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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철 “K리그 선수들, 비즈니스 마인드 갖추자” [국영호의 스포츠人사이드 #11]
입력 2022-05-10 10:22  | 수정 2022-08-08 11:05
부상 회복하려고 착실히 준비하고 있는 @#$. 아 한국말 진짜 잘 못하겠어요. 하하.”

해외 무대에서 활약하다 11년 만에 K리그로 복귀해 햄스트링에서 회복 중인 구자철(33)은 이야기 도중 말이 꼬이자 저도 모르게 웃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8년, 카타르 스타스리그에서 3년. 오롯이 축구 기량을 꽃 피우고자 지독하게 ‘현지화되고자 긴 시간 노력했던 영향이다.

처음에 한국인으로서 독일에서 적응하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했는데, 4~5년이 지나고부터는 ‘독일인 구자철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문화에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었거든요. 거기에 익숙해져서 ‘반(半)독일 사람으로 살았기 때문에 최근 한국에서 들어와 살면서 여러 가지로 헷갈리는 게 많아요. 그렇다고 곧바로 ‘한국인이 되어야겠다는 계획은 없어요. 너무 익숙해져서요. 하하.”

한데, 알아둬야 할 것은, 독일 무대로 떠나던 2011년 인천공항에서 봤던 구자철이나 2022년 제주로 돌아와 자택에서 만난 구자철이나 똑같았다는 사실이다. 매사에 100% 전력을 쏟는 캐릭터는 그대로였다. MBN 스포츠 토크쇼 ‘스포츠야에서 그런 구자철을 오랜만에 만났다.
말이 많아도

구자철은 축구계 대표적인 ‘투머치토커다. 말수는 여전한데, 속이 꽉 찬 게 예전과 달랐다. 만일 11년 전 복귀 소감을 물었다면 십중팔구 5분 간 장황하게 얘기했을 테지만, 이번엔 달랐다.

제가 왜 (친정팀) 제주로 복귀했고, 왜 K리그에서 마무리하고 싶은지 명확하게 얘기하고 싶었어요. 나를 키워준 제주에 돌아온 것, 제주에서 성장한 소년이 돌아온 것을 또다른 유소년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었어요. 항상 이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저는 제주 선수로서 제주국제공항을 통해 원정 경기를 하러 비행기 탈 때도 제주를 대표해서 간다고 생각해요. 항상 제주의 자부심과 자랑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제주에 사는 자랑스러운 선수로서 활약해왔기 때문에 국내에 돌아오면서 그런 메시지를 주고 싶었어요.”
‘구글거려도

여전한 건 또 있다. 구자철과 오글거림의 합성어 ‘구글거림이다. 구자철의 어록(?)으로 유명한 외로움은 항상 따라다닌 것 같아요” 같은 말이다. 항상 뭔가 고민하는 성격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되는데, 이번에도 나왔다. 구자철은 ‘복귀를 서두른데 대해 후회하지 않느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후회라는 단어는 지나치게 얘기하면 사치가 될 수 있어서. 후회는 안하고요. 다음에 또 잘하면 돼죠.”

복귀 2경기 만인 지난달 5일 울산전에서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 부상)을 당한 데 대해선 TMI로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냥 그 (출전) 시간을 즐기려고 했는데 부상을 당했어요. 침투를 하려는데 뒤에 ‘빡하고 (근육이) 올라오더라고요. 햄스트링은 태어나서 처음이었어요. 어이가 없더라고요. 제가 햄스트링을 쓰는 스타일이 아닌데, 순발력이 있어서 파파박 뛰는 것도 아니고, 왜 다쳤는지. 햄스트링은 보통 폭발적인 속도를 내는 (차)두리형 같은 선수가 다치잖아요. 두리형처럼 KTX도 아니고, 저는 통일호인데. 저는 20세 때도 통일호였거든요.아, 요즘 세대는 통일호 모르겠구나. 당시에 부상 상태로 봐선 들것에 실려나가는 게 맞는데, 차마 그 모습은 용납이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걸어나갔어요. 많이 아팠어요.”
‘방전될 때까지

앞에서 언급했듯 구자철은 뭐든 전력을 쏟는다. 언젠가 한창 주가를 올릴 때 여러 일정을 소화해 파김치가 된 걸 본 적이 있는데, 약속한 인터뷰는 해야 한다”며 퀭한 눈을 한 구자철과 1시간을 마주한 적이 있었다. 그러고는 ‘방전이 됐다.

