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생중계된 美 총기 난사…'소셜미디어 콘텐츠 규제 논란' 재점화
입력 2022-05-17 11:59  | 수정 2022-05-17 13:21
뉴욕주 버펄로의 총기난사 현장에 차려진 희생자 추모 제단. / 사진=연합뉴스
2019년 뉴질랜드·독일서도 페북·트위치로 총기난사 생중계

지난 15일(현지시간) 발생한 미국 뉴욕주 버펄로 슈퍼마켓 총기난사범의 범행은 비디오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에서 생중계됐습니다.

트위치가 2분 뒤 곧바로 송출을 중단시켰지만, 피의자 페이튼 젠드런(18)이 슈퍼마켓 입구에서부터 카운터까지 돌진하며 시민들에게 총을 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날 총격 희생자 수는 총 10명이었습니다.

젠드런은 방탄 헬멧에 달린 고프로 카메라로 이미 총에 맞아 쓰러진 사람을 향해 다시 총을 발사하는 장면, 흑인이 아닌 점원에게는 "(총을 잘못 겨눠서) 미안!"이라고 소리치는 장면까지 생중계했습니다.

총기 난사 범행 현장으로 이동하는 페이튼 젠드런. / 사진=연합뉴스

2분짜리 해당 동영상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틱톡 등 거의 모든 플랫폼에서 광범위하게 확산됐습니다. 한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이 동영상은 삭제되기 전까지 300만 건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습니다.

총격 사건 직후 젠드런은 인터넷에 108페이지 분량의 성명을 게재해 자신의 범행을 정당화했습니다. 스스로를 파시즘을 신봉하는 백인 우월주의자라고 밝힌 젠드런은 미국의 권력층이 백인 인구를 줄이기 위해 유색인종 이민자의 적극적인 유입을 시도하고 있다는 음모론을 펼쳤습니다.

성명서에는 미국의 백인 사회와 문화가 유색인종에 의해 대체될 것이라는 불안감과 함께 이민자에 대한 증오심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국 뉴욕주 버펄로의 슈퍼마켓에서 총기 난사 후 체포된 용의자 페이튼 젠드런. /사진=연합뉴스

한편 젠드런의 범행은 지난 2019년 3월 뉴질랜드 백인 우월주의자가 이슬람 사원에서 총기 난사로 51명을 살해한 사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범행 현장으로 가는 장면을 온라인으로 생중계한 젠드런은 뉴질랜드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도 온라인으로 생중계를 했다는 사실을 언급한 뒤 "지금 벌어지는 일들은 모두 그 동영상에서 시작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총기 난사 생중계' 문제는 비슷한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반복되고 있습니다.

같은 해 10월9일 독일 작센안할트주 할레 유대교회당 앞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사건도 트위치에서 약 30분간 실시간 중계됐고 방송을 실시간으로 본 시청자 수가 2천명을 넘어섰습니다.

미국 뉴욕주 버펄로지방법원에 출석한 총격범 페이튼 젠드런. / 사진=연합뉴

뉴욕타임스(NYT)는 총기 난사 사건의 완전 근절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런 생중계나, 이 생중계를 녹화한 동영상의 확산이 또 다른 총기난사범의 탄생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총기난사범 상당수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확산하는 자료로 인종차별적 궤변을 습득하고, 잘못된 동기부여에 빠지는 경향을 보여 이런 동영상이 결정적인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트위치가 사건 발생 2분 만에 생중계를 차단한 것은 현재 기술 수준에서 매우 빠른 편이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차단이 빨랐어도 생중계가 시작되자마자 희생자가 발생했고, 이 동영상이 결국 확산했다는 점에서 모든 이용자에게 생중계 권한을 주는 정책을 수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젠드런은 범행 전 남긴 글에서 트위치를 생중계 플랫폼으로 고른 이유에 대해 "무료 생중계가 되고 인터넷 이용자라면 전부가 시청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버펄로가 고향인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소셜미디어 업체를 향해 "(문제의 동영상이) 바이러스처럼 확산하고 있다"며 "이런 것이 확산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있다'는 식의 정책은 다시 한번 확인해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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