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마스크로 얼굴 가린 아프간 여성 앵커…"우리는 목소리로 계속 투쟁"
입력 2022-05-23 18:01  | 수정 2022-05-23 18:07
탈레반의 지시에 따라 마스크를 쓰고 진행에 나선 아프간 톨로뉴스 여성 앵커 / 사진=연합뉴스
남성 진행자도 마스크 착용…탈레반 지시 항의·여성과 연대


아프가니스탄 집권 세력 탈레반이 TV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여성의 얼굴을 가리라는 지시를 내리자 현지 방송인들 사이에서 항의 기류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현지 시각으로 오늘(23일) 톨로뉴스 등 아프간 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지난 19일 탈레반 정부가 이같은 지시를 내린 후 방송가에선 소극적이지만 뚜렷한 반발 움직임이 보였습니다.

탈레반의 지시가 강압적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마스크 등을 착용하며 따르기는 하나, 저항해 가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보인 것입니다.

톨로뉴스의 여성 앵커인 소니아 니아지는 AFP통신에 "그들(탈레반)은 우리에게 마스크 착용을 강요했지만 우리는 목소리를 이용해 계속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나는 이번 명령으로 인해 절대로 울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다른 아프간 여성을 위한 목소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아프간 TV 대부분의 여성 진행자는 탈레반의 이번 지시가 있기 전까진 머리와 목 등만 가리는 스카프를 두르고 방송에 참여해왔습니다.

톨로뉴스의 임원인 흐폴와크 사파이는 "(탈레반에게서) 전화로 엄한 지시를 받았다"며 여성 진행자가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강요에 의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여성앵커의 얼굴을 가리라는 지시에 항의 표시로 마스크를 착용한 아프간 남성앵커 / 사진=연합뉴스


톨로뉴스, 1TV 등 주요 뉴스 채널의 남성 진행자들도 탈레반의 지시에 항의를 표하고 여성 앵커와 연대한다는 표시로 마스크를 착용한 채 진행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앞서 탈레반은 지난 7일 여성에 대해 공공장소에서 얼굴을 모두 가리는 의상 착용을 의무화했습니다.

당시 탈레반 최고 지도자 히바툴라 아쿤드자다는 "샤리아에 따라 매우 연로하거나 어리지 않은 여성은 눈을 제외한 얼굴을 가려야 한다"며 바깥에 중요한 일이 없을 경우 여성은 집에 있는 것이 낫다고 했습니다.

이슬람권에는 여성의 머리나 몸을 가리는 여러 전통 의상이 있는데 이 가운데 부르카(눈 부위만 망사로 뚫린 채 얼굴 등 온몸을 가리는 복장)와 니캅(눈을 제외한 전신을 가리는 복장)이 얼굴을 가리는 대표적인 의상입니다.

탈레반은 1차 집권기(1996∼2001년) 때 샤리아를 앞세워 공포 통치를 펼쳤습니다.

당시 탈레반은 음악, TV, 등의 오락을 금지했고 도둑의 손을 자르거나 불륜을 저지른 여성을 돌로 쳐 숨지게 했습니다. 또 여성은 부르카를 의무 착용해야만 했습니다.

탈레반은 재집권 후 여성 인권 존중 등의 유화책을 발표하기도 했으나 올해 들어 다시 이슬람 질서를 강화하는 데 힘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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