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시장 바뀌면 '사업 뒤집기' 왜 반복되나?
입력 2022-07-06 19:00  | 수정 2022-07-06 19:46
【 앵커멘트 】
4년마다 단체장이 바뀌면서 전임 도지사, 시장이 하던 사업을 하루 아침에 백지화하거나, 거꾸로 백지화한 사업을 다시 추진하는 사례를 보여드렸는데요.
이런 식이면 지방자치의 단점, 또는 병폐라고 하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 같습니다.
노승환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 질문1 】
대체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까요?

【 기자 】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인데요.

우선 어떤 사업을 할 때 처음 세우는 계획이 부실하거나 타당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앞서 보도한 인천시 신청사만 해도, 2017년 최초 건립 계획이 행정안전부의 심사에서 탈락했는데,

그 사유가 신청사를 지어야 할 만큼 현 청사가 낡았거나 안전에 문제가 있는지, 새로 짓는다면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지가 불투명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2018년 사업이 백지화됐는데, 2017년 처음 계획을 만든 유정복 시장이 계획안을 보완해서 다시 하겠다고 하면서 '한다, 안 한다, 한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겁니다.



【 질문 2 】
애초에 사업계획이 부실한 게 문제다, 이런 얘긴데, 그럼 또 다른 이유는 뭔가요?

【 기자 】
단체장이 속한 정당도 이유가 됩니다.

경기도 용인 종합운동장 재개발만 해도 과거 새누리당 시장이 하기로 했던 걸, 민주당 시장이 백지화하고 이번에 당선된 국민의힘 시장이 부활시켰습니다.

지방자치는 중앙정치에 비해 사실 정치색이란 게 큰 영향은 미치지 않는데요.

하지만, 4년 만에 차별화된 성과를 보여야 재선을 기약할 수 있어서 전임 단체장이 하던 일을 그대로 이어받지 않고, 전면 재검토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겁니다.


【 질문 3 】
그럼 이런 폐단을 막을 무슨 방법이 없는 겁니까?

【 기자 】
있습니다.

어떤 사업이 타당하냐 그렇지 않느냐를 지자체가 함부로 판단하지 않도록 행정안전부가 중앙투융자심사라는 제도를 운용하는데요.

국비가 조금이라도 지원되면 광역지자체는 사업비 300억 원 이상 사업, 기초지자체는 200억 원 이상 사업의 추진 여부를 행안부가 결정하게 하는 겁니다.

단체장이 바뀌어도 여기에서 타당성이 없다고 하면 안 하고, 타당하면 이어서 계속하라는 제도인데요.

문제는 여기에서 탈락해도 지자체가 나중에 안을 보완해 다시 하겠다고 사업안을 내면 한번 백지화된 사업도 다시 추진할 수 있다는 겁니다.


【 질문 4 】
그렇다면 이게 다 시민 피해로 돌아가지 않습니까? 어떤 문제가 예상되나요?

【 기자 】
크게 세 가지입니다.

백지화한 사업을 뒤늦게 다시 하게 되면 공사비가 오르고 결국 예산이 더 들어가게 되고요.

사업을 한다, 안 한다를 되풀이하면서 시간이 지연되는 점, 최종적으로는 시민들에게 혼란만 가중된다는 점입니다.

한 건설사 관계자에 물어보니 공사라는 게 1년만 지연돼도 해마다 3~4%씩 공사비가 오르는데, 최근엔 자재가격 폭등으로 5년 만에 사업을 재추진하면 최소 40% 이상 돈이 더 든다고 했습니다.

불필요한 경쟁관계, 그리고 4년 만에 뭔가를 보여야 한다는 성과주의 때문에 결국 시민이 피해를 입을 수 있는데, 단체장들은 본인 입장보다는 진정 시민을 위한 일이 무엇인지, 한 번 더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앵커 】
네, 지금까지 전국부 노승환 기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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