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법부도 검수완박 반대…"경찰 과잉·부실수사, 재판에 영향"
입력 2022-04-19 13:30  | 수정 2022-04-19 13:52
대법원 외경
법사위 제출 의견서에서 문제점 지적…"형사사법 큰 변화에 충분 검토 필요"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과 관련해 사법제도연구 등을 담당하는 법원행정처가 개정 법 조항마다 문제점을 지적하며 추가 검토나 보완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보완 검토가 필요하다'는 완곡한 표현을 사용했지만, 사실상 충분한 검토나 논의 없이 법안이 만들어졌다는 비판입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전날 국회 법사위에 회신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 검토 의견'에서 "형식적인 수사권·기소권 분리를 넘어 적절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될지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행정처는 "만일 수사기관인 경찰의 과잉 수사나 부실 수사 등의 위험을 적절히 통제할 수 없게 된다면, 이는 결국 수사와 기소를 최종 통제하는 법원의 공판 과정에도 영향을 미쳐 '공판을 통한 정의 실현'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행정처는 '구체적 의견'에서 조항마다 짚어가며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우선 법안이 검찰의 직접 수사 권한을 삭제하고 경찰에 보완수사만 요구할 수 있도록 한 데 대해 "검사가 송치된 사건 기록 검토 과정에서 추가적인 사실 확인이나 구속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돼도 직접 수사나 영장 청구를 할 수 없다"며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또 고소인 등이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이의신청하지 않으면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를 하지 못하도록 한 조항에 대해서는 "고소인 등의 법률적 지식이 부족하거나 여러 여건이 갖춰지지 않아 이의신청하지 않는 경우도 상정할 수 있다"며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 불송치 사건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경찰의 신청이 있을 때만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게 한 개정안을 두고는 "검사가 사건을 송치받아 공소 제기 여부를 결정하는 단계에서도 도주·증거인멸 우려로 신속한 신병 확보가 필요할 수 있다"며 "사건이 송치된 이후 검사가 피의자에 대해 직접 구속영장 청구를 할 수 있도록 근거 규정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검찰이 경찰에 피의자 석방을 요구해도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석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조항에는 "위법한 체포·구속에 대한 검사의 인권보호 기능이 제대로 수행되지 못할 우려가 있다"며 검사의 석방권 또는 석방명령권이 명시돼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행정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딸린 부칙 1·2조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부칙 1조는 개정안의 시행일을 '공포 후 3개월이 경과한 날'로 정하고 있다.

이에 행정처는 "개정안은 형사사법 체계의 큰 변화를 초래하는 제도로 검·경의 조직, 인적·물적 여건에 대해서도 상당한 변화와 준비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적어도 6개월 내지 1년 정도의 유예기간을 두고 개정안 시행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법 시행 시점에 검찰이 계속 수사 중인 사건을 경찰로 이관하도록 한 부칙 2조에 대해서도 "검찰로 송치돼 공소제기 여부 판단만 남은 사건, 구속기간 만료가 얼마 남지 않은 사건도 일괄 승계돼 효율적이고 적정한 사건 처리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법 시행 후 개시되는 사건부터 개정법을 적용하도록 수정할 필요가 없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 서영수 기자 engmath@mbn.co.kr ]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