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언제까지 싼맛에 '오빠차' 탈래"…비쌀수록 대박, '건방진' 기아 니로[카슐랭]
입력 2022-05-03 19:32  | 수정 2022-05-04 08:52
주제파악 못해서 더 매력적인 신형 니로 [사진출처=기아]

"주제파악 못하니 더 끌리네"
기아 신형 니로에 대한 한줄 평가다. 신형 니로는 크기, 성능, 가격에서 모두 '주제'를 몰랐다.
주제 파악을 못하다보니 타깃도 달라졌다. 소형 SUV 돈줄이자 고정고객인 20대만 공략하지 않았다.
새로운 고객을 찾아나섰다. 가격이나 크기에 집착하지 않는 '욜로(YOLO)족'이다. 욜로는 'You Only Live Once(한 번뿐인 인생)'라는 뜻이다. 욜로족은 처음엔 20~30대 위주였지만 요즘은 40대 이상도 많다.
신형 니로 [사진출처=기아]
욜로족은 나이와 상관없이 미래보다는 현재의 행복을 위해 소비한다. 삶의 질을 높여주는 취미생활, 자기 개발 등에 돈을 아낌없이 쓴다.
욜로족은 자동차를 구매할 때도 '크기=나이=가격'에 얽매이지 않는다. '작은 차, 큰 기쁨'을 원하면 남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산다. 오빠차가 아빠차, 아들차가 엄마차가 된다.
대신 자동차 생활의 질을 높여줄 사양(옵션)을 중요하게 여긴다. 중형차를 살 돈으로 옵션이 풍부한 소형차를 선택한다.

신형 니로, "그 돈이면 스포티지" 지적

스포티지와 투싼 [사진출처=기아, 현대차]
지난 1월 출시된 신형 니로는 가격이 좀 더 비싸지더라도 좀 더 좋은 성능과 품질을 원하는 욜로족을 공략했다.
처음엔 가격 저항에 시달렸다. 준중형 SUV에 버금가게 비싸진 가격 때문이다. 가격은 2660만~3306만원으로 2439만원부터 시작하는 기존 모델보다 200만원 이상 올랐다.
사실 준중형차 이하 차종은 중형차 이상 차종보다 가격 반발이 거센 편이다. 돈이 부족한 20~30대가 생애 첫차로 주로 타기 때문에 싸야 한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아서다.
비싼 편의·안전 사양을 넣어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 저항도 심해지는 것처럼 여겨졌다.

소형 SUV인 신형 니로도 가격이 공개된 뒤에는 "그 값이면 돈 좀 더 보태서 기아 스포티지나 현대 투싼 등 준중형 SUV 사겠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인기높은 스포티지와 투싼은 물론 소형 SUV인 기아 셀토스, 쉐보레 트레일 블레이저도 있는 상황에서 가격까지 오른 신형 니로 판매는 저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예상 밖, 비쌀수록 잘 팔렸다

