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CNN "알자지라 기자 피격 사망…이스라엘군 조준 사격 때문"
입력 2022-05-25 15:37  | 수정 2022-05-25 16:00
이스라엘군의 테러범 수색작전을 취재하다가 사망한 알자리라 기자 추모 그림들. / 사진=연합뉴스
목격자 증언 및 영상…이스라엘 군용 차량서 총알 날아온 것 찍혀
이스라엘군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과의 총격전 중 총 맞은 것으로 보여"
목격자들 "당시 팔레스타인 무장 대원 없었다…총격에 상황 급변"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 제닌에서 알자지라 기자인 시린 아부 아클레(51) 씨가 피격 사망한 것은 이스라엘군의 조준 사격에 의한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24일(현지시간) CNN은 지난 11일 오전 6시 30분경 아클레 기자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이스라엘군이 수색을 나왔던 제닌 난민캠프 입구 근처에 서 있다 머리에 총을 맞고 사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아클레 기자가 피격당할 때 현장 부근에 있던 여러 목격자는 근처 길가에 있던 이스라엘군이 기자들을 조준해 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스라엘군은 아클레 기자의 사망 원인을 두고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의 무차별 사격이나, 무장세력과 함께 있었기 때문에 총격전 중에 저격당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CNN은 이스라엘군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할 수 있는 영상 증거를 입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들에 따르면 아클레 기자 주변에 팔레스타인 무장대도 없었고 총격전도 없었습니다.

CNN에 따르면 8명의 목격자와 음성 분석 전문가, 폭발물 전문가가 진위를 확인한 영상은 아클레 기자가 이스라엘군의 조준사격에 의해 사망했음을 시사합니다.

알자지라의 시린 아부 아클레 기자 피격 당시 현장에 함께 있었던 팔레스타인 여기자 샤타 하나이샤 씨. / 사진= CNN 갈무리


아클레 기자 바로 옆에 서 있었던 또 다른 팔레스타인 여기자 샤타 하니아샤 씨는 "그녀가 갑자기 쓰러졌고 머리에서 피가 흥건하게 흘러나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총소리를 듣기는 했지만 그 총알이 우리를 향해 날아올 줄 몰랐고, 그들이 우리를 죽이려 한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스라엘군은 조준 사격 가능성을 전면 배제하는 쪽으로 항변해왔습니다. 이들은 처음부터 누가 아클레 기자를 피격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랜 코차이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군 라디오 방송에서 "아클레 기자는 무장한 팔레스타인들 사이에서 현장을 촬영하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스라엘군은 아클레 기자가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의 무차별 사격 또는 이들과 총격전을 벌이던 이스라엘 저격수가 쏜 총에 맞았을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아클레 기자는 알자지라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를 적극적으로 취재한 유명인사였습니다. 사건 당시 그의 유명세로 인해 10여 명의 남자 기자들이 아클레 기자와 그의 동료들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습니다. 이들은 주변을 어슬렁대며 잡담을 나눴고, 일부는 자신의 휴대폰으로 주변 사진을 찍었습니다.

CNN이 공유한 16분짜리 휴대폰 영상에서는 이 휴대폰의 주인이 기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걸어가면서 멀찍이 주차한 이스라엘 장갑차를 '줌인'하는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해당 영상은 제닌 난민촌 거주자인 27살의 살림 아와드 씨가 촬영한 것입니다.

요르단강 서안에서 총격을 받고 사망한 알자지라 기자 시린 아부 아클레의 장례식 / 사진=연합뉴스


아와드 씨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아클레 기자 피격 당시 팔레스타인 무장대원이나 어떤 충돌도 없었으며,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누가 총을 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기자들이 주변에 있어서 오히려 안전지대로 여겨졌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와드 씨가 현장에 도착한 지 몇 분 지나지 않아 갑자기 총격이 시작되며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영상에는 아클레 기자와 하나이샤 씨 등 팔레스타인 언론인 4명이 이스라엘 군용 차량을 향해 걸어가다 갑자기 총알이 날아오자 아클레 기자가 몸을 돌리는 장면이 담겼습니다.

아와드 씨는 "너덧 대의 군용 차량에서 군인들이 총을 겨누고 있었고, 그중 한 명이 아부 아클레 기자를 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우리는 바로 저기에 서 있었고 직접 그 장면을 목격했다"며 "총알은 그녀가 입고 있던 방탄조끼와 그녀가 쓴 헬멧 사이, 그녀의 귓가를 맞혔다"고 말했습니다. 아와드 씨가 일행과 함께 아클레 기자에게 다가가려 하자 총알이 날아와 아클레 기자를 도와줄 수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사건 당시 성인 남성과 소년들 무리에 섞여 있었던 16세의 팔레스타인 소년 역시 아클레 기자가 피격당하기 직전 누구도 총을 쏘거나 돌을 던지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들이 모두 병원으로 간 뒤 소년이 찍은 영상에는 이스라엘 군용 차량 5대가 천천히 아부 아클레 기자가 숨진 현장 옆을 지나 제닌 난민촌을 떠나는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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