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폰 다운!" BTS 등장하자 난리난 백악관 브리핑룸
입력 2022-06-01 07:38  | 수정 2022-06-01 09:06
그룹 방탄소년단이 방문한 백악관 브리핑룸에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기자가 모여들었다. / 사진 = 특파원 공동 취재단
평소보다 3배 정도의 인파 몰린 기자실
유튜브 생중계 동시 접속자, 한때 30만 명 넘기도
검정 정장에 검정 머리…"단정하게 예의 갖춘 것"
"폰 다운(Phone down)!"

31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룸에서는 연신 휴대전화를 내리라는 고성이 오갔습니다.



세계적인 K팝 스타 방탄소년단(BTS)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면담 전 백악관 기자실을 방문했습니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BTS가 등장하자 일제히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그들의 모습을 담기 시작했는데, 뒤편에 배치된 기자들이 촬영 구도에 방해를 받는다며 휴대전화를 내려달라고 다급하게 호소한 것입니다.

백악관 브리핑룸에는 49석의 고정석이 있는데 그 좌석을 다 채우고도 100명 정도 되는 기자들이 추가로 들어와 기자실을 꽉 채웠습니다. 평소에는 고정석을 채울 정도의 기자들이 모이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날은 3배 정도의 기자가 모인 셈입니다.

이례적인 브리핑룸의 모습에 백악관을 고정적으로 출입하는 기자들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백악관에 자주 출입하는 한 기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에는 대통령이 직접 브리핑에 나설 경우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이렇게 많이 모인 적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백악관은 이날 유튜브 채널을 통해 BTS의 브리핑을 생중계했는데, BTS 팬이 대거 몰리면서 2시13분께 3.7만, 18분께 7.1만 명이던 동시 접속자가 2시30분에는 17만 명을 넘어섰고, 브리핑 시작 후에는 30만 명을 넘어가기도 했습니다.


BTS 순서가 끝난 이후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마이크를 잡자 기자들이 하나둘 자리를 뜨기 시작했고, 동시 접속자도 급격히 감소했습니다.

한 미국 기자는 "디스 위원장 브리핑을 보려고 이렇게 많이 모였나"라고 우스갯소리를 했고, 디스 위원장은 멋적은 표정을 지으며 "오늘 집에 가서 애들한테 내 브리핑 오프닝을 BTS가 해줬다고 얘기해야겠다"고 웃음섞인 농담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백악관 밖도 '인산인해'

방탄소년단의 팬들이 백악관 철제 펜스에 몰려든 모습. / 사진 = 특파원 공동 취재단


백악관 바깥에도 200여 명이 넘는 BTS 팬들이 모여들어 철제 펜스를 사이에 둔 채 BTS를 외치며 열정적으로 응원했다

BTS의 팬인 하자르 베르지지는 "BTS는 음악을 통해 사랑과 통합을 전파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매일 음악을 통해 인종차별주의를 다루고 적극적인 메시지 전달을 돕는다. 다른 아티스트들은 BTS와 같은 일을 잘 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팬 아누 비스워스는 "음악을 통해 모두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BTS는 더 많은 사랑을 가져다준다"고 말하며 손으로 하트 모양을 지어 보였습니다.

깔끔한 무채색 패션…"단정하게 예의 갖춘 것"

백악관 브리핑룸에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서 있는 방탄소년단의 모습. / 사진 = 특파원 공동 취재단


이날 브리핑룸에 6분가량 머문 BTS 멤버들은 전원 검은색 정장에 검은색 넥타이, 흰색 와이셔츠 차림이었고, 머리색도 모두 검은색이었습니다.

리더 RM을 시작으로 진, 지민, 제이홉, 정국, 슈가, 다시 RM 순으로 돌아가며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멤버들은 다른 멤버의 말을 두 손 모아 집중하며 경청했고, 뛰어난 영어 회화 실력을 가진 것으로 익히 알려진 RM은 이 자리에서도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명했습니다.

RM은 "백악관에 초청 받아 굉장히 영광이며 반아시아 혐오 범죄에 대한 중요한 이슈를 다루기 위해 방문했다"며 백악관 방문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제이홉은 "저희가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것은 다양한 국적·언어·문화를 가진 팬 여러분들이 계신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정국은 "한국인의 음악이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넘어서 전 세계 많은 분들께 닿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슈가와 뷔는 "옳고 그름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평등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오늘(면담을 통해)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기 위한 또 한걸음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BTS는 준비한 발언이 끝난 뒤 '백악관에 왜 온 것이냐', '왜 검은색 정장을 입었느냐' 등 쏟아지는 질문에 답하지 않고 브리핑룸을 빠져나갔습니다.

하이브 관계자는 검은색 정장으로 맞춰 입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특별한 의미는 없고 단정하게 예의를 갖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지난 29일 미국에 도착한 BTS는 짧은 미국행을 마무리하고 1일 귀국할 예정입니다.

[최유나 디지털뉴스 기자 chldbskcjstk@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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