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마조히스트여서 때렸다"…남친 고문·살인한 20대 '10년 감형'
입력 2022-05-17 09:51  | 수정 2022-05-17 10:48
사진= 김원 유튜브 캡처
피해자 지인들 "피학적 성적 취향 없어"

연인을 고문·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대학생이 2심에서 10년을 감형받은 사유가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유튜브에 공개된 웹다큐멘터리 '김원 사건파일'에서는 2020년 부산의 한 대학교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을 다뤘습니다.

부산의 대학생 A씨(당시 24세·여)가 남자친구 B씨(당시 25세)를 알게 된 것은 2020년 4월 학교 야구 동아리에 가입하면서부터였습니다. A씨는 야구 동아리 투수 겸 감독을 맡은 B씨와 술자리에서 친분을 쌓았고, 5월 두 사람은 연인 관계가 됐습니다. 그 후 A씨와 B씨는 6월 동거를 시작했습니다.

B씨는 교제 기간 A씨에게 무차별적인 폭행과 고문을 당했습니다. A씨는 집에 있는 야구방망이, 휴대폰, 가위, 철제 커튼봉, 펀칭기 등으로 B씨의 온몸을 가격했습니다. 특히 허벅지 등 일부 부위는 피부가 벗겨져 뼈가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결국 B씨는 교제 7개월만인 11월 10일 변사체로 발견되었습니다. 그는 당시 화장실 바닥에 변을 흘렸다가 A씨한테 철제 커튼봉으로 폭행당해 사망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씨는 B씨의 사망 이후 7시간이 지나서야 112에 신고했습니다.

A씨는 검찰 조사에서 "B씨는 마조히스트였다"며 살인에 이르게 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피학적 성적 취향이 있는 B씨가 먼저 때려달라고 요구해 어쩔 수 없이 폭행하다 살인을 저지르게 됐다는 것입니다.

그는 "B는 제게 가학적 성행위를 요구하며 화장실에 변을 준비해놨다. 저는 거부 의사로 커튼봉으로 B의 허벅지를 때렸는데, B가 변이 묻은 손으로 저를 만지려고 해 다시 목덜미를 때렸다"며 "이후 그만하라고 하고 화장실을 나왔더니 남자친구가 변기 위에 힘없이 앉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B씨의 허벅지를 흉기로 찌른 것에 대해서는 "남자친구는 가학적 성행위를 거부하면 스스로 가위를 들고 허벅지를 찔렀다. 한번은 너무 집착하고 괴롭혀 일부러 정을 떨어뜨리게 하기 위해 가위로 살을 잘랐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진= 김원 유튜브 캡처

그러나 B씨의 지인 대부분은 B씨에게 피학적인 성향이 없었다고 반박했습니다. B씨의 전 여자친구도 법정에서 "B씨는 변태적인 성관계를 요구한 적이 없다. 최대한 제게 맞춰주려고 했다. 정말 착한 사람이었는데 A씨를 만난 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B씨가 생전 친한 친구에게 보낸 메일에는 A씨의 가스라이팅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B씨는 "내가 연락할 때까지 연락하지 마. 카톡 보고 충격받지 마. 여자친구가 봤다. 거의 24시간 붙어있으니까 먼저 연락하지 마. 메일도 쓰고 바로 지울 거다. 절대 답장하지 마. 전부 다 본다"고 적었습니다.

B씨는 또 휴대폰 메모장에 '깨워달라고 하실 때 무슨 수를 써서라도 깨워드릴 것, 어떤 일이라도 여보의 일이 우선이기에 정신 차려서 행동하기, 안 그러면 전 남친과 연락'이라는 글을 적어놓기도 했습니다.

1심은 A씨에게 살인 및 특수상해 혐의로 A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휴대전화 영상을 보면 피고인이 주도적으로 B씨에게 성행위시키는 장면이 확인된다"며 "피해자는 A씨가 주도한 일방적인 관계에 종속돼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A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피고인이 B씨를 살해할 목적이나 의도까지 있었던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이어 살인죄와 특수상해죄를 경합범으로 본 원심의 판단에 오인이 있다고 보고 징역 15년으로 감형했습니다.

이후 대법원에서 징역 15년이 확정됐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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