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한은 "과도한 빚,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 높아"
입력 2022-03-10 00:58 

코로나19 사태 이후 과도한 빚이 실물경제 성장 속도에 비해 급격히 불어나면서 금융위기로 번질수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최근 우리나라 금융 사이클의 상황·특징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와 기업 신용을 합친 '실질 민간신용'을 금융 사이클의 지표로 삼아 1980년 1분기부터 2021년 3분기까지 측정한 결과 현재 금융 사이클은 1980년대 이후 7번째 확장기에 진입했다.
금융사이클은 금융자산의 속성, 경제 주체들의 위험추구 성향, 담보가치에 의존하는 대출의 특성 등이 상호작용하면서 나타나는 금융 변수들의 종합적인 순환변동을 뜻한다. 금융사이클의 진폭이 크면 그만큼 금융 위기에 취약해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한 시점의 실질 민간신용과 장기추세 사이의 격차를 뜻하는 '실질신용갭률'의 경우 지난해 3분기 5.1%를 기록했다. 이는 과거 신용카드 사태(2002년 4분기 3.4%)와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4분기 4.9%)보다도 높은 수치다.
실질신용갭은 가계와 기업의 신용이 장기 추세치에 비해 얼마나 더 많이 혹은 적게 공급 됐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실질신용갭률이 5.1%에 달한다는 의미는 가계와 기업 장기 평균 신용이 100이라면 지난해 3분기에는 105.1이었다는 것. 신용이 장기 추세치보다 5.1% 더 많다는 것으로, 한국은행은 그만큼 가계와 기업의 부채가 많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이후 금융 사이클과 실물경제 사이클의 괴리 현상도 커졌다.
민간신용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비율이 2019년 4분기부터 2021년 4분기까지 2년동안 26.5%포인트 올랐다. 이는 외환위기(1997년 2분기∼1999년 1분기·+13.4%포인트), 신용카드 사태(2001년 4분기∼2002년 4분기·+8.9%포인트), 글로벌 금융위기(2007년 4분기∼2009년 3분기·+21.6%포인트) 등 과거 경제위기 당시 증가 폭을 웃도는 수치다.
이와 함께 1980년 이후 금융 사이클과 주택가격 사이클은 강한 동조 관계를 보였고, 과거 주택가격 급등기(2005년 전후)와 마찬가지로 최근에도 두 사이클 모두 강한 상승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 같은 흐름을 보였던 금융 사이클과 기준금리 사이클의 경우, 코로나19 사태 이후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역(逆)동조 관계로 바뀌었다.
최근 금융 사이클과 실물경제 사이클이 따로 움직이는 가운데 경기 하강에 대응한 기준금리 인하가 신용 증가로 이어졌기 때문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이정연 한은 금융안정국 관리총괄팀장은 "민간 신용의 총량이나 증가율이 과거 위기 당시보다 높은 수준에 있다"며 "그래서 지금 당장 위기 상태라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 사례로 미뤄 이런 상태에서 대내외 충격이 발생하면 위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던 만큼, 현재 우리 금융이 그만큼 위기에 취약하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이런 취약성을 줄일 수 있는 정책의 필요성이 커졌고, 향후 금융 사이클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계신용 잔액은 1862조1000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7.8% 증가했다. 가계신용은 일반가정이 금융기관에서 대출(가계대출)을 받거나 외상으로 물품을 구입한 대금(판매신용)을 더한 금액이다. 가계대출은 1755조8000억원, 판매신용은 106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보통 경제규모 성장과 함께 가계 빚 규모는 늘어나지만 문제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지난해 가계신용 증가액은 역대 두 번째로 많았고, GDP(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104.2%, 2021년 6월)은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말과 비교해 10.8%포인트 급등했다. 이는 세계 주요국 가운데 최고 수준의 상승률이다.
[류영상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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