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막노동한 '수학 신동' 아버지와 서울대생 아들…"합격한 모습 못 보여줬다"
입력 2022-04-26 11:22  | 수정 2022-04-26 11:23
한 서울대생이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합격한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아쉽다며 글을 올렸다. /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엘리트 코스 밟고 강단에 올라간 교수님들 보면 여러 생각이 든다"
"아빠가 내게 주신 유산은 평생 남을 운동화"
서울대학교에 합격한 모습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아들의 글이 누리꾼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습니다.


지난 24일 대학생 전용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서울대학교 자유게시판에는 '돌아가신 아빠가 가엾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이 글은 해당 커뮤니티 외에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로 퍼졌습니다.

글쓴이 A 씨는 "내가 서울대 붙은 걸 보여주고 싶었는데 정말 허망하게도 사고사로 돌아가셨다"며 운을 뗐습니다.

글에 따르면 그의 아버지는 어린 시절 주판과 산수를 동네에서 가장 잘하는 수학 신동으로 불렸습니다. 그러나 가세가 기울어 막노동을 하고 사망 직전까지도 공장일용직으로 근무했습니다. 이혼한 뒤엔 A 씨와 동생만 바라보고 살았습니다.

A 씨가 성균관대학교에 합격하자 그의 아버지는 매우 좋아하며 "역시 한 공부하는 자식"이라고 자랑스럽게 여겼습니다. 그는 자신의 만족감과 아버지를 위해 서울대로 반수 해 합격했지만, 아버지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A 씨는 "아빠가 나의 세대에 태어났거나 그 세대에서 풍족하게 공부할 수 있었다면 분명 아빠도 서울대 입학하고도 남았을 것"이라며 "우리 집안은 원래 박학한 유전자를 가진 집안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너무 아쉽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아빠랑 비슷한 나이의, 적어도 중산층 이상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공장이 아닌 낭만적인 대학교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고 강단에 올라가신 서울대 교수님들 보면 아빠의 가능성, 적어도 학업에 있어서 기구했던 운명 등 여러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러면서 "아빠가 내게 주신 유산은 집도 차도 부동산도, 그렇다고 뒷구멍 입학도 아니었지만, 평생 남을 운동화였다"고 글을 마쳤습니다.

이와 함께 아버지가 생전 남긴 메모를 공개했습니다. A 씨의 아버지는 슬리퍼가 든 것으로 보이는 비닐봉지와 함께 "비 오니까 운동화 신고 슬리퍼 필요하면 가져가. 전화 부탁"이라고 메모를 남겼습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성공한 아버지다. 홀로 자식 키우시며 자식에게 존경받았으면 가치 있게 사신 것", "자식에게 좋은 아빠로 기억된다면 충분히 멋진 인생 아닐까", "아버지를 위해서라고 멋진 삶 살길 바란다"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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