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건강
[인기척] 아름다워지고 싶은 '마음의 병'…청소년 위협하는 '식이장애'
입력 2022-02-08 12:30  | 수정 2022-05-09 13:05
식이장애(기사 내용과 무관한 참고 이미지). /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코리아.
음식을 거부하는 '거식증'과 음식 섭취를 자제하지 못하는 '폭식증'
뼈 보이는 마른 몸 원하는 청소년 '프로아나족' 증가
바탕에는 심리적 문제…치료도 오래 걸려
가족·주변 지인들의 정서적 지지와 이해 필요
[인]턴[기]자가 [척]하니 알려드립니다! '인기척'은 평소에 궁금했던 점을 인턴기자가 직접 체험해보고 척! 하니 알려드리는 MBN 인턴기자들의 코너입니다!


운동과 체력관리, 적절한 식단 조절을 통한 다이어트를 새해 목표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강한 다이어트는 신체와 정신에 도움이 되지만, 과도하면 식이장애 등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국내 식이장애 환자 수 매년 증가

식이장애는 정신적인 문제로 인해 음식 섭취에 장애가 생기는 질환입니다. 흔히 거식증으로 알려져 있는 신경성 식욕부진증과 폭식증으로 불리는 신경성 대식증이 대표적입니다. 거식증은 음식을 심각할 정도로 거부하는 장애로 구토와 같은 신체적 증상이 동반됩니다. 기존 체중 혹은 정상 체중에서 20% 가까이 체중이 줄기도 합니다. 

폭식증은 스스로 음식 섭취를 조절하지 못해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음식을 먹는 증상을 나타냅니다. 자제력을 잃고 음식을 먹다 이를 깨닫고 구토를 유발하는 보상행동을 취하는 제거형과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 비제거형으로 나뉩니다. 또 거식증과 폭식증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비정상적인 식사 행동이나 체중에 대한 집착 등도 식이장애의 범주에 포함됩니다.

국내 식이장애 환자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0년 국민관심질병통계에 따르면 식이 장애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2016년 2702명이었던 식이장애 환자는 2020년 4280명으로 5년 사이 약 63% 증가했습니다. 의료기관에 방문해 진단을 받은 환자만을 기준으로 통계를 작성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증상을 겪는 사람의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단어 그대로 '장애'인 식이장애…치료·회복 장기간 소요

올해로 27살이 된 A 씨는 자신이 식이장애라는 것을 깨달은 지 5년이 지난 작년에서야 큰 고비를 넘겼습니다. 하지만 아직 100% 극복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고백합니다. A 씨는 (식이장애를 겪기 전) 다른 이유로 우울증이 생겼는데, 그때 살이 많이 빠졌다. 살이 빠지고 나니까 ‘몸이 좋아졌다”며 그 당시 나에게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유일한 부분이 ‘몸뿐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다이어트. (기사 내용과 무관함 참고 이미지). /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코리아.

단어 그대로 ‘질병 및 장애에 속하는 식이장애는 신체적 회복과 함께 정신적 회복도 동반돼야 합니다. 장애를 겪은 기간이 길수록 정상적인 식생활로 돌아오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A 씨는 식이장애는 한 번 시작되면 굉장히 오래 치료를 받는다. 그렇게 되면 식이장애 전의 나의 식생활이 어땠는지 잊어버린다”며 지금도 고등학교 때, 20대 초반에 어떻게 밥을 먹었었는지 잘 모르겠다”고 고백했습니다. 이어 (식이장애 치료를 통해) 아기 때처럼 먹는 습관을 처음부터 다시 잡아야 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심인보 미아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식이장애는 발생 원인과 환자 개개인의 특성이 모두 다르다고 설명합니다. 원인 중 하나인 우울증이나 낮은 자존감 자체를 극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심 원장은 환자들마다 성별과 생리 주기, 직업적 특성, 다양한 대인관계와 지지체계, 평소 식이 습관과 생활패턴 등이 모두 다르다”라며 원인이 다양한 만큼 치료 접근방법과 목표가 다 다르기 때문에 치료가 간단하지는 않다”고 전했습니다. 덧붙여 (식이장애를) 바로 극복할 수 있거나, (식이장애가) 의지가 부족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체중감량을 넘어 '뼈말라족' 되고 싶은 청소년들

더욱 문제는 최근 성장기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식이장애 경험이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된 '프로아나'족(族)은 단순한 다이어트를 넘어 뼈가 보일 때까지 마른 몸매를 원하는 이들을 말합니다.

