획이라는 김국영이 벌일 ‘찰나의 싸움이 흥미진진하다.

[국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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