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생방송 시위' 러 언론인 벌금형 판결…"침묵 지켰던 것이 부끄럽다"
입력 2022-03-16 10:09  | 수정 2022-03-16 10:15
15일(현지시간) 법정 밖으로 나와 인터뷰하는 마리아 오브샤니코바. / 사진 = 연합뉴스
러시아 시위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 받고 풀려나
젤렌스키, 나빌니 등 지지 밝혀…마크롱은 '망명' 제안

러시아 TV 생방송 도중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돌발 시위를 벌였던 언론인이 "수년간 크렘린궁의 선전을 위해 일해오면서 침묵을 지켰던 것이 부끄럽다"며 시위 이유를 고백했습니다.

15일(현지시간) dpa통신∙월스트리트저널(WSJ)∙가디언 등에 따르면 전날 러시아 국영 채널1 TV 편집자 마리아 오브샤니코바(44)는 시위 직후 공개한 영상에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범죄"며 "우리 힘으로만 이를(전쟁을) 멈출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시위하러 가자. 겁먹지 마라. 그들은 우리를 전부 체포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오브샤니코바는 "러시아인을 좀비로 만드는 것을 묵인했던 게 부끄럽다"며 "우리는 이런 비인도적 정권을 목도하면서도 잠자코 있었다"고 후회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아버지는 우크라이나인이고 어머니는 러시아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오브샤니코바는 전날 시위 직후 체포돼 연락이 닿지 않아 많은 이들의 우려를 샀습니다. 그는 이튿날 저녁에서야 법정에 모습을 보였습니다.

14일(현지시간) 러시아 채널1 저녁 생방송 뉴스 도중 앵커 뒤에서 반전 팻말을 들고 등장한 오브샤니코바. / 사진 = 연합뉴스

그는 14시간 넘는 신문을 받은 뒤 러시아 시위법 위반 혐의로 3만 루블, 약 33만 원의 벌금형을 받고 풀려났습니다.

법원 밖으로 나온 오브샤니코바는 "내 인생에서 매우 힘든 날들이었다"며 "거의 이틀 동안 잠을 못 잤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심문 과정에서 가족 등 주변 사람과 연락하거나 법적 도움을 받는 게 차단됐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변호인 측은 이 벌금형은 생방송 시위 때문이 아니라 후속 영상에서 당국의 사전 허가 없이 반전 움직임을 촉구한 데 따른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만약 생방송 시위에 대한 혐의도 인정되면 처벌이 커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날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연방수사위원회는 오브샤니코바가 러시아군에 대한 허위 정보를 유포했는지와 관련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변호인 측은 오브샤니코바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추가 기소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일각에선 이대로 사건이 마무리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습니다.

오브샤니코바의 시위 이후 그에게 지지를 보내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오브샤니코바와 함께 진실을 전달하는 모든 러시아인에게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 야권 인사인 알렉세이 나발니의 보좌관은 전날 트위터를 통해 "오브샤니코바를 대신해 기꺼이 벌금을 내겠다"며 지지의 뜻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대사관 보호나 망명 등을 통해 (오브샤니코바를) 보호하는 외교적 노력을 시작할 것"이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이를 제안해보겠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러시아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오브샤니코바를 '훌리건' 같다고 비난했습니다.

가디언에 따르면 오브샤니코바의 시위 이후 일부 언론인은 해당 방송사를 그만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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