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북핵 위기 고조되는 한반도…전문가 입 모은 해법은
입력 2022-05-10 18:35 
국군통수권 이양받으며 첫 집무를 시작한 윤석열 대통령 / 사진 = 연합뉴스
윤 정부 경제중심 접근 수용 가능성 회의적
스콧 스나이더 "윤석열 리더십에 달렸다"
전봉근 교수 "지난 30년 비핵화 외교 실패"
정권 따라 오락가락 탈피하고 북핵 정책 지속가능성 확립해야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북한에 "대화의 문을 열어놓겠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실제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반응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5년짜리 단기 성과에 안달할 것이 아니라 긴 안목으로 접근하면서 정권마다 오락가락하는 대북정책의 원칙을 바로 세우는 일이라고 조언합니다.

"'이명박 2.0' 시사"

취임 선서하는 윤석열 대통령 / 사진 = 국회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해서도 그 평화적 해결을 위해 대화의 문을 열어놓겠다"며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북한 경제와 북한 주민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계획을 준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취임사에 대해 "5년 전인 2017년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를 통해 밝힌 것처럼,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필요하면 워싱턴과 베이징, 도쿄에도 가고 평양에도 가겠다는 것과 같은 적극적인 주변국과 북한 설득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면서 "이명박 정부 시기의 '비핵·개방·3000'과 유사한 '선 북한 비핵화, 후 대북 지원' 입장을 천명"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은 핵을 대북 제재 완화와 바꾸지 않겠다고 밝혔고, 북미 및 남북 대화 재개의 조건으로 한미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그중에서도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중단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윤석열 정부의 경제중심적 접근을 수용할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전망했습니다.
스콧 스나이더의 CFR 글 캡쳐 / 사진 = CFR

미국외교협회(CFR)의 한반도 전문가인 스콧 스나이더도 비슷한 평가를 내렸습니다.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정권이 이양되던 2008년과 지금의 상황이 흡사하다면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등 이명박 정부에서 근무했던 외교정책보좌관들의 귀환은 필연적으로 '이명박2.0'의 시작을 시사한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윤 대통령도 비슷한 문제에 직면하겠지만 정책 선택의 폭은 이 전 대통령 때보다 제한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자신들의 외교 정책 실수를 이용하려는 야당 주도의 국회에 직면해 있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국제적 리더십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는 점도 윤석열 정부가 직면한 가장 큰 제약으로 봤습니다. 그러면서 "윤 정부 외교 정책의 성공 여부는 좁은 길을 헤쳐나가며 글로벌 리더십에 대한 대중적 지지를 확보하는 그의 능력에 달렸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핵 외교 불편한 진실 직시해야

지난해 10월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모습 / 사진 =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미국의 저명한 북핵 전문가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는 관련국들이 적극적인 협상 의지를 가져도 북한 비핵화에 최소 10년에서 15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습니다. 북한이 이미 약 100기의 핵무기를 보유했다는 연구 보고서도 있습니다. 비핵화 추진 시 개발에 참여한 과학자와 노동자 등 대규모 인력이 종사할 대체산업 확보 문제까지 포함하면 현실적인 소요기간은 더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안보통일연구부 교수도 10일 '북핵 동향 평가와 성과 지향의 북핵정책 모색' 보고서에서 "지난 30년간 한미의 북한 비핵화 외교는 실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한국과 미국 정부가 북한 비핵화를 최우선 대북정책 과제로 추진했었지만, 북핵위기의 반복도 북한의 핵역량 증강도 막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새로운 북핵 위기는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위협하는 ‘핵전쟁 위기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직시해야 할 북핵 문제의 불편한 현실로 ▲ 북핵 협상의 악순환 패턴 ▲ 북한의 저항성과 내구성 망각 ▲ 대북 합의 및 불법적 핵개발 중단의 대가 제공이 곤란함 ▲ 북핵 위기의 역설 등을 들었습니다.

북한은 이미 여러차례 있었던 북핵위기 와중에 핵능력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 왔습니다. 그동안 북한 내부의 위기를 이용해 강력한 제재로 북한을 굴복시켜 핵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려 해왔으나, 결과는 7차 핵실험 가능성입니다. 미중 경쟁으로 동북아의 신냉전 구도가 고착되면 제재압박의 효과는 더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 제재 압박 만으로 핵개발을 포기시키거나 국가 안보 노선을 변경시킨 사례는 없다는 것이 전 교수의 설명입니다. 북한이 이란과 우크라이나의 사례를 보며 핵포기가 뜻하는 바를 어떻게 생각할 지 고려해보면 이 같은 분석이 더욱 설득력있게 다가옵니다. 또한 진작 대화로 풀 수 있는 문제도 상황이 악화하면 해결하기 어려워진다면서 "북한의 핵역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볼 때, 내일을 기다리기보다는 오늘 북한과 거래하면 비핵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사실 북한 핵 개발 초기에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것을 오늘은 가래로도 막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현실 감안해 실현 가능한 전략 수립해야

결국 냉철한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 더불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오락가락하는 대북 정책의 중심을 바로 세워야한다고 강조합니다.

전 교수는 "북핵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우리는 비핵화 해법에 대한 논쟁에 곧잘 빠진다"면서 "우리는 '빅딜'을 선호했지만, 항상 '노딜'로 끝났다. 지금이라도 주어진 현실을 감안하고, 실현가능한 비핵화 전략을 수립하고,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북한의 저항성과 동북아의 지정학 동향, 미국의 낮은 북핵문제 집중도, 우리의 제한된 대북 압박 역량 등 현실을 외면한 탓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실행 가능한 북핵 정책으로 ▲ 북핵위기의 재발을 방지하고 핵역량 증강을 저지하기 위해 이란핵합의(JCPOA) 모델에 따른 북미 '잠정합의'를 추진할 것 ▲ 북핵협상 재개를 촉진하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낼 것 ▲ 북핵협상 재개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북한의 경제위기 해소와 경제발전 욕구를 적극 활용할 것 ▲ 북한 비핵화를 위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남북기본협정과 DMZ 국제평화공원을 추진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아울러 "국민합의에 기반한 지속가능한 대북정책을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면서 "미국 같은 초강대국이라면 모를까, 한국같이 열악한 지정학적 여건은 그런 사치를 허용치 않는다"고 역설했습니다. 5년마다 바뀌는 대북정책으로는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정 센터장도 "한국의 대통령이 자신의 5년 임기 내에 북핵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면서 "여야 공동으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장기적 로드맵을 마련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해법으로 "북한 핵프로그램의 동결과 검증, 단계적 핵감축, 완전한 비핵화의 3단계 로드맵을 작성해 그에 따라 한 정부의 5년 임기 내에 실현 가능한 목표를 추구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제안했습니다.

이어 "북한은 남한에서 정권이 바뀌면 대북 정책도 180도 바뀌는 것을 경험해왔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초당적 여·야·정 협력을 통해 지속 가능한 대북정책을 수립하지 않는 한 북한이 한국 정부와의 진정성 있는 대화에 나서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습니다.

[신동규 기자 easternk@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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