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취[재]중진담 - 지하철 타기와 사람들, 시위에 나선 이유는? ②
입력 2022-02-18 14:53  | 수정 2022-05-19 15:05
서울교통공사 미디어실 보도팀 윤강재 대리와의 인터뷰
민원건수 약 1,400 건, 지연시간 약 900 분 이상
장애인 이동권 보장엔 '최선'…현실적 한계도 존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타기 시위에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는 곳은 단연 서울교통공사일 겁니다. 시위로 인한 안전 문제와 더불어 빠르게 확산하는 코로나19 집단 감염 우려도 높아 공사 직원들의 피로도가 높다고 합니다. 서울교통공사 미디어실 보도팀 윤강재 대리를 만나 최근 시위에 대한 현재 공사의 대처와 의견을 들어보았습니다.

"왜 막지 못하나", "너희도 공범 아니야?"

윤 대리는 두 달에 한 번 정도 간헐적으로 하던 지하철 타기 시위가 작년 12월을 기점으로 잦아졌다고 했습니다.
서울 지하철 내 전장연 시위 내역 (서울교통공사 집계 ~ 2.9)

이로 인해 시민 불편이 너무 커지자, 작년 12월 6일에는 혜화역의 엘리베이터를 단기적으로 막고 대신 불편한 시민들을 직접 안내하기로 결정한 적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엄청난 항의에 직면했고 국가인권위원회에까지 진정이 되자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기자회견 (전장연 제공)

시민들은 공사에 "왜 저지하지 못하냐", "너희도 공범 아니냐"라며 항의를 해오지만 공사는 이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 밖에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전동 휠체어에 손을 대는 순간 활동가분들이 민원을 제기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제지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라 했습니다. 또, 인권적인 측면의 문제도 걸려있어 경찰들도 대처하는 게 매우 힘든 상황이라 전했습니다.

달라진 시위의 흐름…지하철은 시위의 '수단'으로

지난해 12월 22일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교통약자법) 개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소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전장연은 이날 "환영한다"라는 성명서를 냈지만, 특별교통수단(장애인 콜택시) 운영비에 대한 기획재정부 예산반영 의무안은 임의조항으로 통과되었다며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윤 대리에 따르면 이후 전장연 측은 이러한 임의조항을 포함해 탈시설과 기타 장애인 권리 보장을 위한 예산을 요구하며 지하철 타기 시위를 지속해오고 있다고 했습니다.

장애인 혐오로 변질될까 "우려"

윤 대리 개인적으로도 '장애인 이동권 보장'이라는 목표에 대해서는 당연히 달성해야 할 목표라는 데 공감하고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공사에 빗발치는 민원을 들을 때나 인터넷에 달리는 댓글들을 보면 이제는 무서운 느낌이 든다고 합니다. 또, 시민 불편이 너무 크다 보니 일반인들의 장애인 혐오를 가져오는 상황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도 했습니다.
초반 혜화역 시위가 있고 나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에 힘써야 한다는 기사들은 꾸준히 있었는데, 이후 다른 장애인 관련 주장이 확대되며 시위가 격화되는 상황에 대한 지적을 하는 기사들이 많지 않아 아쉽다고도 했습니다.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만 물리적으로 힘든 부분도 존재

'1역사 1동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 지하철역에는 교통약자가 누구의 도움 없이 지하철을 탈 수 있는 최소 하나의 동선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2년 2월 기준 1역사 1동선 확보율은 93.6%입니다. 윤 대리는 지금 1역사 1동선을 실현시킬 수 없는 곳이 딱 세 곳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1호선 신설동역, 5호선 까치산역, 6호선 대흥역입니다.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려면 공간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역 내 기계실이라든지 사유지를 건드릴 수밖에 없는 곳들이라고 했습니다. 땅을 사려면 돈이 있어야 하고 만약 돈이 있더라도 주인이 땅을 팔지 않으면 공사가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오이도역 엘리베이터

기술의 발전으로 엘리베이터 설치가 가능해진 역이 5호선 상일동역이라고 말했습니다. 상일동역 같은 경우에는 승강장이 매우 좁아 기존 규정으로는 엘리베이터 설치가 불가능한 지역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국토교통부를 설득해 규정을 수정했고 작은 엘리베이터를 개발해 현재 설치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까지 엘리베이터가 단 하나도 설치되지 않은 곳은 7호선 남구로역 뿐이라고 윤 대리는 말했습니다. 하지만, 공사는 이곳 역시 올해 첫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예정이고 2024년까지 지하철 1~8호선 전 역사에 서울시 예산 약 650억 원을 투입해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윤 대리는 장애인 이동권과 관련해서 공사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으니 함께 사는 사회를 위해 상호 존중을 부탁한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시위로 인한 민원만 '수천 건'…공사 업무 '마비'

지난 11일 매경미디어센터에서 대선후보 2차 TV 토론회가 있던 날 아침, 혜화역 승강장에서 현장을 지키고 있던 지하철 보안관 A 씨를 만났습니다. A 씨는 현재 교통공사 관내 무질서 예방과 단속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현재 전장연의 지하철 타기 시위와 관련해서는 직접적인 질서유지 업무를 현장에서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하철 보안관 A 씨와의 인터뷰


돌발적인 충돌 대처가 가장 힘들어

"본인들의 요구사항을 쟁취하기 위해 정당한 시위 활동을 하는 건 좋지만, 철도 시설에서 법으로 금지된 행위를 하는 건 옳지 못 하죠." 철도안전법 제48조 제9호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승강용 출입문의 개폐를 방해하여 열차 운행에 지장을 주는 행위 등에 대해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A 씨는 시위를 대처할 때 가장 힘든 부분으로 전장연과 시민들 간의 돌발적인 충돌이라 말했습니다. 또한 시민들의 항의로 공사 업무가 마비될 뿐만 아니라 직접 전장연과 면담을 해도 "요구사항을 만족시키기 전까지 받아들일 의사가 없다."라는 답변만 돌아오니 중간에서 조율이 굉장히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한 부처에서만 해결하기는 어려워보여"

A 씨에게 이 상황이 해결되려면 어떤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보았습니다. A 씨는 이 문제와 연관된 기관‧단체들이 다 같이 나서지 않는 이상 해결하긴 힘들 것이라 말했습니다. 예산 관련해서는 기획재정부, 입법과 관련된 경우에는 국회 혹은 대통령 후보들, 이외 국토교통부, 보건복지부 등 다양한 정부부처가 관련되어 있으니 어느 한 부처가 해결하기는 어렵지 않겠냐고 대답했습니다.
A 씨는 이날 오후 5시에 또 충무로역에서 시위가 있어 아마 다시 나와야 할 것 같다고 말하며 짧은 인터뷰를 마치고 다시 지하철에 올랐습니다.

[이시열 기자 / easy10@mbn.co.kr]

'취[재]중진담'에서는 MBN 사건팀 기자들이 방송으로 전하지 못했거나 전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들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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