신형 니로 [사진출처=기아]
예상과 전망은 엇나갔다. 신형 니로는 지난 2월 사전계약에서 대박을 터트렸다. 4일(영업일 기준) 동안 1만7600대 계약됐다. 지난해 판매대수 1만8504대에 버금가는 실적이다.
사전 계약자를 연령대별로 구분해보면 20대는 19%, 30대는 26.7%, 40대는 20.7%, 50대는 20.9%, 60대 이상은 12.7%다.
2030세대 비중은 45.7%다. 40대 이상은 54.3%다. 중형 SUV 이상을 주로 산다는 40대 이상이 오히려 많이 선택했다.
욜로족의 특징인 '작은 차 큰 기쁨'은 트림과 옵션에서 파악할 수 있다. 트림별 선택 비율은 최상위 트림인 시그니처가 45.1%로 가장 높았다.
프레스티지(40.6%), 트렌디(14.3%)가 그 뒤를 이었다. 고급 사양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많았다는 의미다.
신형 니로 [사진출처=기아]
시그니처 트림은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정차 및 재출발 기능 포함), 안전 하차 보조,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10.25인치 내비게이션 등 차급을 뛰어넘는 사양을 기본 채택했다.
싸야 잘 팔린다던 소형 SUV이지만 오히려 비쌀수록 인기를 끈 셈이다.
색상에서도 욜로족의 특징 '개성 추구' 현상이 나타났다. 흰색, 회색, 검은색 등 보수적인 무채색이 여전히 주도하고 있지만 유채색 선택자도 많아졌다.
외장 컬러 선택 비중을 살펴보면 친환경차 이미지와 어울리는 깔끔한 느낌의 스노우 화이트펄(51.3%)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그 다음으로 인터스텔라 그레이(13.9%), 시티스케이프 그린(12.6%), 미네랄 블루(9.4%), 오로라 블랙펄(7.1%), 스틸 그레이(5.4%), 런웨이 레드(0.3%) 순으로 나왔다. 유채색이 상위권에 포진했다.

준중형 SUV 뺨치는 공간 활용성

신형 니로 [사진출처=기아]
신형 니로 인기비결은 넓어진 공간과 향상된 주행 안정성, 개선된 파워트레인 탑재로 높아진 복합연비 달성, 친환경 소재와 기술 적용, 역동적이고 트렌디한 디자인 등 '주제'를 뛰어넘은 품질과 성능에 있다.
기아는 신형 니로에 3세대 플랫폼 기반의 설계를 적용해 공간 활용성을 강화했다.
전장x전폭x전고는 4420x1825x1545mm다. 기존보다 65mm 길어지고 20mm 넓어지고, 10mm 높아졌다. 실내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도 2720mm로 기존보다 20mm 길어졌다. 실내공간이 준중형 SUV 수준으로 넉넉해졌다는 뜻이다.
신형 니로 [사진출처=기아]
트렁크 적재용량도 기존 모델보다 15ℓ 커진 451ℓ다. 트렁크 바닥의 높이를 일원화해 2열 시트를 접을 경우 평평한 '풀플랫'도 가능해졌다. 차박(차에서 숙박)할 수 있는 수준이다.
욜로족을 사로잡기 위해 외모에도 공들였다. 기아 시그니처인 타이거 페이스 디자인을 후드에서 펜더까지 확장시켰다. 심장 박동을 형상화한 LED DRL(주간주행등)로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연출했다.
C필러(리어도어의 후측 기둥)는 안쪽으로 공기가 지나갈 수 있도록 에어커튼 홀을 적용했다.
부메랑 모양의 LED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와 통합된 C필러를 통해 역동적인 분위기를 강조했다.
실내에서는 10.25인치 디스플레이 두 개를 단절감 없이 연결했다. 미래지향적이면서 세련됐다. 기아 EV6 실내와 비슷하다.

주제파악 못한 성능과 품질로 인기

신형 니로 [사진출처=기아]
편의·안전사양은 소형 SUV에는 과하다 여겨질 수준이다. 중형 SUV부터 주로 채택하고 준중형 SUV인 스포티지에는 없는 윈드 실드 글라스 헤드업 디스플레이(HUD)을 적용했다.
스마트 키 없이 NFC(근거리 무선통신)가 장착된 안드로이드·iOS 기반 스마트폰을 운전석 바깥쪽 도어핸들에 대면 차량 출입을 가능하게 해주는 디지털키 2터치도 채택했다.
미세먼지 농도에 따라 맞춰 실내 공기를 정화해주는 실내 미세먼지 상태표시 기능도 갖췄다.
차량, 보행자, 자전거 등과 부딪칠 위험을 줄여주는 전방 충돌방지 보조(FCA), 전방 카메라와 내비게이션 정보를 통해 안전 운행 속도를 조절해주는 지능형 속도 제한 보조(ISLA)도 장착했다.
신형 니로 [사진출처=기아]
패밀리카로 쓸 수 있도록 '부모 마음'도 챙겨줬다. 안전 하차 보조(SEA)는 정차 후 탑승자가 차에서 내리려고 도어를 열 때 후측방에서 접근하는 차량이 감지되면 경고하고 전자식 차일드 락이 작동해 문이 열리지 않도록 해준다.
하이브리드카답게 친환경 소재도 적극 사용했다. 차량 천장(헤드라이닝)은 폐플라스틱(PET) 재활용 소재를 함유한 섬유로 제작했다.
윈도우 스위치 패널은 BTX(벤젠, 톨루엔, 자일렌)를 넣지 않은 친환경 페인트로 칠했다. 바이오 인조가죽 시트는 유칼립투스 잎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든 섬유로 제작했다.

