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노가리 골목 42년 지켜온 노포 '을지OB베어'…강제집행 철거
입력 2022-04-21 17:28  | 수정 2022-04-21 17:45
새벽 강제집행이 들어간 을지OB베어 / 사진=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연합뉴스
법원 6번째 강제집행 끝에 철거
약 1시간 걸쳐 간판 끌어내고 집기 빼내…창업주 가족 1명 부상


서울 중구 을지로3가 노가리 골목을 42년 동안 지켜온 노포 ‘을지OB베어가 법원의 6번째 강제집행 끝에 철거됐습니다.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등에 따르면 법원 등이 고용한 용역 등 100여 명은 오늘(21일) 오전 4시 20분경 을지OB베어 강제집행에 나섰습니다. 이들은 약 1시간에 걸쳐 을지OB베어 간판을 끌어 내리고 내부 집기류까지 모두 빼냈습니다.

당시 을지OB베어 내부에는 강제집행에 대비해 매일 3~4명의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가게를 지키고 있었으며, 이들은 용역이 들어오자 강하게 저항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창업주 가족 1명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이에 시민단체 회원과 주변 상인 등 30여 명은 을지OB베어 입구 앞 바닥에 줄지어 앉아 항의하고 있습니다. 약 10명의 용역 인원도 아직 가게 앞을 지키며 활동가 등이 가게 안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대치 중입니다.


세입자 을지OB베어와 건물주 간의 분쟁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임대계약 연장을 놓고 건물주가 제기한 명도소송에서 을지OB베어는 1심과 2심에서 패소했고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하면서 가게를 비워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러던 중 올해 1월 노가리 골목의 만선호프 사장 A 씨 측이 을지OB베어가 입점한 건물 일부를 매입하면서 건물주가 됐다고 합니다. 만선호프와 을지OB베어 측은 보증금과 임대료를 인상하고, 을지OB베어가 그간 강제집행 비용을 부담하는 대신 계속해서 장사할 수 있게끔 하는 방향으로 상호 협의가 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을지OB베어 측은 만선호프 측에서 돌연 을지OB베어 소유 부지에 화장실을 새로 지을 공간을 요구하면서 다시 갈등이 불거졌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1980년 문을 연 을지OB베어는 처음으로 ‘노맥(노가리+맥주) 조합을 선보인 을지로 노가리 골목의 시초입니다. 2015년 서울시는 노가리 골목 전체를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하며 홈페이지에 호프집 10여 곳이 모여 있는 노가리 골목은 저녁이 되면 야외 테이블까지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손님이 몰린다. 노가리 골목의 원조인 ‘을지OB베어는 1980년 당시 생맥주 체인인 OB베어 호프집으로 출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을지OB베어는 2018년 중소기업벤처부 ‘백년가게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백년가게는 30년 이상 장사한 소상공인이 100년 이상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입니다.

시민사회단체와 주변 상인들은 을지OB베어 정상화 등을 촉구하며 이날부터 가게 앞에서 기자회견과 문화제 등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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