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전세계 제재에 러시아 '패닉'…"ATM기 텅텅 비었다…버스도 못 타"
입력 2022-03-02 09:01  | 수정 2022-03-02 09:10
한 러시아 시민이 스베르반크 은행 ATM기에서 인출된 현금을 들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대중교통 결제 시스템 일부 중단…구글페이·애플페이 모두 제재
러, 외국인투자자 자국 내 자산 회수 제한

국제사회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강화하면서 러시아 국민의 타격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28일(현지시각)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주말 이후 러시아 곳곳의 현금인출기(ATM) 근처에는 현금을 찾으려는 인파가 몰렸습니다. 루블화를 가진 러시아인들이 조금이라도 더 많은 달러를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루블화는 서방의 제재 이후 가치가 사상 최저로 폭락했습니다.

예금 인출 수요가 몰리며 주요 은행의 연쇄 파산(뱅크런)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습니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한 ATM기를 이용하려던 20대 시민은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그는 "ATM기가 텅 비었다"며 "이러다 우리가 북한이나 이란처럼 될까 봐 두렵다"고 BBC에 전했습니다. 러시아 사회가 큰 혼란에 빠진 것입니다.

또 다른 시민도 "지금 러시아를 떠날 수 있다면 당장 떠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중앙은행이 루블 급락을 방어하기 위해 기준 금리를 9.5%에서 20.0%포인트로 10.5%포인트 인상했다"며 "은행 빚으로 집을 산 사람들은 갚아야 할 돈이 대폭 늘었다"고 속상한 마음을 토로했습니다.


현재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대응 조치로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배제하고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화보유액을 동결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상당수의 러시아인들은 대중교통 이용에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중적으로 이용하는 결제시스템인 구글페이, 애플페이 등도 연관 은행이 제재를 받으면서 더 이상 사용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러시아 피터스버그 지역 주민들이 28일(현지시간) 달러와 유로를 인출하기 위해 현금자동인출기(ATM) 앞에 줄지어 서있다. / 사진=AP

러시아 대중교통부는 28일 제재 대상이 된 국영 VTB 은행 문제로 버스, 지하철, 트램 요금 결제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공지했습니다.

모스크바의 컨설팅업체 대표인 크리스 위퍼는 BBC 방송에 "무역 제한과 통화 가치 폭락으로 물건값 상승이 예상돼 일부 식료품점에서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제재는 결론적으로 보통 러시아인들에게 타격을 주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당초 러시아는 서방의 경제 제재에도 상당 기간 버틸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러시아가 6300억 달러(약 758조원)를 보유한 세계 5위 외환보유국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그러나 상당수 자금은 서방국가의 중앙은행이나 상업은행에 있어 꺼내쓰기 어려운데다, 중립국 스위스마저 대러 제재에 동참하며 자금경색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가운데 국제금융협회(IFF)는 러시아가 달러 채권에 대한 디폴트(채무상황 불이행)를 선언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국가 부도가 실현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러시아는 지난 1일,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외국인투자자의 자국 내 자산 회수를 제한하는 극단적 조치를 취하기로 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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