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서울중앙지검, 중재안 문제점 조목조목 지적…"범죄 암장될 것"
입력 2022-04-26 17:54  | 수정 2022-04-26 21:17
중앙지검 간부, 중재안 조목조목 반박
보완수사 축소…"범죄 암장될 것"
"선거 수사 공백 우려"…"경찰 견제 장치도 전무"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발생할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이정수 중앙지검장은 물론 정진우 1차장검사와 박철우 2차장검사, 진재선 3차장검사, 김태훈 4차장검사가 모두 참석해 구체적 수사 사례를 들며 중재안의 문제점을 설명했습니다.

이 지검장은 "검찰이 최선을 다했다고 하지만,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언급하며 "책임은 통감하지만, 그렇다고 검찰의 기능을 폐지하는 쪽으로 가서는 안된다"고 호소했습니다.

송치사건 보완수사 범위 축소…추가 범죄 수사에 제한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 4항은 '송치사건에 대하여는 범죄의 단일성과 동일성을 벗어나는 수사는 금지한다'고 규정됐습니다. 이는 별건 수사를 금지하는 조항인데, 법사위는 법안 심사 과정에서 '단일성' 문구를 삭제하고 '동일한 범죄사실의 범위 내'로 보완 수사를 제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현행 규정상으로도 해당 송치사건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에 한정해 보완수사가 인정되고, 무분별한 별건 수사는 금지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정진우 1차장검사는 예를들어 설명했는데, 현재도 사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피의자가 환치기 범행을 한 정황을 확인해도 다시 경찰에 수사를 요구해야 하기 때문에 신속한 실체관계 규명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검찰은 더 나아가 일체의 추가 수사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입법이 되면 단죄돼야 할 범죄가 암장되는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n번방' 사건을 예로 들며 설명했는데, 경찰은 조주빈을 '불법 촬영 및 영상물 유통' 혐의로 송치했는데, 검찰이 보완수사를 통해 '범죄단체 조직' 혐의를 추가하고, 결국 징역 42년형이 확정됐다고 언급했습니다. 만약 추가 수사를 하지 못했다면 조주빈을 단순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위반 혐의'로만 기소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고, 형량도 지금보다 줄었을 거란 얘기입니다.

수사검사·기소검사 분리…"논리적 모순"

중재안은 검찰의 직접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검찰은 논리적 모순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우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사나 특별검사와 제도적 불균형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을 꼬집었는데, 현행 공수처법은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를 분리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별검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민주당이 '수사의 공정성 담보'를 위해 수사, 기소 분리를 내세우지만, 결국 검찰청 검사의 수사를 금지하기 위해서만 적용될 것이고 이는 '기형적인 사법제도'를 만들게 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또, 검찰청 내에서 수사 기능과 기소 기능을 분리하는 건 논리적 모순이라는 지적도 했는데,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검사가 그 판단에 필요한 점을 직접 확인해볼 수 있어야 하는 게 당연하다는 취지입니다.

박철우 2차장검사는 금융범죄, 자본시장 교란 범죄 등의 경우 수천 건의 디지털 증거와 계좌 등을 분석하고, 수백 명의 사건 당사자를 조사하게 되는데, 수사 검사가 공판에 참여하지 못하면 공소유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국정농단 사건이나 대장동 사건, 삼성 사건처럼 대규모 수사 인력이 투입되는 경우, 그만큼 공소 유지팀을 꾸려야해 비효율적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검찰은 또 수사 검사가 공소 유지도 못 하게 하는 건 수사의 공정성과 무관하고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수사검사의 범위를 주무검사, 부장검사, 차장검사, 검사장 중 어디까지로 정의할지도 모호하고, 기관장 및 중간 간부가 같은 상황에서 수사·기소 검사를 분리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선거범죄·대형참사 수사 공백…"대응시스템 붕괴 우려"

검수완박 중재안이 통과된다면 검찰은 직접 수사가 가능한 기존 '6대 범죄' 중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 등 4개 범죄의 직접 수사권을 잃게 됩니다.

검찰이 특히 선거 수사의 공백을 우려하고 있는데, 진재선 3차장검사는 선거 사건은 6개월로 공소시효가 매우 짧기 때문에, 대체기관 등 아무 대안도 없이 검찰의 직접수사를 폐지하면 안된다고 언급했습니다.

특히 "선거사건 중 투표지 촬영이나 현수막 훼손 등은 현재 경찰이 수사해왔고, 국정원 댓글 대선 개입사건, 청와대 하명 시장선거 개입 사건처럼 법리가 복잡한 사건들을 검찰이 주로 수사해왔다"며 "법률검토와 증거수집을 적시에 병행해 전문 수사 역량을 발휘해왔는데 앞으로 수사하지 못하면 수사공백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또, "선거범죄의 중요성과 단기 공소시효 등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선거사건은 검찰과 선관위, 경찰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사건을 처리해왔왔다"고 강조하며 "검찰의 직접수사가 폐지되면 검찰이 선관위로부터 고발을 받을 수도 없고, 경찰과도 수사 분담이 안되기 때문에 선거대응시스템은 붕괴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검찰은 또 대형참사를 직접 수사하지 못할 경우 검찰의 중대 재해 수사 관여가 제한될 우려가 크다고도 주장했습니다.

과거 강남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건이나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 등에서 노동청, 경찰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효율적인 수사를 했는데, 앞으로는 검찰 역할이 대폭 축소될 것이란 우려입니다.

직접수사 단계적 폐지…"경찰 견제할 장치도 전무"

중재안은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을 줄이는 건 물론 전국 5개의 반부패수사부를 3개로 감축하고, 남겨질 3개의 부서 인원도 제한하기로 했습니다. 나아가 국회 사법개혁특위를 거쳐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출범하면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전면 폐지됩니다.

검찰은 직접수사의 단계적 폐지는 '수사 공정성 확보'라는 검수완박 추진 명분과 무관하다는 입장입니다.
김태훈 4차장검사는 "수사의 공정성이나 중립성이 의심되면 수사착수나 기소 등 단계별로 내외부 통제 장치를 만들어 해결하면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이미 경찰 수사에대해 지휘권을 폐지한 상태에서 경찰 수사를 견제·보완할 직접 수사권까지 폐지하게 되면 경찰 권력의 비대화를 견제할 장치가 전무하게 된다"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검찰은 또 그간 축적해온 검찰의 수사 노하우가 해체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공직자 범죄나 방위사업 범죄처럼 분야별로 특화된 전문수사 역량을 유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검찰은 그럼에도 국회가 중수청을 설치하겠다고 한다면 중수청에 대한 견제와 사법통제 문제는 반드시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실효적인 사법통제를 위해 검찰의 지휘권을 회복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길기범 기자 road@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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