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현장에서] '내로남불' 지적하던 박완주 의원의 '내로남불'
입력 2022-05-18 17:05  | 수정 2022-05-18 19:43
박완주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에서 제명됐습니다. 이유는 더 충격적입니다. 다름 아닌 ‘성비위 의혹, 피해자는 오랜 시간 자신의 의정활동을 도운 보좌진이었습니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심각한 수준의 성범죄가 확인됐다”며 여러 차례 고개를 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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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내로남불 먼저 고쳐야 돼”

개인적으로 박완주 의원을 참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잘못을 두둔하며 핑계를 찾는 대신 냉정하게 인정하는, 국민 또는 언론의 따끔한 지적도 쿨하게 수용할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19대 대선 때 ‘대세 문재인 전 대통령 대신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도울 정도로 각별했지만, 다들 쉬쉬하며 다른 사연이 있을 가능성을 언급할 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습니다. 2020년 박원순·오거돈 성추행 파문 땐 입장문을 냈습니다. "참혹하고 부끄럽다. 우리 사회는 지도층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에 대해 단호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피해호소인'이라는 표현을 쓴 민주당 지도부를 향해서도 일침을 날린 것은 물론 주변에서 피해자의 호소를 묵살하거나 방조하지 않았는지도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동지'란 이유로 민주당 내 다수 의원들이 침묵하고 외면할 때 그래서 ‘내로남불 얘길 듣는 거야. 민주당은 그것부터 고쳐야 돼”라고 비판했습니다.
정책위의장을 맡았던 지난해 공군 부사관 성추행 사건이 발생하자 "가해자는 물론 사건을 무마하려는 시도까지 엄중한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박 의원입니다.

‘성범죄 근절·피해자 보호에도 목소리

박 의원은 성범죄 근절 문제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사건이 벌어지기 불과 두 달 전쯤엔 <성평등 국회 실현을 위한 실천 결의안>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2012년에도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공동발의했습니다. 권력 관계 등에서 비롯된 성폭력 범죄 피해자들 대다수가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도 도움을 받기 어려우니, 피해 당사자가 아니어도 알게 되면 즉시 신고해야 하고 신고했다는 이유로 불이익 조치를 받으면 안 된다는 내용입니다. 법안을 발의하려면 최소 10명의 동의가 필요한데 친분에 따라 혹은 실적을 위해 제대로 된 검토도 없이 이름을 올리는 게 관행처럼 굳어졌습니다. 하지만, 박 의원은 그렇게하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직접 꼼꼼히 살펴본 뒤 이름을 올릴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즉, 박 의원이 이름을 올린 법안엔 박 의원의 생각이 담겨있는 겁니다.

참담했던 일주일…법정에서 가려질 진실

사건이 공개된 지 일주일, 여러 면에서 참담합니다.

박 의원은 갑작스러운 민주당의 ‘제명 조치 결정 이후 자취를 감췄습니다. 어떻게든 원만하게 해결해 보고 싶었던 피해자를 대리 서명을 통해 면직시키려 했다는 사실도 공개됐습니다. 피해자가 사과를 받을 수 없다는 걸 깨닫고 당에 신고하자 사직서를 낸 것처럼 꾸며 해고하려 한 겁니다.
제명 사흘 만에 내놓은 입장도 실망스럽습니다. "당과 나에게 고통스럽지만 불가피하게 제명의 길을 택했다. 어떠한 희생과 고통이 있더라도 아닌 것은 아니다. 긴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감내하고 시작한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희생한 것이고, 법적 조치를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행안위에서 피고발인 조사?

피해자는 박 의원을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위력에 의한 강제 추행, 명예 훼손, 직권남용 등의 혐의입니다. 그런데 제대로 수사가 될지는 의문입니다. 박 의원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이기 때문입니다. 행안위는 경찰청을 관리·감독하는 곳입니다. 경찰 조사를 받을 처지에 놓였지만 감독하는 위치에 있는 겁니다. 무소속 의원에 대한 상임위 배정 권한은 국회의장에게 있습니다. 하지만 의장실 관계자는 아무 입장이 없다”고 했습니다. 임기가 일주일 남았다는 말에선, ‘우리의 일이 아니다라는 무책임함마저 느껴졌습니다.

신속했던, 그러나 빈약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예고대로 박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했습니다. 민주당은 167석 거대 야당이지만, 단 24명만 이름을 올렸습니다. ‘신속하게 처리하느라 그랬나 보다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과반의석을 과시하며 우리가 정하면 입법이고, 국회운영이고 그냥 가는 것이라던 민주당 한 의원의 목소리가 어쩐지 떠오릅니다.

[안보람 기자 ggarggar@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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