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람도 하기 힘든 자세로" 제주 꽃밭서 입·발 꽁꽁 묶인 강아지 발견
입력 2022-04-14 10:47  | 수정 2022-07-13 11:05
쉼터 측 "쉼터 위치를 아는 주변 사람 소행일 것"
병원 진료 결과 "며칠 쉬면 나아질 듯"

제주도의 한 사설 유기견 보호소 인근에서 강아지가 입과 발이 노끈과 테이프로 묶인 채 발견됐습니다.

유기동물 보호소 자원봉사자 A씨는 어제 SNS를 통해 강아지 한 마리가 앞발이 등 뒤로 결박된 채 발견돼 구조됐다며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과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A씨는 "입 안에는 혀를 말리게 넣어 놓고 노끈과 테이프를 이용해 얼마나 세게 묶어뒀는지, 언제부터 묶여있던 건지 입 주변에 상처와 진물이 난다"며 "사람도 하고 있기 힘든 자세로 두 발을 아주 꽉 묶어 움직일 수도 없게 만든 채 유채꽃이 예쁘게 펴있는 눈에 잘 띄지 않는 길에 이 착한 아이를 던져놨다"고 설명했습니다.

A씨는 "급한대로 펜치를 찾아 묶여있던 끈을 풀러 주니 죽은 사체처럼 힘없이 툭 떨어지던 두 다리. 걷지도 못하는 아이를 안고 빈 견사에 눕혔다"며 "발견되지 않았다면 외롭고 고통스럽게 죽어갔을 아이. 한쪽에서는 누구라도 도우려고, 살리려고 아등바등 노력하는데 한쪽에서는 어떻게든 죽이려고 하는 이 상황들이 정말 지치고 힘들다"고 적었습니다.




사건이 알려지자 어제 저녁 쉼터(보호소) 측에서는 좀 더 자세한 상황을 밝혔습니다. 쉼터 측은 "쉼터 앞에 입이 묶이고 앞다리가 뒤로 꺾인 채 묶여있는 아이가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처음에는 버려진 아이인 줄 알았으나 병원에서 확인해 본 결과 등록칩이 있었고 그 정보를 통해 알게 된 것은 쉼터 아이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추정하건대 이 아이가 어떤 상황에서 견사 밖으로 나가게 되었고, 그 아이를 발견한 누군가가 아이를 그 지경으로 해놓고 안 보이는 곳에 던져 놓고 간 것 같다"면서 "쉼터 앞에 아이를 그렇게 해놓고 갔다는 건 그 아이가 쉼터 아이라는 걸 아는 누군가의 소행이라고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쉼터 측은 인근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있지 않아 상황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쉼터 입구에 던져놓은 것을 보면 쉼터 위치를 알고 있는 주변 사람의 소행일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학대당한 강아지의 상태에 대해선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본 결과 아이가 그렇게 묶여있었던 시간은 그리 길지는 않은 것 같다"며 "우선 현재는 네 발로 잘 서 있고 어깨 쪽에 힘을 가해도 잘 버티는 것으로 보아 뼈에는 문제가 없다고 (병원에서) 판단했다. 며칠 쉬면 차차 나아질 거라 했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그저께 전남 순천에서는 또 다른 동물학대 정황이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동물자유연대가 공개한 영상에는 대형견이 나무에 목이 묶인 채 의자 위에 간신히 서 있습니다.

동물보호법 제2조에 따르면 동물 학대란 동물을 대상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불필요하거나 피할 수 있는 신체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입니다. 또 굶주림, 질병 등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게을리하거나 방치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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