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세종기자실록] 공정위가 조건부 승인했지만…초대형 국적항공사 탄생 가능할까?
입력 2022-02-23 09:11  | 수정 2022-02-23 09:25
인천국제공항 활주로 위에 있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모습 / 사진 = 연합뉴스
전원회의 심의 전에 열린 공정위의 '이례적 브리핑'
최초로 구조적·행태적 병행 조치 부과, 부작용 우려

#공정위, 조건부로 대한항공-아시아나 결합 승인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2일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 결합을 조건부 승인하기로 최종 결론내렸습니다. 대한항공이 지난해 1월 아시아나의 주식 63.88%를 취득하는 기업결합 신고를 한 지 1년 만입니다.

공정위는 독과점 우려를 막기 위해 구조적 조치(앞으로 10년간 '이착륙 횟수'를 뜻하는 슬롯 34개와 '운항 권리'인 운수권 일부를 다른 항공사로 반납·이전하는 조치)와 행태적 조치(구조적 조치 시행 전까지 마일리지 통합, 운임 인상 제한, 서비스 품질 저하 금지 등 조치)를 병행 부과했습니다.

직접 브리핑에 참석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대형 항공사 간 기업 결합 사례이자, 구조적·행태적 시정 조치를 종합적으로 부과한 최초의 사례"라고 이번 사안을 평가했습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정부세종청사에서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합 심사결과를 발표하는 모습 / 사진 =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이례적 브리핑'…구체적 조치 두고 막판까지 논의

시간을 조금만 앞으로 돌려볼까요? 지난해 12월 29일, 공정위는 이미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 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할 것이라고 발표했었습니다. 그때는 '사실상' 조건부 승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었죠.

공정위가 대한항공-아시아나 결합과 관련해 최고의결기관인 전원회의를 개최한 것은 지난 9일입니다. 지난해 12월의 '예정 발표'는 전원회의 심의를 하기 전에 열린 상당히 '이례적인 브리핑'이었습니다. 보통 브리핑은 전원회의 심의 이후 결과가 나오고나서 열리기 때문입니다. 공정위는 당시 "국민적 관심이 많은 사건이고, 외국의 경우 심사 중간에 경쟁제한성 판단 기준 등을 공개한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내부 속사정을 잘 아는 한 공정위 관계자는 "전원회의장에서 '구조적 조치, 행태적 조치 이런 세세한 조건을 달기보다는, 항공업계 특수성과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차라리 승인 혹은 불승인으로만 결론내리는 것이 낫다'는 소수의견이 나왔다"며 "22일 발표 직전까지도 대한항공에 부과할 구조적, 행태적 조치의 구체적인 내용을 논의하기 위해 관계자들이 자주 모였다"고 말했습니다.

#전례없는 병행 조치의 부작용 가능성…해외 당국이 결국 관건

문제는 전례가 없는 구조적, 행태적 조치 병행 부과의 부작용 가능성입니다. 먼저 대한항공이 부과된 조치를 잘 이행하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향후 10년간 이행감시위원회가 존재하게 되는데 이것이 기업의 경영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또 이행감시위원회의 감시 결과, 서비스 품질 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다시 이를 논의하기 위해선 공정위 최고의결기관인 전원회의가 열려야합니다.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과 관련해 기존 전원회의에 참석했던 상임위원(위원장, 부위원장 등), 비상임위원 및 실무를 담당한 공정위 관계자들은 앞으로 인사 교체 등으로 '모두' 바뀌게됩니다. 이에 따라 향후 10년간 감시 업무의 연속성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을까란 우려도 나옵니다.

공정위는 대한항공, 아시아나가 반납한 노선을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이 가져가 항공업계 경쟁시스템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하지만 저비용항공사들이 수지타산 문제 등으로 국제선 중장거리 노선에 뛰어들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결국 외국항공사들에게 시장만 내어줄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대한항공-아시아나가 통합하게 되면 글로벌 순위 10위의 국적항공사가 탄생하게됩니다. 물론 공정위의 결론으로 9부 능선을 넘었을 뿐, 최종 합병 여부는 미국, 영국, EU, 호주 등 6개 해외 경쟁 당국의 판단에 달려있습니다. 이들 국가 중 단 1곳이라도 반대하게되면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은 '없던 일'이 됩니다. 특히 심사 조건이 까다로운 EU, 중복노선이 많은 중국이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안병욱 기자 obo@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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