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인기척] "3년 만에 대면하나 했는데"…혼란의 대학가, 개강 한달 맞은 지금은?
입력 2022-04-03 15:56  | 수정 2022-04-03 17:52
서울특별시 동작구 흑석동에 위치한 중앙대학교 전경. / 사진 = MBN
3년 만인 '대면수업'에 들뜨기도
대학별 강의 원칙…'대면·비대면' 모두 제각각

오미크론 정점…연일 수십만 확진에 '혼란'
학생들 "학습권·수업권 침해 심각"
확진되니 '나가라'…기숙사생 쫓겨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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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이 3년 만에 '대면 수업'을 확대했습니다. 교육부가 '오미크론 대응 2022학년도 1학기 방역 및 학사 운영방안'을 통해 '대면 수업'을 원칙으로 학사 일정을 진행하라고 권고한 데 따른 것입니다.

다만, 오미크론이 지나치게 빠른 속도록 확산하자 원격수업 전환이 가능하도록 지침을 바꾸기도 했는데요. 개강 한 달을 맞은 대학가 풍경이 지금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봤습니다.


대학별 강의 원칙, '대면·비대면' 모두 제각각

서울특별시 동작구 흑석동에 위치한 대학가의 사진. / 사진 = MBN

대학별로 강의 원칙은 모두 제각각입니다.

대면 수업을 원칙으로 삼은 학교는 서울대·한양대 등이 있습니다. 서울대의 경우 지난 2021학년도 2학기부터 대학 기능 정상화를 위해 대면 수업을 권고했고, 한양대는 50명 이하인 수업의 경우 대면 수업이 필수입니다.

대면 수업에 조건을 붙인 학교들도 있습니다. 이화여대는 70명 미만, 경희대는 30명 미만, 중앙대는 40명 미만 수업인 경우 대면 수업을 원칙으로 합니다.

또 연세대·성균관대 등에선 한 수업에 날짜별로 대면·비대면을 섞는 '혼합형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공통적인 것은 대면수업이 원칙이라도 교수·강사 재량에 따라 비대면 수업도 병행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3년 만의 대면수업…우려 속 기대감도

중앙대학교 입학홍보대사 '카운슬러' 학생들이 개강 맞이 행사를 진행중이다. / 사진 = MBN

오미크론 확산세로 인한 우려는 여전하지만, 3년 만에 다시 시작된 대면수업으로 대학 신입생들 사이에는 활기가 도는 모습도 감지됩니다.

서울 소재 대학을 다니는 대학생 김동욱(24) 씨는 "군 휴학 후 고향인 부산에서 지내면서 비대면 수업을 듣게됐다"며 "(당시는) 사회와 단절된 느낌이었고 학습 효율도 떨어졌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코로나 이전만큼 대학가 분위기가 활기차지는 않지만 생기가 넘친다"며 "대면 수업에 긍정적"이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다른 학교에 재학중인 대학생 박준구(21) 씨도 대면 수업 전환은 불가피하다”며 대면 수업에 비해 비대면 수업의 교육 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개인적으로 교수님, 학우들과 직접적으로 교류하고 배우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대학가는 확실히 비대면 시기와 비교도 안되게 활기가 넘치는 모습이다”라며 주변 상권 역시 다시 활성화된 것 같다”고 했습니다.


대학가 앞 식당과 카페도 ‘대면 수업 확대를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학교 앞 카페를 운영하는 서동욱(51)씨는 예년과 같은 수준은 아니지만 활력이 넘친다”며 저로써는 요즘 너무 신이 난다”고 말했습니다.

서 씨는 지난 2012년부터 이 곳에서 영업을 해왔지만 코로나 발생 직후 직격탄을 맞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코로나가 터지고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하면서 매출이 반토막도 아니고 4분의 1토막이 났다”며 다행히 지금은 매출도 다시 회복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오미크론 확산세 여전…대면↔비대면 '혼란'

서울특별시 동작구 흑석동에 위치한 대학가의 모습. / 사진 = MBN

문제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세가 여전하다는 것입니다. 3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23만 4301명입니다.

대학가도 비상입니다. 오미크론에 감염된 학생들이 폭발적으로 늘었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30일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개강 4주차인 지난달 22일~28일 사이 전국 대학교 462곳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학생은 2만 323명, 교직원은 3071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지난해 전체 대학생 확진자 3만 7839명의 약 53.6%에 해당하는 숫자입니다. 지난해 1년간 확진된 전체 대학생 숫자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인원이 고작 일주일 사이에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입니다.

