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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주식 포커스] '농기계 테슬라' 디어 한달새 20% 상승
입력 2022-03-28 17:12  | 수정 2022-03-28 19:18
세계 농기계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이자 브랜드 '존디어'를 운영하는 디어앤드컴퍼니가 뉴욕증시에서 순항하고 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디어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0.98% 오른 436.4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한 달간 디어 주가는 약 21.23% 급등했다.
디어 주가가 오른 것은 최근 폭등한 곡물 가격 때문이다. 농업기계 수요는 곡물 가격과 높은 상관관계를 갖는다. 곡물값이 오르면 농업 사업자들의 수익성이 좋아지고 작황 개선을 위한 노후 농기계 교체나 재배 면적 확대에 필요한 신규 기계 장비 구매 수요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옥수수와 대두 가격은 크게 올랐다. 디어의 핵심 시장인 미국은 옥수수 1위, 대두 2위 생산국이다. 옥수수 5월 선물 가격은 올해 약 26.41% 상승했고 대두 5월 선물 가격은 약 26.49% 올랐다. 최근 곡물 가격은 공급 제한과 수요 증가 양쪽 측면의 영향을 받아 크게 상승했다. 이상기후로 인한 남미 지역 작황 악화, 중국 내 가축 사료 수요 증가, 바이오연료 수요 증가 등이 곡물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기름을 부었다. 전 세계 비료 생산의 20%를 차지하는 러시아가 수출 제한 조치를 받으며 비료값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계열사 그린마켓에 따르면 25일 기준 주간 비료가격지수는 1270.4였다. 지난 1월 말과 비교해 두 달 만에 56.51% 폭등했다. 비료 가격마저 오르자 곡물값은 더 치솟았다.

이렇게 오른 곡물 가격은 농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키움증권 분석에 따르면 옥수수의 부셸(곡물 무게 단위)당 가격은 2021년부터 올해까지 평균 5.5달러 이상으로 유지될 전망이다. 옥수수 수요 증가로 가격이 상승했던 2020년(4.5달러)보다 높다.
지성진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농가의 수익성은 2010~2011년 호황기 수준으로 급격하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수익성 개선으로 농업 사업자들의 장비 구입 수요와 투자 재원도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반대로 보조금 수령을 통해 겨우 손익분기점을 유지했던 2013~2014년엔 낮은 수익성으로 장비 수요가 감소했고 실제 투자도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디어는 빅데이터·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을 더한 농기계를 선보이며 '농기계 테슬라'라는 애칭을 얻었다. 2017년 빅데이터·인공지능(AI) 기업 블루리버테크놀로지를 인수한 뒤 농업 생산성 향상을 위해 각종 농업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통해 농장 자동화 기술 등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올해 열린 CES 2022에선 자율주행 트랙터를 선보이기도 했다. 수익성이 개선된 농가에서 이를 본격 도입하면 디어의 실적은 더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
주가는 2020년 하반기부터 120% 이상 상승했지만 디어의 밸류에이션(기업 평가가치)은 아주 비싼 수준이 아니다. 키움증권 분석에 따르면 디어의 향후 12개월간 이익으로 계산한 주가수익비율(PER)은 16.3배 수준으로 2016~2017년 당시 기록했던 평균 PER 23배보다 낮은 수준이다. 또 2020~2021회계연도 기간 순이익도 117.2% 증가해 주가와 비슷한 상승률을 기록했다. 실체 없는 기대감이 아닌 실제 이익 증가에 기반한 주가 상승이라는 분석이다.
[이종화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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