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특별기고] 러북 찰떡공조 속 한미 정상회담에 임하는 자세
입력 2022-05-20 09:58  | 수정 2022-05-20 10:43
박종수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 / 사진 =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제공
북한의 러시아 결사옹호 배경은…미 제재 '동병상련'
우크라전, 김정은 정권에 이중적 함의…'안보 분업' 형성
러 ICBM 기술·북 우크라전 군사 지원 시나리오 염두해야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러시아의 최대 우군은 북한입니다.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설'이 제기되던 지난해 말부터 반미친러 입장을 노골화했습니다.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러시아를 고립시키고 우크라이나로의 군사적 진출을 정당화하려는 것이라고 맹비난했습니다.

올해만도 16회 26발의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중거리 미사일이었으나 러시아의 '특수군사작전'이 개시되던 2월 24일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집중 발사했습니다. 당연히 미국을 겨냥한 것입니다. 또한 3월에는 '우크라 사태의 근본 원인이 미국의 패권정책'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아울러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방북해 미사일 지원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4월에도 '대리전쟁을 통한 미국의 군수업계 이권 챙기기' 계략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이처럼 러북간 공조체제를 강화하는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북한이 러시아를 결사옹호하는 배경이 무엇이겠습니까? 첫째는 대외적 요인입니다. 북한은 '2022년 미국 군사력지수' 보고서에서 중국·러시아와 함께 '높은 위협'을 가하는 적성국으로 분류됐습니다. 러시아처럼 미국으로부터 고강도 경제제재를 받고 있어 동병상련의 입장입니다. 따라서 러시아에 대한 유엔 비난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것은 예상된 수순이었습니다.


둘째는 대내적 요인입니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김정은 정권에게 이중적 함의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핵을 포기한 우크라이나의 운명을 상기시키면서 핵미사일 개발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부각합니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과 장기간 경제제재로 인한 국민들의 만성적 불만을 외부로 분출시키는 출구로 삼습니다.

셋째는 북러관계 요인입니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북한이 러시아에 밀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구소련 당시 자동 군사개입 동맹조약이 2000년 개정된 신조약에서는 '유사시 즉각 접촉'으로 톤다운됐습니다. 고립무원의 김정은에게는 러시아와의 동맹관계 복원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빵은 중국, 총은 러시아'라는 북한의 양다리 외교가 자연스럽게 수면 위에 오르고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동아시아의 미중 경쟁과 유럽의 나토·러시아 경쟁에서 '안보적 분업'체제를 형성합니다. 러시아와 북한도 마찬가지입니다. 두 나라는 유럽의 '서부전선'과 동북아의 '동부전선'에서 각각 역할분담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전에 전념할 수 없도록 하는 교란작전의 일환일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국제정세에 대한 세심한 전략적 판단 없이 친서방 외교정책을 택한 것이 자국의 운명을 주변 열강에 내맡기는 결과를 야기했습니다. 우리는 분단국, 반도국, 동맹국, 그리고 통상국이라는 현실을 직시하면서 한반도가 열강의 각축장이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한미동맹을 유지해 나가면서도 그것을 이유로 신냉전 구도 속에 갇히지 않는, 좀 더 유연한 외교를 펼쳐야 합니다. 자주국방력을 강화하고 남북한 군비통제를 동시에 추구하는 방안도 필요합니다. 더 나아가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북미관계의 물꼬를 트는 전향적인 자세도 바람직합니다.

내일(21일) 한미정상회담에서 제기될 수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공조문제는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특히, 군사 아젠다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최근 항간에 떠도는 한국산 무기의 우회 지원이 현실화될 경우 예상치 않은 결과를 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러시아는 북한에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 완성용 민감기술을 제공하고,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선에 자국의 병력 파견이나 미사일을 지원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러북 양국의 찰떡공조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박종수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사의 보도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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