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이것이 바로 공예의 손맛"…대나무 트레이 만들어보니
입력 2022-05-19 17:40 
오는 29일까지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리는 한국공예전 `사물을 대하는 태도`전시에서 중앙홀에 신성창(꽃), 한선주(섬유), 한창균+NBW(죽),부안관요(청자) 작품이 함께 전시돼 있다. [사진 제공 =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거기가 왠지 거슬리더니만···. 이제껏 엮었던 대나무살을 풀고 다시 짜야겠네요."
지난 7일 문화역서울284(옛 서울역 건물) 2층 세미나실. 친환경 소재인 대나무 공예 전도사인 한창균 선생이 진행한 대나무 트레이 체험교육에는 남성 한명과 여성 여덟명이 모였다. 교실 여기저기서 시차를 두고 탄식이 터져나왔다. 직사각형 나무틀에 0.5m 두께 대나무살을 가로와 세로 규칙에 맞게 배치하는 작업이 단순해보여도 만만치 않았다. 삐질삐질 땀까지 났다.
한창균 장인이 죽세공 제조법을 시연하고 있다. [이한나 기자]
하지만 1시간 남짓 대나무와 손 움직임에만 집중하니 되레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다. 완성된 대나무 트레이를 보니 더욱 뿌듯했다. 마포구에서 온 김현지 씨(40)는 "손으로 직접 만드는 체험을 하니 여기에 내 혼이 담긴 것 같다"며 "지속가능한 재료로 만들어 더욱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했다.
한창균 선생은 전남 곡성에서 대나무를 직접 키우는 죽공예가로 조화신 소목장과 임채지 초고장, 담양 대공예명인 노순걸 방림장을 사사했다. 그는 "대나무만큼 친환경적이고 튼튼하면서 저렴한 재료는 흔치 않다"며 "일본과 달리 수요가 줄면서 전통 기구나 기술이 많이 사라지고 있는데 많은 분들이 우리 공예의 우수성을 깨닫길 바란다"고 했다.
한창균 장인의 대나무 트레이 체험 교실 장면
오는 29일까지 옛 서울역 건물인 문화역서울284에서 전통 공예를 만나고 체험하는 장이 펼쳐졌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하는 공예 기획전 '사물을 대하는 태도' 덕분이다. 이 전시는 지난해 밀라노 한국공예전 출품작과 전국 각지에서 활약하는 작가들 작품을 함께 옛 서울역 건물에서 재구성해 참여작가 38팀의 작품 280여점을 선보였다. 1층에는 하늘과 땅, 인간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대지의 사물들', 2층에서는 인간 삶에 소중한 반려로서 공예품인 '반려 기물들'과 한국의 다양한 생활문화를 담은 공예 '생활의 자세들'을 펼쳤다.
죽세공가 한창균 선생의 체험지도로 완성된 대나무 트레이
전시장 한가운데에는 한창균 선생이 후배 작가들과 함께 결성한 대나무 디자인그룹 NBW(죽)의 생활용품과 오브제 등 공예작업물이 독특한 근대문화유산 공간 속에서 독특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한선주 섬유공예가가 베틀에 섬유직조 장면도 재연했다. 기획전 개막에 맞춰 국가무형문화재 안치용 한지장인이 '한지뜨기'도 시연했다. 그는 40여년간 괴산군에서 닥나무를 직접 재배해 원료를 얻고 3대째 전수받은 방식으로 전통 한지를 만든다. 얼마나 많이 흔들고 땀을 내야 더 두껍고 튼튼한 한지가 나오는지 확인할 수 있다.
남종현 작가가 찍은 고려시대 수저 사진은 그저 대형 한지에 인화했을 뿐인데도 현대적이고 세련된 미감이 넘쳤다. 이 거대한 한지는 성파 스님이 만들었다. 영화 '기생충'에서 박사장네 저택 가구를 디자인한 박종선 작가는 현대적인 목가구와 스피커를 선보였다. 한국 아트퍼니처 대표주자 최병훈 작가의 작품은 해외 명품 못지 않은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목걸이 등 몸에 걸치는 금속 장식물은 반려기물도 공중에 띄워 오브제처럼 진열돼 인상적이었다.
김태훈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장은 "밀라노 한국공예전 귀국 보고회 컨셉 전시로 대중들에게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고 공예문화 저변 확대에 일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를 기획한 강재영 예술감독(맹그로브아트웍스 대표)은 "밀라노전시때 유럽인들이 한국 공예의 아름다움에 반해 호응이 뜨거웠다"면서 "근대 건물 공간을 활용해서 더욱 뜻깊은 전시가 되도록 애썼다"고 밝혔다.
`2022 공예주간`을 맞아 29일까지 옛 서울역자리인 `문화역서울284`에서 공예전이 펼쳐지고 있다. 19일 공개된 `촉각의 순간들` 전시에서 관람객들이 눈을 감고 `사랑담은 한 상`공예품을 만지며 시각장애인 입장에서 작품을 느껴 보고 있다. 3D 프린터로 제작한 작품들을 선보인 이번 전시에는 `만지며 배우는 경복궁...
한편 오는 20~29일 공예주간을 맞아 전국 648개 공방과 화랑, 문화예술기관이 참여해 공예전시와 체험, 강연 등 1397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문화역서울284에서 공예주간 개막작으로 시각장애인들이 참여한 3차원 인쇄 특별기획전시 '촉각의 순간들'이 19일 공개됐다. 일반 관람객들이 촉각으로 사물을 인식하는 과정을 경험하게끔 해준다. 민속박물관 파주관 16수장고에서 현재 공예작가들 작품과 민속 유물을 전시한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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