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그런데'] '성비위' 사과만 하면 끝인가?
입력 2022-05-18 20:12  | 수정 2022-05-18 20:45
'하얀 목련이 필 때면 다시 생각나는 사람.'

가수 양희은 씨는 40년 전 난소암 말기로 석 달의 시한부 판정을 받고 '하얀 목련'의 노랫말을 썼습니다. 마지막 유언이 될지도 모른다는 심정으로 썼다는데, 대한민국 가사 대상도 받았지요.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다.'라는 말이 생각나게 하는 노래입니다.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교회 성비위를 밝혀준 기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교황은 성추문 진상조사에 소극적이라는 평을 받기도 했지만, 이를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교회에서 다시는 비위를 덮으려 하지 않겠다고 약속, 실제로 지난해 6월, 성범죄를 저지른 성직자의 처벌을 명문화하며 38년 만에 교회법을 개정했습니다.

우리 정치권은 어떨까요. 성직자와 단순 비교하는 건 무리겠지만 신뢰를 바탕으로 공적 활동을 한다는 점에선 큰 차이가 없죠.

''뽀뽀해 주라'라고 화가 나서 했던 말은 맞습니다. 그래서 볼에다가 하고 갔던 것이고요. 그 당시에 제가 조사를 받은 것도 아니고.'

윤재순 총무비서관은 성비위 의혹에 대해, 문제의 발언을 한 건 맞지만,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다르다며 이렇게 항변했습니다.

하지만 과거에 쓴 '전동차에서'라는 시에서 '풍만한 계집아이의 신체를 밀쳐 보고, 만져 보기도 하는 곳'이라고 해 왜곡된 성 의식이란 지적도 받고 있죠?

앞서 김성회 종교다문화비서관은 성소수자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비하 발언으로 사퇴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성비위' 의혹을 받는 박완주 의원을 제명했으며 정의당에선 지금 성폭력을 감추려 했다, 아니다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고개 숙여 사과하면 뭘 합니까. 교황이 사과와 더불어 38년 만에 교회법을 바꿔서라도 잘못한 이의 처벌을 강화한 것처럼 조치를 취해야,
보는 이들도 그 사과가 와 닿지 않을까요. 사과는 사실 그 대가, 조치가 뒤따라야 진실성이 느껴지거든요.

우리 정치권도 아름다운 사람이 넘쳐 머문 자리가 아름답길 바라는 건 너무 큰 욕심일까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성비위' 사과만 하면 끝인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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