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한숨 돌린 17만 투자자..."뮤직카우 저작권도 증권, 영업중단 유예"
입력 2022-04-20 17:58  | 수정 2022-04-20 23:00
◆ 뮤직카우 증권 인정 ◆
금융당국이 음원 저작권 조각투자 플랫폼인 '뮤직카우'에서 거래되는 상품(음악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이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조각투자 상품에 대해 금융당국이 증권성을 인정한 국내 첫 사례다. 자본시장법상 증권에 해당하면 증권신고서 제출, 공시, 투자자 보호 등 규제를 받는다.
이 규제를 여태 따르지 않은 뮤직카우는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만, 17만여 명의 기존 투자자 보호 등을 고려해 금융당국은 6개월간 제재를 유예하기로 했다. 뮤직카우는 가까스로 영업중단 위기를 모면했다.
20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정례회의를 열고 뮤직카우가 발행한 음악 저작권료 참여청구권이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론에 따르면 뮤직카우는 증권 발행 제한, 과징금·과태료 부과 등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증선위는 "투자계약증권의 첫 적용 사례로 위법에 대한 인식이 낮았고, 5년여간의 영업으로 투자자 17만여 명의 사업 지속에 대한 기대가 형성돼 있는 점, 문화 콘텐츠에 대한 저변 확대 등 관련 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여지가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제재 절차는 당분간 보류한다"고 밝혔다. 증선위가 뮤직카우에 부여한 유예 기간은 6개월이다. 이에 따라 뮤직카우는 오는 10월 19일까지 투자자 예치금을 은행 등 외부 금융회사에 실명으로 별도 예치하는 등 투자자 보호 조치를 포함한 사업구조 개편안을 금융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음악, 미술 등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는 조각투자에 대해 소비자 경보를 발령하며 투자 주의를 당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개인이 관리하기 힘든 자산에 대한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면서도 "조각투자라는 표현에도 불구하고 투자자가 해당 자산을 직접 소유하지 않거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문지웅 기자]
2700억 거래 뮤직카우 파산땐 피해 눈덩이…실명계좌 도입한다

뮤직카우 자본시장법에 포함
투자자보호 어떻게 되나


저작권으로 돈버는 권리
주식처럼 사고팔아 수익
전자상거래업으로 신고돼
현재 투자자보호 장치없어

금융위, 7가지 개선조건 제시
6개월간 새상품 출시는 금지
당국, 조각투자 지침 곧 발표
금융당국이 20일 음악 저작권 조각투자 플랫폼인 뮤직카우에서 발행·유통되고 있는 '음악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이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금융당국이 조각투자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상품에 대해 증권성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술품, 부동산 등 비슷한 조각투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도 앞으로 자본시장법 규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자본시장법 안으로 들어오게 되면 금융당국의 감시·통제를 받고 투자자 보호 조치도 강화되지만 사업자들이 보다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뮤직카우의 음악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이 '증권성'이 있는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투자계약증권이란 '특정 투자자가 그 투자자와 타인 간의 공동사업에 금전 등을 투자하고, 주로 타인이 수행한 공동사업의 결과에 따른 손익을 귀속받는 계약상의 권리가 표시된 것'이다.
음악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저작권료 수입, 청구권 가격변동 손익을 동일하게 공동으로 누린다. 저작권 투자·운용·관리, 발행가치 산정, 수익 정산·배분 등 일체 업무는 타인인 뮤직카우가 수행한다.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 정의가 그대로 적용되는 대목이다.
이런 이유로 뮤직카우 서비스에 대해 유사투자업이라는 민원이 금융당국에 제기됐다. 다수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한 만큼 향후 도산 등 리스크 발생 시 피해자가 급격히 늘어날 수 있는 구조인데 정작 규제에선 제외돼 있다는 지적이다. 서비스 관련 투자자 공시와 시장 내 감시체계가 없어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위험이 존재한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지난해 말부터 뮤직카우의 증권성 여부를 검토해왔다.

음악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이 증권으로 인정됨에 따라 뮤직카우는 자본시장법 규제 대상이 됐다. 다만 금융위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제재 보류 카드를 제시함으로써 기발행 청구권은 지속 거래가 가능해졌다. 향후 신규 청구권을 발행 및 유통하기 위해선 10월 19일까지 증권신고서 및 소액공모 공시서류를 제출해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금융위는 제재 조치를 보류하면서 뮤직카우 측에 7가지 개선 조건을 내걸었다. 핵심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신규 청구권 발행 금지 및 시스템, 제도 개선이다. 허가 전까지 신규 청구권 발행이 금지됐다는 건 사실상 새로운 서비스 출시를 통한 투자자 유입이 당분간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특히 금융위는 투자자 예치금을 외부 금융사의 투자자 실명계좌에 별도 예치해 회계 투명성을 강화할 것을 요구했다. 저작권 참여 청구권 발행과 유통 시장의 원칙적 분리를 통해 이해상충 방지 및 시장 감시체계를 강화하는 방안도 포함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당국의 가이드라인을 충족하는 방식으로 사업 모델을 바꾸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조각투자 플랫폼들은 기존 서비스를 어떻게 증권화시킬 수 있을지 치열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은 "새로운 산업이 확대되면 규제가 뒤따라오는 현상은 보편적인 것으로 금융당국의 이번 결정은 신성장 서비스의 제도권 편입을 위한 조치"라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 기준을 재정비하고 불확실성을 없애주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조만간 금융위는 조각투자 등 신종증권 사업 관련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뮤직카우 외 기타 조각투자 플랫폼들도 해당 가이드라인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뮤직카우는 금융당국의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유예기간 내 신속히 모든 기준 조건을 완비할 방침이다. 특히 고객 실명거래 계좌 도입, 회계감사 정보 공시, 자문위원단 발표 등 투자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뮤직카우 관계자는 "새로운 정책과 제도에 맞는 옷으로 빠르게 갈아입고 투자자 보호와 함께 음악 저작권 산업 활성화에 힘을 더할 수 있는 서비스로 더욱 건실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기존에 거래되고 있던 곡(청구권)들은 종전과 같이 시장에서 매매를 원활히 지원하는 등 이용 고객을 위해 안정적인 서비스 환경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향후 조각투자 플랫폼에 투자를 원하는 이들은 해당 기업들의 투자자 보호 방안이 적절히 마련돼 있는지 등을 세심히 살펴본 후 투자에 나서야 한다. 아직 금융당국의 허가를 획득한 조각투자 플랫폼이 전무한 만큼 투자 정보가 불충분하거나 허위·과장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정 기준에 의한 통일성 있는 투자자산의 가치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점도 문제다. 거래량이 적은 투자자산이 대부분으로 가격 변동성이 커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다.
이날 금융감독원도 조각투자와 관련해 투자자의 주의를 환기하기 위해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특히 금감원은 조각투자 플랫폼 사업자가 자산을 운용해 수익을 분배하겠다는 '약속'만 할 뿐 투자자가 해당 자산을 직접 소유하지도 않고 권리를 행사할 수도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차창희 기자 / 강민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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