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검수완박 합의는 보수에 대한 배신"…'권성동 사퇴론'도 솔솔
입력 2022-04-26 14:59  | 수정 2022-04-26 15:47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 후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 사진 = 국회사진기자단
검수완박 중재 합의 번복 후 재협상 난항까지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하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의 인간적 신뢰 관계를 내세웠던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검수완박' 중재안 합의를 번복한 뒤 민주당과의 재협상에 난항을 겪는 등 원내대표로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검수완박 중재안이 통과된다면 권 원내대표가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해 여야가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시한 중재안을 모두 수용한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 = 국회사진기자단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안한 검수완박 법안 중재안에 더불어민주당보다 먼저 찬성하는 입장을 보인 바 있습니다. 중재안은 검찰의 직접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고 검찰의 기존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권 가운데 '부패·경제'만 한시적으로 남기고 나머지를 삭제한 것을 골자로 하며 장기적으로는 중대범죄수사청(가칭)을 설립, 부패와 경제 수사권도 이관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에 권 원내대표는 "의장 중재안에 대해 치열한 논의 결과 우리 당은 의장 중재안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의총에서 반대 의견은 없었느냐'는 질문엔 "일부 우려하는 의사 표시는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저의 설명을 듣고 대체로 다 동의했다"고도 했습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해 여야가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시한 중재안을 모두 수용한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박 의장과 여야 원내대표가 서명한 합의문. / 사진 = 국회사진기자단


이후 민주당 또한 중재안 수용 입장을 전했고, 박 의장 중재 아래 양당 대표는 합의문에 서명까지 했습니다. 그리곤 오는 28일 또는 29일 본회의를 열어 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었습니다. 서명 후 권 원내대표는 "여든 야든 정답은 국민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국민의 이익을 위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박병석 의장의 혜안과 박홍근 원내대표의 양보지심으로 원만한 합의를 통한 상생과 협력의 정치를 열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한다"고 말했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 사진 = 연합뉴스, 국회사진기자단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검수완박 중재안 합의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 부각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4일 중재안 합의 재검토 시사를 공식화했습니다. 이 대표는 지난 주말 사이 여러 법률가들로부터 자세한 의견을 수렴했고, 그 결과 검수완박 중재안에 대한 입법 추진은 무리라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재검토 결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이 대표는 "내가 먼저 (한 후보자에게) 중재안이 통과될 경우 어떤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는지 상세히 짚어줄 수 있느냐고 요청을 했고, 장시간 통화를 하며 상당히 자세하게 설명을 들었다"며 "지난 주말 동안 장시간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현장의 관점에서 중재안을 세밀하게 논의했고, 이 중재안이 통과되면 국민 법률 서비스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고 한 후보자의 존재를 먼저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이 대표 뿐만 아니라 한 후보자까지 개입한 '검수완박 중재안 재검토' 당론에 권 원내대표가 '패싱'된 셈입니다.

배현진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 / 사진 = 인수위사진기자단


권 원내대표는 중재안 합의 후에 해당 사항을 윤 당선인에게 보고하기도 했습니다. 배현진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은 오늘(26일) "일정 중 전화 통화를 통해서 당시 말씀을 보고 들은 것으로 안다"며 "합의 과정과 결정의 모든 몫은 국회와 당이 알아서 잘 해주실 것이라고 말씀을 나눈 것으로 안다. 윤 당선인이 국회 상황, 특히 향후 집권 여당이 돼야 할 국민의힘의 원내대표로부터 상황을 보고 받은 것이지 어떤 개입이나 주문을 한 것은 아니란 말씀"이라고 전했습니다.

중재안 합의 시 권 원내대표가 국민의힘 의원들을 설득한 과정에 자신이 겪은 '강원랜드 수사'를 거론한 것을 두고도 비판이 나왔습니다. 이에 대해 정미경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권 원내대표가 의총에서) 만약 그런 말을 했다면 그건 실수였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동기와 사감이 거기(에) 섞이면 안 된다"고 지적했고, 조해진 의원 역시 "(강원랜드 수사는) 개인적인 경험이고, 국가 형사사법체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또 다른 공적인 문제다. 그걸 중심으로 판단해서는 안됐다"고 비난했습니다.

권 원내대표는 검수완박 합의와 관련 "의석 수가 부족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하루에도 두 차례 사과를 했지만 원내대표 직을 내려놓으라는 압박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홈페이지에는 "권성동 검수완박 법안 합의는 보수 우파에 대한 배신이다. 책임지고 해명하고 능력이 안되면 물러나라"는 취지의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권 원내대표가 합의안을 막아내지 못하면 본인의 입지도 상당히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습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의장실에서‘검수완박' 중재안 파행 위기에 따른 해법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 회동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뒤 각자의 자리로 향하고 있다 / 사진 = 국회사진기자단


한편, 이날 오전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양당의 원내대표가 1시간 가량 회동을 가졌지만 민주당은 "국회에서는 신속히 입법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왜 재논의를 요청했는지 상황 설명을 했다"고 중재안에 대한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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