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권도형, 테라·루나 폭락 전 "코인 몰락 재밌을 것"...발언 배경은?
입력 2022-05-16 09:36  | 수정 2022-08-14 10:05
지난 5일 '체스닷컴' 인터뷰 재조명
펀드스트렛, 테라·루나 하락 '죽음의 소용돌이'로 묘사

한국산 암호화폐(코인) 루나와 테라USD(UST)가 99% 폭락 사태를 맞기 약 일주일 전, 해당 코인을 개발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코인의 몰락을 예견한 듯한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져 투자자의 반발이 커지고 있습니다.

권 대표는 지난 5일(현지시각) 체스 관련 인터넷매체 '체스닷컴'을 통해 세계적 체스 선수 알렉산드라 보테즈와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이날 인터뷰에서 권 대표는 "암호화폐 기업이 향후 5년간 얼마나 남을 것이라고 보느냐"는 보테즈의 질문에 웃음을 터뜨리며 "95%는 죽을(몰락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단호한 느낌을 주려는 듯 화면을 향해 손을 휘두르며 "95%는 죽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이어 "하지만 그걸 지켜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인터뷰어는 권 대표의 발언에 웃음으로 화답했지만 다소 놀란 표정을 지으며 "재미있을 거라고요?"라고 되물었습니다. 권 대표의 발언은 불안정한 가상화폐 시장에서 옥석을 가리는 과정이 찾아올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됩니다. 한편으로는 테라·루나의 발행자로서 생존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권씨의 인터뷰 내용은 국제 가상화폐 거래소 데리비트 트위터에 지난 5일 공개됐습니다.

그 뒤 인터뷰 나흘 뒤인 지난 9일, 시장에서 루나와 테라 코인이 대폭락했습니다. 가격이 1달러에 연동되도록 설계된 테라 가치가 반토막이 난 것입니다.


테라는 발행 담보를 설정하는 대신 차익거래 시스템을 통해 자매 코인 루나를 발행하거나 소각하는 방식으로 '1테라=1달러' 가격을 유지해왔습니다. 테라 가격이 하락하면, 투자자들로부터 테라 코인을 예치 받아 연 최대 20% 이자를 지급했습니다.

하지만 테라 시세가 1달러 밑으로 떨어지면서 루나의 가치도 급락했습니다. 테라와 루나의 가치는 권씨의 인터뷰 1주일 뒤인 지난 12일 사실상 가격을 부여할 수 없는 수준으로 하락했습니다. 루나의 낙폭은 당일 하루에만 95% 이상, 1주일 전과 비교해 99% 이상으로 커졌습니다.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의 시장조사업체 펀드스트렛은 테라와 루나의 연계된 하락을 '죽음의 소용돌이(death spiral)'로 묘사했습니다. 루나는 15일 오후 3시 현재 0.0003달러 선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우리 돈으로 0.39원에 해당하는 가격입니다.

이 인터뷰 내용을 두고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자사의 파멸을 예고한 듯한 인터뷰", "입이 방정이다" 등의 부정적인 의견이 주를 이뤘습니다. 해당 인터뷰 영상은 소셜미디어와 유튜브 등에 여러 차례 공유됐고, 일부 투자자들은 코인의 몰락을 "재밌다"고 말한 권 대표의 태도에 분노했습니다.

권 대표는 지난 13일 "내 발명품이 여러분 모두에게 고통을 줘 비통하다"면서 본인의 실패를 인정하고 투자자들에 사과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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