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연세대, 지성 논할 대학 맞는가"…연세대 교수, 청소노동자 고소에 일침
입력 2022-07-02 13:58  | 수정 2022-07-02 14:08
연세대학교 정문. / 사진=연합뉴스
'고소전 비판' 연세대 나윤경 교수 수업계획서 화제
'2030세대 일부 남성 공정감각' 거세게 비판
이준석 '청년정치' 도 꼬집어…지하철 시위 발언 비판
"에브리타임, 혐오 온상…나쁜 청년들의 공간"

연세대학교의 한 교수가 재학생들이 청소·경비 노동자들을 고소한 것과 관련해 "지성을 논할 대학이 맞느냐"고 목소리를 냈습니다.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나윤경 교수는 2022년 2학기에 개설한 '사회문제와 공정' 과목 강의 계획서에서 "20대 대선 과정에서 드러난 2030 세대 일부 남성들의 '공정감각'은 '노력과 성과에 따른 차등 분배'라는 기득권의 정치적 레토릭인 능력주의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며 "한국의 현 대통령은 늘 공정과 상식에 기반을 둬 능력 위주로 인재를 발탁한다면서 검사들만을 요직에 배치한다"고 운을 뗐습니다.

이어 "기회와 자원에 있어 역사적으로 가장 많은 '상대적 박탈'을 경험하는 한국의 2030 세대가 왜 역사적으로 가장 많은 특권을 향유하는 현재의 기득권을 옹호하는지는 가장 절실한 사회적 연구 주제"라고 말했습니다.

계획서에서 이준석 대표도 언급…지하철 투쟁 발언 비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왼쪽)와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오른쪽)가 13일 서울 상암동 JTBC 스튜디오에서 JTBC 프로그램 '썰전라이브' 생방송 일대일 토론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나 교수는 이 계획서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언급했습니다. 그는 "이들(2030 세대)의 지지를 업고 부상한 30대 정치인은 '청년 정치'가 줄법한 창조적 신선함 대신 '모든 할당제 폐지', '여가부 폐지'를 주장했다"고 꼬집으며 동시에 이 대표가 최근 장애인 단체의 출근길 지하철 투쟁에 대해서 남긴 발언도 비판했습니다.

앞서 이 대표는 "서울경찰청과 서울교통공사는 안전 요원 등을 적극 투입해 정시성이 생명인 서울지하철의 수백만 승객이 특정 단체의 인질이 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며 "수백만 서울 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는 부조리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나 교수는 "그렇지 않아도 기득권 보호를 위해 한창 채비 중인 서울의 경찰 공권력 개입을 강하게 요청했다"고 지적하고 나섰습니다.

나 교수는 "누군가의 생존을 위한 기본권이나 절박함이 '나'의 불편함과 불쾌함을 초래할 때,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축적된 부당함에 대해 제도가 개입해 '내' 눈앞의 이익에 영향을 주려 할 때, 이들의 공정감각은 사회나 정부 혹은 기득권이 아니라, 그간의 불공정을 감내해 온 사람들을 향해 불공정이라고 외친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최근 연세대 재학생들이 수업권 방해를 이유로 청소 노동자들이 속한 민노총을 소송한 것과 같은 사안이라는 게 나 교수의 주장입니다.

나 교수는 "연세대 학생들의 수업권 보장 의무는 학교에 있다. 청소 노동자들에게 있지 않음에도 학교가 아니라 지금까지 불공정한 처우를 감내해 온 노동자들을 향해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그들의 '공정감각'이 무엇을 위한 어떤 감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탄식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대학의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은 대학 내 혐오 발화의 온상이자 일부의, 그렇지만 매우 강력하게 나쁜 영향력을 행사하며 대표를 자처하는 청년들의 공간"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연세대 사과대 나윤경 교수 강의 계획서 화제…캠퍼스 제한 두지 않아

나윤경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가 올린 수업계획서 일부 발췌. / 사진=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홈페이지


끝으로 나 교수는 "대학이 이 공간을 방치하고서는 지성의 전당이라 자부할 수 없다. 연세대가 섬김의 리더십을 실천하는 고등교육기관이라 할 수 없다"며 "이러한 맥락에서 본 수업을 통해 '에브리타임'이라는 학생들의 일상적 공간을 민주적 담론의 장으로 변화시킬 수는 없을지 모색하고자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연세대 재학생 3명, 수업권 침해 손배상 청구 소송

불법시위 고소 당사자가 '에브리타임'에 올린 글 일부 발췌. / 사진=연세대학교 에브리타임 캡처


앞서 연세대 재학생 이동수(23)씨 등 3명은 최근 김현옥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연세대 분회장과 박승길 부분회장을 상대로 수업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서울서부지법에 냈습니다. 그들은 "노조의 교내 시위로 1~2개월간 학습권을 침해받았고, 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약 638만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이들은 지난달 청소노동자들이 미신고 집회를 열었다며 업무방해와 집시법 위반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습니다.

대중의 비난이 이어지자 소송을 제기한 학생은 고소의 취지를 설명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씨는 1일 에브리타임에 '불법 시위 고소 당사자입니다'라는 글을 쓰고 "고소에 이르게 된 계기는 시위 소음이 수업을 듣던 백양관(연세대 건물)까지 들려서"라며 "가서 정중하게 여러 차례 확성기 사용을 중단해달라고 이야기했는데 변화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현수막이나 피켓으로 시위하면 학생들의 공감을 충분히 얻을 것"이라며 "학생들이 낸 등록금으로 먹고사는 청소노동자들의 노조 활동으로 왜 공부를 방해 받아야 하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연세대학교 비정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학교 곳곳에 붙인 학내 청소·경비 노동자 투쟁 지지 대자보. / 사진=연세대 공동대책위원회 제공

이에 2일 연세대 비정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이날 오전 10시 기준 2,600여명의 재학생이 연서명을 통해 청소·경비 노동자와 연대했다고 밝혔습니다.

노조는 학교 측과 교섭이 결렬된 지난 4월부터 교내에서 집회를 진행했습니다. 노조가 학교 측에 요구하는 것은 △임금 인상 △정년 퇴직자 인원 감축 및 구조조정 반대 △샤워실 설치 등입니다.

[고기정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ogije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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