작을수록 '안전·안심·안락' 더 챙겨야

신형 니로 [사진출처=기아]
시승차는 최고출력 105마력, 최대토크 14.7kg.m의 스마트스트림 G1.6 하이브리드 엔진과 최고출력 32kW, 최대토크 170N·m의 모터를 탑재했다.
2세대 6단 DCT(더블 클러치 변속기) 장착하고 공력 성능을 개선해 국내 SUV 중 가장 높은 복합연비 20.8km/ℓ를 달성했다.
운전석에 앉으면 시야가 넓은 편이어서 답답하지 않다. 스티어링휠은 가볍다. 편안하고 쉬운 운전에 초점을 맞춘 차의 성향이 손으로 전달된다.
조작 편의성과 첨단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센터콘솔에는 전자식 변속 다이얼(SBW)를 달았다.
드라이브 모드는 에코와 스포츠로 구성됐다. 에코 모드에서 시속 50km 수준까지는 하이브리드카답게 조용하게 움직인다. 기름도 아껴준다.
고속에서는 가속페달을 밟아도 치고 나가는 맛은 적다. 배기량이 작은데다 '터보 엔진'도 아니기 때문이다. 반 박자 느리고 부드럽게 속도를 올린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엔진 개입이 많아진다. 좀 더 힘이 세지지만 달리는 맛을 느낄 수준은 아니다. 다만 일상적인 주행에서 힘 부족 때문에 불편할 일은 적다.
저속에서 가벼운 스티어링휠은 고속에서 묵직해진다. 손끝으로 전달되는 무게감이 다르다.
회생 제동 컨트롤 패들 시프트를 사용하면 회생 제동량을 조절할 수 있다.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정차 수준까지 속도를 줄일 수도 있다.
신형 니로는 무엇보다 차급 이상의 편안함과 안락함을 갖췄다. 이중접합 차음 글라스를 적용, 주행 소음이 적다.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과 진동도 잘 차단한다. 과속방지턱도 꿀렁거림을 억제하면서 매끄럽게 넘어간다.
국내 최초로 적용된 그린존 드라이브 모드 2세대는 대기환경 개선이 필요한 그린존 주변도로 진입할 때 전기 모드 주행을 확대해준다.
밀집 주거 지역, 학교, 대형병원 등 기존의 그린존 범위를 어린이 보호구역과 집, 사무실 등 즐겨찾기에 등록된 장소까지 확대했다.
신형 니로는 이왕이면 큰 차를 선호했던 국내에서도 '크기=나이=가격'에 얽매였던 자동차 구매 경향이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소형 SUV다.
소형차는 싸야 팔린다는 고정관념도 깨뜨렸다. 작은 차라고 '안심·안전·안락'을 무시하면 안된다는 사실도 증명했다. 다만, '옵션 끼워 팔기' 꼬리표는 떼 내지 못했다.
올 1~4월 판매대수는 9819대다. 매달 판매대수가 증가추세다. 3월에는 3613대 팔렸다. 기아 SUV 중 쏘렌토(5551대), 스포티지(4556대) 다음으로 많이 판매됐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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