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국서 태어나 18년간 한국인으로 살았는데 무국적자 된 아들"
입력 2022-06-23 09:17  | 수정 2022-06-23 10:14
한국으로 귀화한 러시아 출신 엄마 B 씨. 왼쪽은 그가 한국인 남편 A 씨 사이에서 낳은 아들. / 사진= 제보자 A 씨 제공
러시아 아내 귀화 과정서 아들의 무국적 사실 드러나
국제법상 출생 당시 혼외자인 아들, 러 국적 취득해야
행정 관청 실수지만 해결 방법 제시 못해

한국에서 태어나 18년간 한국인으로 살아왔던 소년이 알고보니 행정 관청의 실수로 무국적자였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인천에 사는 40대 자영업자 A 씨는 지난 2월 출입국사무소로부터 자신의 아들(18)이 무국적자라는 이야기를 듣고 지금까지 문제 해결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습니다.

A 씨는 지난 2004년 러시아 여성 B 씨와 결혼한 후 아들을 낳아 한국인으로 출생신고를 하고 잘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국적을 가진 B 씨가 올해 초 한국인으로 귀화 절차를 밟으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출입국사무소에서 귀화 심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A 씨와 B 씨가 2004년 5월 아들의 출생신고를 하고 한 달 뒤인 6월에 혼인신고를 한 사실이 발견된 것입니다.

왼쪽이 한국으로 귀화한 러시아 출신 엄마 B 씨. 오른쪽이 한국인 남편 A 씨와 가운데가 그들의 아들 / 사진= 제보자 A 씨 제공

국적법상 당시 혼외자로 신고된 A 씨와 B 씨의 아들은 어머니의 나라인 러시아 국적을 취득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일선 부서에서 이러한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한국 국적으로 등록한 것입니다.

이러한 행정 관청의 실수로 인해 A 씨 아들의 한국 국적은 무효가 되고 법적으로 무국적자로 전락하게 됐습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그의 아들이 한국 국적을 회복하는 절차입니다. 아들은 먼저 한국 국적이 박탈됐기에 어머니의 나라인 러시아 국적을 취득하고 다시 한국인으로 귀화하는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이때 러시아 국적 취득도 18세가 넘으면 러시아를 방문해 귀화를 위한 행정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만약 A 씨의 아들이 현재 러시아로 귀화하게 된다면 러시아 군대 징집 후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 A 씨는 2019년 9월에 열렸던 유사한 사례인 다문화 가정의 행정소송에서 행정 관청의 결정을 취소하는 판례가 있었다는 사실도 찾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국적 취득은 일선 지자체 및 출입국사무소, 법무부, 법원 등 여러 부처의 협의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는 것도 A 씨를 어렵게 만드는 점입니다.

한국으로 귀화한 러시아 출신 엄마 B 씨와 그가 한국인 남편 A 씨와 사이에서 낳은 아들의 18년 전 사진 / 사진= 제보자 A 씨 제공


오늘(23일) A 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정부부처의 무지와 무능력으로 인해 한 사람의 인생이 바뀌게 됐는데 해결책이 없어 억울하다"며 "평생을 한국인으로 살아왔는데 출생신고 절차 때문에 무국적자가 되고 사회생활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호소했습니다.

이어 그는 "아들이 무국적자임을 10년 혹은 20년 후에 알게 되고 그때 가서 문제가 발생하고 불이익을 받게 된다면 어떻게 됐을지 생각만 해도 답답하다"며 "담당 관청은 자기들의 실수로 생긴 일에 대한 피해 보상과 문제 해결 방법도 제대로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A 씨 아들의 국적법상 무국적 상황을 해결하지 않으면 향후 대학 입학이나 취업, 입대, 결혼 등 여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우려됩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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