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술로 이어령 기리다…김병종 등 참여 '장예전'
입력 2022-05-02 14:16 
서울 평창동 영인문학관에서 열리고 있는 장예전에서 임옥상이 그린 이어령 선생 초상을 26일 관람객들이 살펴보고 있다 [이한나 기자]

'크리에이터들의 크리에이터'였던 고(故) 이어령 선생을 후배 창작자들이 예술로 기린다. 북악산을 찾는 장년층 상춘객들도 추모 행렬에 가세했다.
지난 2월 타계한 선생의 49재를 맞은 지난 15일부터 서울 평창동 영인문학관에서 '장예전(長藝展)'이 펼쳐졌다. 이 전시는 이어령의 긴 예술(長藝) 이야기이자, 예술계 큰 어른(長)을 예술(藝)로 보내는 장례식이다. 고인 작고 이틀 전 장례식을 디자인해 주겠냐는 예전 약속을 확인받은 이영혜 디자인하우스 대표가 전시를 총괄 기획했다. 참여 작가들은 고인 생전에 인연이 있던 이들이다.
26일 영인문학관에서 열리고 있는 `장예전` 추모의 공간에서 김아타 작가가 찍은 이어령 선생 사진과 그의 DNA가 담긴 전용복의 옻칠함, 김희원의 촛불 영상이 갖춰져 있다. [이한나 기자]
영인문학관 장예전 전경 [사진 제공 = 디자인하우스]
영인문학관에 들어서자 마자 김병종 화백이 그린 닭 조형물이 관람객들을 안내한다. 닭띠인 고인은 '새벽에 외치는 소리'라는 닭의 상징을 좋아했다고 한다.
공간디자이너 임태희 소장이 전시장 전체를 나무 구조물과 광목 휘장으로 감싸 공간을 통해 장례 의식을 치르는 듯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그래픽 디자이너 채병록이 전시 상징을 표현했다. 문학은 물론 미술, 건축, 음악 등 분야를 넘나들며 한국성을 탐구해온 고인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지하 2층에서 고인의 어린시절 가족사진부터 초등학교 1학년 성적표, 교수시절 서류가방, 자필 원고 등 선생의 유품으로 생애를 살펴볼 수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 개폐회식 총괄자였던 기획력으로 소개한 굴렁쇠 소년은 양정웅 아텍컴퍼니 대표를 통해 홀로그램으로 재탄생했다.
영인문학관 장예전 전경 [사진 제공 = 디자인하우스]
영인문학관 장예전 전경 [사진 제공 = 디자인하우스]
지하 1층에서는 백남준과 이우환, 임옥상 등 미술계 거장들과 교류한 흔적들이 작품과 함께 소개됐다. 고인을 추모하는 공간은 김아타 작가가 찍은 거대한 흑백사진과 함께 후대의 DNA연구를 위해 그가 남긴 손톱과 머리카락이 전용복 칠예장의 옻칠함에 담겨 있다. 김희원 작가는 타들어가며 사라지는 촛불 영상을 통해 영원으로 이어지는 소멸을 이야기했다. 텍스타일 아티스트 정희기가 거대한 원고지 천에 고인의 자필 문구를 수놓은 작품에 감탄하고, 가든 디자이너 허성하가 만든 정원 좌대에 앉아서 만장처럼 휘날리는 조문객들 헌사를 감상하며 전시를 마무리한다.
부인인 영인문학관 강인숙 관장은 "이 선생을 애도해주신 모든 분께 이 전시가 위로의 손길이 되어주기를 빈다"며 "앞으로 선생 기일마다 관련 전시를 열 예정이다"라고 했다. 전시는 14일까지.
영인문학관 장예전 마지막 공간 전경 [사진 제공 = 디자인하우스]
영인문학관 장예전 전경 [사진 제공 = 디자인하우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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