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부산 초고층 아파트 '불'…일가족 3명 끝내 숨져
입력 2022-07-06 12:55  | 수정 2022-07-06 15:30
지난달 27일 새벽 부산 해운대구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났다./ 사진 = 부산시소방본부 제공
지난달 화재로 50대 아내 숨지고, 병원 치료받던 딸·남편도 사망
불 난 아파트 13층 스프링클러 없어

부산 해운대의 한 초고층 아파트에서 불이 난 건 지난달 27일입니다.

이날 새벽 4시 17분쯤, 아파트 13층 A 씨의 집에서 불길이 치솟았습니다.

이날 불은 집 내부 거실 등을 태워 1,500만 원의 재산 피해를 내고 40여 분만에 꺼졌습니다.

출동한 119 소방대는 불이 꺼진 집 안에 있던 50대 부부와 20대 딸 등 일가족 3명을 발견하고 병원으로 옮겼습니다.


하지만, 병원으로 이송된 아내는 숨졌고 이어 지난달 28일 딸이 숨지고, 지난달 29일에는 남편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한밤의 화재로 가족 3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난 겁니다.

경찰은 화재 원인을 거실에 설치된 스탠드형 에어컨 전선에서 발생한 합선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화재 현장의 꼬인 에어컨 전선에서 최초 발화 흔적을 발견했는데, 습한 날씨 탓에 낮부터 가동한 에어컨이 화재를 일으킨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화재 원인을 정밀 의뢰한 상태입니다.

"51층 초고층 아파트 13층에는 스프링클러 없어"

지난달 27일 새벽 부산 해운대구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났다./ 사진 = 부산시소방본부 제공

일가족 3명이 숨진 부산 해운대의 한 아파트에서 지난 4일에도 불이 났습니다.

지난 4일 오후 2시 55분쯤 아파트 6층에서 발생한 불은 229만 원의 재산 피해를 내고 15분 만에 꺼졌습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습니다.

지난달 27일과 지난 4일 불이 난 부산 해운대의 이 아파트는 2005년 입주한 31~51층 규모 아파트입니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불이 난 세대인 13층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습니다.

이 아파트는 16층 이상부터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습니다.

당시 소방법 시행령에 따르면 공동주택은 16층 이상부터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있었습니다.

6층 이상 아파트의 모든 층으로 설치 의무가 확대된 것은 2018년입니다.

개정된 법령은 신축 아파트에만 적용돼 사각지대였습니다.

이런 사고를 막기 위해 노후 아파트에 대한 소방 설비를 다시 한 번 살펴봐야 한다는 여론이 높습니다.

소방청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18년에서 2020년 스프링클러 설치 여부에 따른 인명피해 정도를 비교해 봤더니 3년간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공동주택에서 발생한 714건의 화재에서 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스프링클러가 미설치된 공동주택에서는 245건의 화재에서 1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100건당 사망자 수로 환산하면 설치 공동주택에서는 0.5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반면 미설치 공동주택에서는 4.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10배에 가깝게 차이가 났습니다.

[안진우 기자 tgar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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