저는 할 때는 하고, 안할 때는 안하는 사람이에요. 겉핥기로 하면 싫어요. 할 때는 완전히 해야 돼요.”

지난 달 복귀전에 앞서 워밍업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몸만 푸는 게 아니라 팬서비스도 할 때는 해야 했다.

몸을 풀고 있는데 팬들이 계속 제 이름을 부르잖아요. 그럼 저는 또 답례를 해야 돼요. 그런데, 제가 그렇게 하니까 같이 몸푸는 제주 동료들이 당황하더라고요. 제가 조금 더 적응이 필요할 것 같아요. 제주 동료들은 팬들과 소통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아요.”
비즈니스 마인드

구자철은 자연스럽게 ‘축구의 본고장 유럽의 독일에서 ‘일하던 때를 떠올렸다. 국내 선수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내용이다.

한국 축구에서는 비즈니스 관계 형성이 안 된 것 같아요. 축구도 ‘일이잖아요. ‘일이면 가기 싫어도 가야 되고, 이겨내고 싶지 않아도 이겨내야 해요. ‘일이니까요. 그런데 한국에선 ‘일이라는 개념이 명확하지 않은 것 같아요. 유럽 기준으로 봤을 때, 제 생각으로는 프로 수준이 아닌 것 같아요. ‘내 가족 생계다, ‘지역 프로구단이면 지역 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인물이 되어야한다라는 생각을 가져야 하잖아요. 그게 스포츠산업이고요. 제가 경험한 해외 11년 간 해외 선수들의 책임감은 거기까지 가있더라고요. 개개인이 모두 리더가 되어야 하는 환경이 중요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일적으로 해야 하는데, 국내는 아직 그런 문화가 없는 것 같아서 아쉬워요. 축구를 더 진중하고 진지하게 임해야 돼요.”
‘일을 하라

구자철은 특히 ‘축구 선진국이라는 독일에서 부단하게 ‘일을 했다. 축구 경기뿐만이 아니라 경기장 밖에서 ‘인맥을 늘리는데도 애를 썼다. 여기서 ‘인맥이란 건 사람을 알아가거나, 궁금증이 생겼을 때 사람을 통해 알아가려는 활동을 뜻한다.

대한축구협회가 지난 2019년 독일 명문 바이에른 뮌헨 등과 팀 운영, 유소년 육성 시스템에 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는데, 구자철이 먼저 나서 양측을 주선한 결과였다. 궁금하거나 고민이 있을 때는 주저하지 않고 직접 당사자에게 전화를 걸어서 묻는 스타일. 그게 구자철이다. 오죽하면 구자철은 분데스리가 18개팀 단장을 모두 안다”는 얘기가 나올까.

특히 애정하는 아우크스부르크 지금 단장이나 기술이사나 스카우트, 유소년 총괄 감독과 지금도 연락하고요. 미디어팀 쪽에선 제가 가면 언제든지 환영해준다고 하더라고요.”

직접 러브콜을 보내 마인츠에서 함께 했던 토마스 투헬 감독과도 연락한다고 한다. 투헬 감독은 현재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인 첼시를 이끌고 있다.

몇 달 전에 연락했어요. 첼시 우승했을 때. 첼시 오면 연락하라는데, 첼시 스폰서가 지금 한국 기업도 아니고 제가 갈 일은 없을 것 같긴 한데, 아무튼 투헬 감독 사람들이 다 제 사람들이에요. 이 사람들 통해 한 다리 건너면 독일 축구인들은 다 연결이 돼죠.”
‘후배가 본다

구자철은 유럽에서 정말 열심히 ‘일했다. 본인을 위해서도 한국축구를 위해서라고 했다. 박지성이 그랬고, 차두리가 그랬던 것처럼 유럽 진출을 꿈꾸는 후배들을 위해 ‘징검다리 역할을 하기 위해서였다고도 했다.

