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폼페이 최후의 날' 숨진 남녀 DNA 해독…"男 혈통, 예상과 달라"
입력 2022-05-27 11:37  | 수정 2022-05-27 13:33
'대장장이의 집'(Casa del Fabbro)에서 발견된 유해 2구. /사진=연합뉴스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팀, 고대 로마제국 시대 유해 분석

약 2천년 전 고대 로마제국의 도시 폼페이에 살다가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숨진 사람의 유전자 정보가 처음으로 해독됐습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의 가브리엘레 스코르라노 교수와 이탈리아 살렌토대의 세레나 비바 박사 연구진은 오늘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화산재에 덮인 상태로 발굴된 폼페이인에서 유전자를 추출해 해독했다"고 밝혔습니다.

로마의 정치인 소(小) 플리니우스(Plinius Minor, 출생 61년, 사망 113년께)가 남긴 기록에 따르면 베수비오 화산은 79년 8월 24일 오후 1시께 폭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당시 2천여 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현재의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 근처에 있던 폼페이는 번성하는 항구도시였고 부유한 로마인들이 휴양지로 삼는 곳이었으나 한순간에 멸망했습니다.

연구진은 1933년 폼페이에서 발굴된 남녀 두 명의 귀 안쪽에서 유전물질을 추출해 해독했습니다. 이들은 기원후 79년 8월 24일 오늘날 '대장장이의 집'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점심을 먹다가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하면서 뿜어져 나온 화산재에 덮여 사망했습니다.


특이한 점은 다른 폼페인들과 달리 이번에 DNA를 분석한 남녀는 화산폭발을 피해 탈출하려는 모습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소파를 바라보고 누운 채로 죽었습니다. 남성은 사망 당시 나이가 35~40세이고 여성은 50세로 추정됐습니다. 신체 나이로는 충분히 탈출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비바 박사는 "남녀의 자세가 왜 도망하려던 모습이 아니었는지는 건강 상태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여성의 DNA는 해독이 불가능한 상태여서 남성의 유전자만 해독할 수 있었는데 연구진은 남성의 허리뼈에서 결핵균의 유전자를 찾았습니다. 남성은 화산폭발 이전에 이미 결핵에 걸려 거동이 불편한 상태였던 것입니다.

결핵성 척추염의 병변이 나타나는 4번 요추. / 사진=연합뉴스

남성의 혈통도 예상과 달랐습니다. 이 남자의 Y염색체와 mtDNA 계보 양쪽 모두 그간 공개된 고대 로마시대 이탈리아인에게서 발견된 적이 없는 유형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번 mtDNA 계보 분석에서 남성은 DNA의 변형 정도에 따라 유전자 집단을 분류할 때 '하플로그룹(haplogroup) HV0a'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런 계보는 지금까지 이탈리아에서 보고된 고대 로마인들 중에는 없었습니다.

Y염색체도 지금까지 이탈리아 반도에서 발견된 고대인 중에는 없었던 '하플로그룹 A-M13' 계보에 속했습니다. 이 계보는 주로 주로 동부 아프리카에서 발견되며 근동과 샤르데냐, 키프로스, 레스보스 등 지중해의 섬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습니다.

즉 남자의 부계와 모계 모두 지금까지 알려져 있던 고대 로마시대 이탈리아인에게선 발견되지 않은 계보에 속했다는 뜻입니다. 이를 근거로 연구진은 당대 이탈리아 반도에 높은 수준의 유전적 다양성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이는 로마시대 지중해 지역에 활발한 교류와 이주가 있었다는 기존의 연구를 뒷받침한다고도 설명했습니다.

동시에 남자는 그 당시 이탈리아 중부지방 로마인과도 높은 수준의 유전 정보를 공유하고 있으며, 이 점은 그가 이탈리아반도 태생이었을 개연성을 시사한다고 연구진은 밝혔습니다. 그가 폼페이 출신인지 이탈리아반도 내 다른 곳에서 이주한 경우인지는 불분명하지만, 완전히 외부로부터 대규모로 유입된 노예일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입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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