'프로아나'는 찬성을 뜻하는 ‘Pro-‘와 거식증 ‘Anorexia의 ‘Ana를 합쳐 만들어진 신조어입니다. 이들은 식이장애를 겪는 와중에도 거식증을 치료하지 않거나, 폭식증을 겪으며 몸무게가 늘었던 이들이 단식을 하고 거식증을 앓기도 합니다. 무리한 체중 감량에 나서는 것입니다.


이들은 식이장애로 인한 마른 몸을 스스로 소셜미디어(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하며 자신을 '프로아나'라고 직접 소개합니다. 그들이 살을 빼는 방법은 극단적입니다. 기존에 폭식증이 있던 경우엔 이른바 ‘먹토(먹고 토하기)나 ‘먹뱉(먹고 뱉기) 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섭취한 음식이 체지방으로 가지 않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단식도 비일비재합니다. 체중을 감량하는 행위를 ‘조인다라고 표현하며 다른 프로아나족들과 함께 감량 과정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트위터에 공유된 ‘프로아나 관련 게시글의 작성자는 대부분 청소년기 여학생이었습니다. 실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최근 5년간 국내 거식증 환자 8417명의 정보를 분석한 결과 전체 환자 중 10대 여성 청소년이 1208명(14.4%)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이들은 고등학생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가는 다리에 팔은 팔꿈치 뼈가 드러날 정도로 야위었습니다. 이미 마른 몸에서 살을 더 빼겠다는 의지를 다지기도 합니다.

심 원장은 이 같은 극단적인 체중감량에 대해 극단적인 거식 행위는 성장과 건강에 큰 장애를 일으키기 때문에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극단적인 식이 제한은 빈혈과 탈모, 감염성 질환에 취약한 면역력을 갖게 합니다.

더욱이 청소년기에는 뇌성장이 이뤄지고 급격한 호르몬의 변화가 이뤄지는 만큼 성격적 문제, 강박장애, 우울증 등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여성 청소년의 경우 영양 불균형으로 인해 호르몬이 불안정해지고, 이로 인해 생리불순과 난소질환 등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만연한 '외모지상주의'…다이어트가 자학으로

외모와 몸매를 가꿔야한다는 외부 자극이 다이어트를 넘어 식이장애로 변질되는 경우가 상당수입니다.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산업, 각종 콘텐츠에서 늘씬하고 탄탄한 몸매가 이상적인 것으로 그려지면서 자아정체성이나 주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미성년 청소년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입니다.



심 원장은 (청소년기는) 자아정체성이 확립되지 전이기 때문에 주변 친구들이나 동경하는 연예인들의 체형을 따라 할 수 밖에 없다”며 또래와의 ‘유대감 형성을 중요시 여기는 청소년들이 다이어트와 외모지상주의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청소년들은 미디어에서 보이는 마른 몸매를 자기 조절과 자기 통제의 결과물로 인식하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마른 체형을 추구하게 되며, 이를 직접적인 교우관계, SNS 등을 통해 드러내고 서로 따라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한순간 극복은 어려워…문제 인식이 첫 번째

정상적인 식생활로 돌아오기까지 수 년이 걸린 A 씨처럼 식이장애는 치료를 시작하고 한순간에 호전되기가 어렵습니다. 정신건강을 회복할 필요가 있는 만큼 폭식·거식과 같은 행위가 환자 본인의 몸에 무리가 된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부터가 치료의 시작입니다.
 
심 원장은 식이장애 환자들은 그 무엇보다 마른 체형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며 식이장애는 환자가 문제를 부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먼저 문제를 인식하고 확인하는 단계가 첫 번째”라고 설명했습니다.


치료는 주로 상담을 통한 심리 치료를 바탕으로 합니다. 경우에 따라 약물 치료, 식사 치료가 병행되기도 합니다. 식사 치료는 음식에 대한 자제력을 기르거나, 음식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는 등의 방법으로 이뤄집니다.
 
심리 치료가 바탕인 만큼 환자 주변 사람들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A 씨는 "폭식 충동이 들 때마다 친구와 전화를 하며 그 순간을 넘기기도 했다"고 말합니다. 심 원장은 가족들이 환자에게 여유와 인정을 제공해 줘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식이장애는 부모가 아이를 잘못 키워서 생긴 것도 아니며, 사춘기의 철없는 일탈행동도 아니다”라며 과도한 죄책감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서로 존중하며 식이장애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점을 인정해 줘야 한다. 충분히 시간을 갖고 식습관을 개선할 수 있는 여유를 주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안지윤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0527am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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