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검찰, 테라·루나 '폰지 사기' 혐의 수사 검토
입력 2022-05-20 10:37  | 수정 2022-05-20 10:51
가상화폐 루나-테라 관련 고발장 제출 중인 LKB(엘케이비)파트너스 변호사들 / 사진=연합뉴스
'20% 수익 보장하겠다'는 문구 폰지 사기에 해당할 수 있어
세무당국 예외적으로 재조사 벌일 경우 권도형 CEO 조세포탈 혐의 수사 가능성도


검찰이 가상화폐 루나·테라USD(UST) 발행사인 테라폼랩스의 권도형 최고경영자(CEO)에게 사기 혐의 적용이 가능한지에 대한 집중 수사가 가능한지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최근 탈세로 수백억원을 추징당한 권 대표가 조세포탈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20일 검찰은 권 대표에게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 상 사기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법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UST를 사서 맡기면 연 20% 수익률을 보장하겠다고 광고한 '앵커 프로토콜' 부분이 폰지 사기(신규 투자자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을 제공하는 다단계 금융사기)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견해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프로토콜을 통해 UST 생태계에 필요한 자금을 끌어들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연 20% 수익률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지적 역시 나오고 있습니다.

전날인 19일, 투자자들은 법무법인 LKB(엘케이비)앤파트너스를 통해 권 대표를 서울남부지검에 고소·고발했는데, 이들 중 한 명은 피해액이 무려 5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기·횡령·배임 등 경제범죄는 피해액이 5억원 이상인 경우에만 검찰의 직접 수사가 가능한데, 이번 사건은 '5억원 이상의 사기'에 해당하기 때문에 검찰이 곧바로 수사에 착수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한 검찰 관계자는 "테라·루나 발행과 거래 시기 전체를 수사 대상으로 보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가상 화폐 시장이 어려워진 가운데 권 대표 측이 '수익률 보장'에 대해 얘기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수사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외에도 세무당국이 예외적으로 재조사를 벌여 권 대표 등을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권 대표는 공동창업자 신현성 씨 등과 함께 세금을 탈루한 혐의로 지난해 서울지방국세청의 특별세무조사를 받았는데, 당시 국세청이 이들에게 추징한 금액은 법인세와 소득세를 더해 총 500억원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당시 세무당국은 단순 세무조사만 진행했을 뿐 수사기관 고발을 위해 필수적인 '조세범칙조사'는 하지 않았습니다. 단순 탈세가 아니라 범죄 혐의가 있는 조세포탈 사건으로 보고 수사기관에 고발하려면 세무조사를 조세범칙조사로 바꿔야 하는데 이 과정 없이 사건을 종결한 겁니다.

최근 폭락한 루나 코인 시세 / 사진=연합뉴스


원칙적으로 한 번 종결된 사건에 관해서는 재조사가 제한되지만 '조세탈루의 혐의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자료가 있는 경우'는 예외적으로 재조사가 허용되는 만큼 재조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높아 보입니다. 세무당국의 관계자 역시 "사안이 워낙 크고 중대해져서 재조사나 고발이 없을 것이라고 단정짓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이에 한 검찰 관계자는 "만약 권 대표가 조세포탈 혐의로 고발되면 테라폼랩스와 별도로 개인에 대한 수사가 가능해지고, 사기와 조세포탈을 묶는다면 수사가 좀 더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다만 피해액이 5억원 이하인 투자자들이 다수일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에서 검찰이 사건을 경찰로 넘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권 CEO가 해외에 체류 중인 데다 테라폼랩스 한국지사는 해산한 상태라 국내 수사당국이 물리적으로 강제수사를 벌일 대상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문제로 꼽힙니다.

한편 서울남부지검은 고소장 내용과 기초적인 사실관계를 검토한 후 사건을 배당할 예정입니다.

[디지털뉴스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