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오수 "검수완박 중재안, 사전에 몰랐다…명확히 반대"
입력 2022-04-25 15:43  | 수정 2022-04-25 15:48
김오수 검찰총장
검찰 안팎서 제기된 '사전동의설'에 "중재안의 '중' 자도 못 들어"

김오수 검찰총장은 지난 22일 여야가 합의한 박병석 국회의장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을 사전에 알고 동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부인하며 중재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 총장은 25일 대검찰청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자청해 "중재안은 검수완박 법안의 시행 시기만 잠시 늦춘 것에 불과하므로 검찰은 중재안에 동의할 수 없고 명확하게 반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총장은 "검사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수사권을 박탈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점은 이미 수차 말씀드렸다"며 "기소검사가 사건관계인의 얼굴 한번 보지 않고 진술 한번 듣지 않고 수사기록만으로 기소 여부를 판단하라는 것과 마찬가지고, 그런 기소검사의 판단을 국민이 쉽게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공직자범죄와 선거범죄, 부패범죄, 경제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종전 검찰의 직접 수사 개시 범위에 포함됐으나 박 의장의 중재안에 따라 향후 삭제될 범죄 수사에도 공백과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중재안이 '범죄의 단일성과 동일성을 벗어난 검찰 수사를 금지한다'고 한 점에 대해서는 "별건 수사 금지에 이의가 있을 수는 없지만 단일성, 동일성이 있는 범죄만 수사할 수 있다면, 해석 여하에 따라 해당 범죄 외에는 일체의 여죄 수사를 할 수 없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총장은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등을 논의할 사법개혁특위 설치안에 대해서도 "'선 결론, 후 논의' 방식의 특위는 선후가 뒤바뀐 것"이라며 "검수완박 결론을 내려놓고 시행 시기를 정하는 특위는 충분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습니다.

김 총장은 자신이 중재안 내용을 미리 알고 동의까지 했다는 일각의 의혹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몰랐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김 총장은 우선 박 의장에게 형사사법 근간에 관한 4차례 입법은 모두 국회 특위를 거쳤다는 점을 설명하고, 검찰 수사 공정성 확보를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제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자리에서 박 의장이 중재안이나 여야 합의 과정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는 게 김 총장 설명입니다.

김 총장은 "의장님을 뵐 때 저는 중재안이 당연히 없으리라 생각했고, 저희 의견을 반영해서 국회에서 더 대화해주리라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다음날 간부회의 과정에서 속보를 보고 중재안에 대해 처음 알았다"며 "면담 과정에서 중재안을 알았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김 총장은 논란이 됐던 지난 22일 출근길 발언도 거듭 해명했다.

김 총장은 박 의장 면담 다음 날 대검찰청에 출근하며 "국민이나 국회, 여론이 원치 않는 수사는 하지 않는 게 필요할지 모른다는 판단을 해 본다"고 말했습니다.

검찰 내부에서는 김 총장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습니다. 해당 발언 이후 공직자 범죄를 검찰 수사 범위에서 제외하는 중재안이 나오자 김 총장이 박 의장과의 면담에서 미리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김 총장은 해당 발언이 수사심의위를 강화하는 자체 개혁방안과 같은 취지에서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는 "의장께 제시한 검찰 자체 개혁방안 중에 대검 검찰수사심의위의 실질화·법제화 추진 내용이 있었다"며 "수사심의위 소집권자를 제삼자까지 확대하고, 수사 착수 여부도 심의대상으로 포함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수사심의위 심의 대상과 신청권자를 확대한다는 취지의 얘기를 한다는 것인데, 하필이면 중재안이 나오면서 오해가 생겼다"며 "다시 한번 말하지만, 중재안의 '중'자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여러 차례 국회를 오가면서도 중재안 내용이나 그 주변 기류를 몰랐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에는 "국회 동향이나 여·야 원내대표들이 어떻게 하는지 관심도 갖지 않았고 만나지도 않았다"며 "국회에 파견된 검사나 직원을 통해서도 확인해봤는데 전혀 그런 내용을 몰랐다고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총장은 "마지막 충정으로 대통령님과 국회의원님들께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국민의 여론을 존중해 주시고, 성급한 법안 처리를 멈추어 주시기를 요청드린다"고 말했습니다.

남은 임기를 지키지 않고 사직한 이유에 대해서는 "검찰 구성원들의 분노와 좌절감은 대검으로 향하고 그 정점인 저에게 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안다"며 "그분들을 대표해서 사직서를 제출하고 반대 입장도 강력히 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서영수 기자 engmath@mbn.co.kr ]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