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일본, 낙태하려면 남편 동의 필요…'여성 자기결정권' 제약 논란
입력 2022-06-28 15:44  | 수정 2022-06-28 15:57
지난달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여성 낙태권에 찬성하는 시위대가 국회의사당부터 대법원까지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모성보호법, 건강 영향 미치는 경우·성폭행만 낙태 가능
한국, 입법 공백 길어져…법원, 낙태죄 조항 효력 상실로 판단

미국 연방 대법원이 임신 6개월 이전까지 여성의 낙태를 합법화한 판례를 폐기해 찬반 논쟁이 거셉니다. 이때 일본은 남편 동의가 있어야 낙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제약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일본 모성보호법은 '임신한 여성의 건강에 현저한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경우나 성폭행에 의한 임신'에만 낙태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원칙적으로는 남편의 동의가 있어야 낙태할 수 있고, 배우자의 소식이 끊겼거나 배우자가 사망한 경우 등은 면제됩니다.

오늘(28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임신중절에 배우자의 동의를 요구하는 곳은 전 세계에 10여 개 국가·지역으로 알려졌습니다. 유엔 여성 차별철폐위원회가 일본에 배우자 동의 규정을 폐지하라고 권고하기도 했지만 개정을 위한 논의는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 정부는 약물을 이용한 낙태에 관해서도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하시모토 야스히로 후생노동성 어린이·가정국장은 지난달 17일 열린 참의원 후생노동위원회에서 후쿠시마 미즈호 사민당 의원의 질의에 "먹는 중절 약을 이용한 인공임신중절을 행하는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배우자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청원 사이트 'CHANGER' 웹사이트 갈무리

이에 일본의 한 시민단체는 "배우자 동의 규정이 생식에 관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다"며 폐지를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편 한국에서는 2019년 헌법재판소가 형법의 낙태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으나,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입법 공백 상태에 있습니다. 다만 '먹는 낙태약'을 판매하는 것은 처벌 대상에 속합니다.

이렇게 입법 공백 사태가 길어지자 법원이 일단 헌재의 결정에 따라 낙태죄 조항이 효력을 상실한 것으로 보고 관련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오늘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중앙지법은 2016년 업무상 촉탁낙태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았던 산부인과 의사 2명에 대한 재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낙태 시술을 한 의사를 처벌하는 규정은 효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지난 2020년 4월과 7월에도 서울중앙지법과 대전지법에서 각각 낙태 시술을 한 의사와 환자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한 바 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