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세종기자실록] 식량안보는 난해한 '고차 방정식'…정보전, 장기전략도 필요
입력 2022-05-19 08:00 
aT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관리 중인 농산물 비축기지의 내부 모습 / 사진 = MBN

#주요이슈 된 식량안보…정책 우선순위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사태 침공 여파, 세계 곡창지 가뭄 영향, 인도의 밀 수출 금지 조치 등으로 식량위기, 식량안보가 주요 이슈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오르지 않은 품목을 찾기 힘들 정도로 식탁 물가가 고공행진 중입니다.

정부도 '민생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정책을 수행 중입니다. 먼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밀의 국내 생산 자급률을 높이고, 현재 전국 14곳에 있는 곡물 비축기지를 더 늘리기로 했습니다.

#식량안보=생산능력+조달능력+지불능력

그렇다면 식량안보란 정확히 무엇일까요? 저와 통화한 이주량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 나라의 식량안보는 생산능력과, 조달능력, 지불능력의 합"이라며 우리의 상식보다 복잡한 사안이라고 정의내렸습니다.

우선 생산능력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의 직접 생산을 확대하는 것을 뜻합니다. 국내 생산은 '자급률'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국내 생산 밀의 경우 수입 밀보다 가격이 4배 이상 비싸기 때문에 밀 자급률을 높이는 건, 그만큼 국민 세금 혹은 소비자 부담을 늘릴 우려가 있습니다.

이 선임연구원은 "경제적 한계비용과 농경지 면적(우리나라의 경우 총 농경지 크기는 160만헥타르)을 고려한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최대 25% 정도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에 나머지 75%는 해외에서 들여오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일본의 경우 종합상사(다종류의 상품을 종합하여 외국무역 ·국내유통을 대규모로 영위하는 곳)가 미국에 기술지원과 자기자본을 투자해 곡물을 현지 생산하고 그것을 일본으로 들여오는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있는데, 이처럼 해외에서의 직접 생산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조달능력과도 연관됩니다.
포스코 인터내셔널의 사업 분야 중 하나인 식량 / 사진 = 포스코 인터내셔널 홈페이지

국내에서는 종합상사로는 유일하게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인도네시아 팜오일 농장조성 및 설비 투자 사업, 미얀마 쌀종합처리장 사업 등을 통해 주요 곡물 트레이딩 업체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이 선임연구원은 "식량이 지금까지는 돈은 안 되고 리스크는 많은 사업분야였지만, 이제는 정부 투자 등을 통해 더 많은 종합상사들이 식량 사업에 뛰어들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진짜 위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결국 정보전

문제는 진짜 식량위기는 오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저와 통화한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장은 "우리나라에서는 식량위기, 식량안보를 가격과 물가 문제로만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 2년간 전세계적으로 곡물 생산량은 비슷한 수준이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영향으로 불안 요인이 생겨 곡물 가격이 올랐다"고 분석했습니다.

남 소장은 "곡물 메이저 생산국인 호주와 미국이 동시에 기후위기로 인한 가뭄이 들어 전세계적인 곡물 생산량이 떨어질 때가 진짜 위기"라고 전망했습니다. 또 이에 대한 장기적인 대비가 필요하다며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등 생산여력과 가능성이 풍부하지만 아직 기반기술이 부족해 대규모 곡물 수출국으로 진입하지 않은 나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그 나라 안에서의 인적네트워크를 만드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남 소장은 정보전의 중요성도 강조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해외 국가들이 곡물을 수입하는 통로는 '해외 곡물 메이저 업체들'입니다. 아처대니얼스미들랜드(ADM), 벙기(Bunge), 카길(Cargill), 루이드레퓌스(LDC)가 세계 4대 메이저 곡물 업체인데 이들은 세계 곡물 시장의 약 80%를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인공위성을 이용해 세계 곡물의 작황을 파악하고 생산국 내부 정보도 파악해 선물투자로 미리 해외 곡물 수량을 확보하는데, 항간에서는 미국 중앙정보국 CIA도 곡물 분야만큼은 이들보다 정보력이 뒤쳐진다는 말도 있습니다. 남 소장은 "우리나라에는 해외 식량 동향 관련 분석을 하고 전략을 세우는 기관이나 담당 부처, 부서가 따로 없다"며 "이렇다보니 일반 사람들이 더 불안하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세계 곡물 시장의 4대 메이저 업체들 로고 / 사진 = 구글

#정부 "국내 식용유 수급 원활…사재기 불필요"

이런 분위기 속에서, 식용유 사재기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해바라기유 최대 수출국인 우크라이나를 불법 침공한 러시아 여파, 인도네시아의 팜유 수출 금지 조치 영향에 따라 국제 식용유 가격이 올랐기 때문입니다. 일부 유통 채널에서는 1인당 구매 제한 조치도 내놓았습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8일 업체들(CJ제일제당, 농심, 오뚜기 등 5개업체)과 유종별 식용유 국내 공급 상황을 점검했습니다. 회의 결과, 국내 공급사들은 운송 중인 물량을 포함하여 2~4개월 가량의 재고를 안정적으로 보유하고 있었고, 원재료인 대두 수입도 원활해 수급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가격 불안 심리로 인해 필요 이상으로 미리 구매하는 상황을 완화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담합 등 유통 교란 행위도 점검할 방침입니다. 불안감을 조정하는 언론 보도도 더욱 조심해야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안병욱 기자 obo@mbn.co.kr]

※[세종기자실록] 행정수도 세종시에 있는 행정부처와 관련 산하기관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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