일부 확진된 학생들은 대면 수업에 참여할 수 없게 되자, 비대면 수업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학생들의 요구에 대학 측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대면 수업을 원칙으로 하던 수업들은 일부 동영상 강의로 대체하거나 실시간 수업 '줌(zoom)'을 이용한 수업으로 변경했습니다.

수업 전날 밤 급하게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전환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서울 소재 대학교에 재학중인 대학생 이(24) 모 씨는 다음날로 예정됐던 대면 수업을 준비하다 교수로부터 긴급 설문조사를 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확진자가 많아져 수업에 참여할 수 없는 인원이 늘어나자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하려는 것이었습니다.

해당 수업 담당 교수는 공지를 통해 "전날쯤 수업 공지를 통해 "코로나 때문에 계속 수업에 못 온다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잠시 수업을 비대면으로 전환하자는 요청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렇다고 수업을 2주씩 빠질 수는 없지 않느냐"며 "줌(zoom)을 통해 비대면으로 수업을 진행하면 어떨까"라고 덧붙였습니다.

대학 교수가 밀접접촉자로 분류되거나 확진된 사례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대학생 김 모 씨(24)는 교수로부터 "코로나19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내일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받으러 간다"며 "다음주 수업은 영상 강의로 업로드해드리겠다"는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교수는 메시지에서 대면수업을 어렵게 시작했는데 저도 실망감이 크다”고도 했습니다.


"학습권·수업권 침해 심각"

서울특별시 서대문구에 위치한 대학가의 모습. /사진 = MBN

대학가 오미크론 확산세로 인한 가장 큰 문제로 학생들은 ‘학습권 침해를 꼽았습니다. 대면 수업을 수강하는 와중에 확진되면 제대로 수업을 들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일부 교수는 확진된 학생들을 위해 대면 수업 중 카메라를 설치해 ‘줌(zoom)을 이용한 실시간 강의도 함께 진행했지만,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불만이 나옵니다.

대학생 윤(25) 모 씨는 확진된 학생들은 줌으로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하는데 소리도 안 들리고 화면도 잘 안보인다”며 사실상 학습권 보장이 어려운 환경”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자치 공간 부족도 지적했습니다. 비대면과 대면수업이 곧바로 이어지는 경우, 교내에서 비대면 수업을 들을 공간이 마땅치 않다는 것입니다. 가령,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수업은 대면이고 3시부터 5시까지 수업은 비대면인 경우, 강의실은 방역을 이유로 닫혀 있고 카페는 자리가 없어 길바닥에서 수업을 들어야 할 지경이라는 것입니다.

서울권 대학에 재학 중인 윤 모 씨는 학교 측에서 일부 자치 공간만 개방하고 있다”며 학생들의 수업권을 보장하려면 이를 적극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확진되니 '나가라'…쫓겨나는 기숙사생들

서울특별시 서대문구에 위치한 대학가의 모습. / 사진 = MBN

대학 기숙사에 거주하다 확진된 학생들에 대한 관리도 미흡합니다. 일부 대학에서는 적절한 대처 없이 학생을 기숙사에서 내보내면서 학생들 사이에 불만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서울권의 한 주요 대학에 재학 중인 A 씨는 지난달 12일 PCR 검사를 받고 다음날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를 학교 측에 알리자 "기숙사에서 나가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당시 A 씨는 학교 측이 마련한 기숙사 격리 동에 머물렀는데, 이는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온 뒤 PCR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임시로 머무는 곳일 뿐 7일 격리는 자택에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경남 창원이 본가인 A 씨는 결국 KTX를 이용해 자택으로 향했습니다. 학교 측의 미숙한 대응으로 추가 감염 확산의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장기간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된 것입니다. A 씨는 "보건소에 사정을 이야기하니 원래는 그러면 안 된다고 하더라"며 "가장 억울한 건 주말에도 확진자가 생기는데 기숙사 행정실이 주말에는 업무를 안 한다는 것"이라며 학사행정 공백을 비판했습니다.

학교 측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확진자가 너무 많아 방역 방침 수정은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일부 대학에서는 자체적으로 층별 격리동을 마련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별 역량차이로 인한 방역 우려가 극심하다는 지적입니다.

교육부는 대학 기숙사생들의 격리 문제와 관련해 지자체에 확진된 학생들을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다만, 연일 수십만 명 규모의 확진자가 쏟아지는 상황에 실효성 있는 조치가 될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이지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hhy12204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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