유럽에서는 K리그에서, 대표팀에서 보여주던 실력의 50%를 보여주기까지 정말 수많은 노력이 필요해요. 자신감이 있어야 무엇을 보여주는데 그 자신감을 만드는 시간을 갖는 게 쉽지 않아요. 그런데 그 끝이 실패라고 해서 실패자라고 얘기할 수는 없어요. 그 역할을 해주는 게 저나 (기)성용이나 선배들의 역할이었어요. 유소년들이 저나 두리형이 해외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 꿈을 꿨을 것 아니에요. 그런 형들이 버텨주고 좋은 활약을 펼쳐서 저한테도 와닿아서 꿈을 꿀 수 있었거든요. 저도 그러려고 노력을 많이 했고요.”
돈 대신 탐구

구자철은 그렇게 독일에서 8년을 뛰고 2019년 축구대표팀 은퇴를 선언하고 나서 돌연 카타르 무대로 옮겼다. 사실 독일에 잔류하면 ‘돈도 더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재계약했으면 독일 생활 중에 가장 많이 연봉을 받았을 거예요. 재계약 조건이 카타르보다 훨씬 좋았거든요. 빅클럽이면 모를까, 대표팀도 은퇴하니까 저도 ‘더 이상은 (유럽에서 도전을) 못하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이제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자는 생각이었어요. 독일 에이전트도 ‘왜 카타르로 가냐고 했을 정도였어요.”

여러 사람의 만류에도 카타르로 간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한국에는 아직 들어올 준비가 안됐고, 중국 가는 건 조금 아니고. 때마침 카타르에서 월드컵을 하니까 카타르월드컵을 현지에서 보내고 싶었어요. 그 나라에서 그 사람들을 만나고 그 문화를 배우면 제가 은퇴하고 나서 훗날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서였죠. 실제로 의미있는 시간을 만든 것 같아요. 그걸 언젠가 한국축구를 위해 써먹어야 할 테고요. 제가 한국축구에 받은 사랑이 있기에 그걸 돌려줘야 한다는 개념이 강하게 있거든요.”
오지라퍼의 삶

‘제주 사랑만큼이나 ‘카타르 사랑도 대단했다.

카타르는 너무 좋았어요. 4월부터 8월까지는 한 섭씨 50도가 되기 때문에 더워요. 하지만, 실내에서는 항상 에어컨을 켜기 때문에 점퍼를 입고 생활했어요. 올해 월드컵이 열리는 11월에는 선수 입장에서는 최고의 환경일 거예요. 감히 얘기하자면, 역사상 이것보다 최고의 환경에서 월드컵을 치르는 일은 없을 거예요.”

스스로 인정하는 ‘오지라퍼답게 현지에서 월드컵을 관전하는 팬들을 위해 ‘꿀팁도 소개했다.

에어컨이 나오기 때문에 실내에서는 반팔, 반바지로 입고는 어딜 가든 30분 이상 못 버텨요. 추워서요. 10분도 힘들 걸요. 그래서 두꺼운 후드집업 같은 것 가져가세요. 솔직히 말하면 오리털 점퍼 가져가도 돼요. 그리고, 숙박난도 우려가 되는데, ‘사막 텐트를 이용하는 게 나을 겁니다.”

구자철은 복귀해서 절친인 기성용으로부터 국내 환경이 해외와 많이 다르니까 부상 조심하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는데, 결국 출전 2경기 만에 다쳤다. 그라운드 환경의 차이도 있었으리라 짐작된다. 이에 대해선 좋고 나쁨이 아니라 환경의 차이라고 했다. 구자철은 이런 부분에도 관심이 많았다. 국내와 해외의 간극을 좁히는 일. 그래서 구자철은 앞으로 바쁠 것이다. 간혹 눈이 퀭한 채로 여러 관심 있는 일에 몰두할 것 같다. 앞으로 행보에 더욱 관심이 가는 이유다.

[국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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