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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 사무총장에 4회 연속 행정고시 출신만 기용 [이종세 칼럼]
입력 2022-06-17 10:34  | 수정 2022-06-17 10:40
올림픽파크텔에서 16일 열린 제10차 이사회에서 이기흥 회장(가운데)이 신임 사무총장 임명 동의안에 대해 의견을 묻고 있다. 사진=대한체육회 제공
‘혹시나했는데 ‘역시나…‘우려가 ‘현실로
이기흥 회장 고집불통 스타일…직원들 사기 저하 우려
국가대표팀 경기력 저하 걱정…이미 올림픽 성적 추락
한국 동계올림픽 수준은 30년 전보다 못한 최악 상황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대한체육회(회장 이기흥)의 제21대 사무총장에 4회 연속 행정고시 출신 직업 관료가 선임됐다. 대한체육회는 16일 올림픽파크텔에서 이사회를 열고 지난 5월13일 문체부 차관으로 자리를 옮긴 조용만(61) 사무총장 후임으로 행정고시 출신인 박춘섭(62) 전 조달청장을 선임했다.
충북 단양 태생으로 대전고, 서울대를 나온 신임 박 총장은 1987년 행시 31회에 합격, 기획예산처, 기획재정부 등의 요직을 거친 뒤 2017년 조달청장을 맡았다가 2018년 퇴직했었다. 이로써 2016년 대한체육회장에 당선된 이기흥(67) 회장은 2017년 이후 6년째 4명의 행정고시 출신 직업 관료를 사무총장으로 연속 기용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이 때문에 대한체육회에 공채 등을 통해 입사, 최종 목표인 사무총장직만 바라보았던 고참 직원들의 실망감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렇다고 행시 출신 직업 관료들이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을 맡은 이래 국가대표팀 전력이 향상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아시안게임이나 동, 하계올림픽에서 일본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며 종합순위가 추락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언제까지 행시 출신 직업 관료들에게만 매달릴 것인가.
6년째 전충렬 김승호 조용만 이어 박춘섭 선임
대한체육회 16일 이사회에 참석한 신임 박춘섭 사무총장. 사진=대한체육회 제공
2016년 10월 제40대 대한체육회장으로 선출된 이기흥 회장은 2017년 1월 행정안전부 등에서 근무했던 행시 27회인 전충렬 씨를 제18대 사무총장으로 발탁했고, 2019년 2월에는 행시 28회로 소청심사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김승호 씨를 제19대 사무총장으로 기용했다. 2021년 1월 제41대 대한체육회장으로 재선에 성공한 이 회장은 3개월 뒤 제20대 사무총장에 조용만 전 조폐공사 사장을 선임했다. 조 총장 역시 1986년 행시 30회에 합격,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에서 근무하다 2018년부터 3년간 한국조폐공사 사장을 지냈다. 지난해 4월부터 1년 정도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으로 근무한 조 총장은 지난달 문체부 2차관으로 영전했으나 체육회 재직시절 부하 여직원에 대한 성비위 사실이 불거져 대한체육회가 자체 조사를 벌이는 등 곤욕을 치렀다. 하지만 이 사건은 흐지부지 넘어가는 분위기다.
과거엔 김성집 이종택 배순학 등 자체 승진
하지만 대한체육회는 1960년대부터 30년 가까이 자체 직원을 승진시켜 사무총장으로 기용한 시절도 있었다. 1968년 직제 개편에 따라 올림픽 역도 메달리스트인 김성집 씨가 초대 사무총장을 맡은 이래 1990년대까지 이종택, 김광호, 배순학 씨 등 사무처 직원들이 자체 승진을 통해 사무총장을 맡았으며 20여 년 전부터 관료, 대학교수 출신 등 외부 인사들을 사무총장으로 영입, 대한체육회 살림을 꾸려왔었다. 아무튼 체육과 아무 연관이 없는 행정고시 출신 직업 관료들이 6년째 4번이나 잇달아 사무총장에 기용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 사무처 출신 원로들은 행시 출신만을 고집하는 이 회장의 독특한 인사 스타일을 이해할 수 없다”며 사무처 직원들의 사기 저하가 우려스러울 뿐만 아니라 전문성이 전혀 없는 관료 출신 사무총장이 엘리트 선수들의 발굴 육성과 올림픽, 아시안게임의 준비, 생활체육의 강화 등 전문 분야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아시안게임·올림픽에서 추락한 대표팀 경기력
실제로 이기흥 회장이 대한체육회를 이끌기 시작한 지난 2017년 이후 한국 엘리트 체육의 국제 경쟁력은 크게 약화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회장이 취임 후 처음 치른 아시아 규모대회인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의 경우 한국이 금메달 49개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이후 16년간 지켜왔던 아시안게임 종합 2위 자리를 일본(금메달 75개)에 내주고 3위로 밀려났었다. 일본과의 금메달 격차가 무려 26개로, 7~8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내년에 열릴 것으로 보이는 항저우아시안게임과 2024 파리올림픽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걱정부터 앞선다.

지난해 1월18일 대한체육회장 연임에 성공한 이 회장은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종합순위 10위 안에 들 것이라고 장담했으나 종합 16위(금6·은4·동19)의 처참한 성적표를 들고 귀국했었다. 개최국 일본은 홈의 이점이 있었지만, 종합 3위(금27·은14·동17)로 한국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사실 한국은 1984년 LA 올림픽 이후 하계올림픽에서 2000년 시드니대회(종합 12위)만 빼고 30년 넘게 종합순위 세계 ‘톱10에 들었는데 2020 도쿄올림픽에서 망신을 당한 것이다.
동계올림픽에서도 한국은 경기력 저하가 뚜렷했다. 한국은 2022 베이징 올림픽에서 종합순위 14위(금2·은5·동2)로 일본(금3·은6·동9, 종합순위 12위)에도 뒤졌다. 한국은 1992년 알베르빌 대회 이후 30년 가까이 2002년 솔트레이크 대회 14위(금2·은2), 2014년 소치 대회 13위(금 3·은3·동2)만 제외하고 모두 종합순위 10위안에 들었으나 현재 한국 동계올림픽의 경기력은 30년 전인 1992년 알베르빌 대회(종합 10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다.
이종세(용인대 객원교수·전 동아일보 체육부장)[ⓒ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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