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세종기자실록]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부처만 6곳…"1호만 되지 않길"
입력 2022-02-03 16:36  | 수정 2022-02-03 17:45
총 6개 부처가 관련된 중대재해처벌법 / 사진 =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캡쳐
한 법에 이렇게 많은 부처가 관련된 경우는 이례적
세부적 내용과 지침은 사고가 일어나야만 알 수 있어

#법 관련 부처만 6곳? "급하게 만든 법"

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 달 27일부터 시행됐습니다. 인명피해가 발생할 경우 관련 책임이 있는 사업주, 경영책임자 그리고 공무원, 법인까지 형사처벌하고 수십억 원의 벌금을 물도록 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법제처 사이트에 들어가서 법을 찾아보면 법 명칭 아래 관련 행정부처와 담당부서 전화번호가 나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법무부, 환경부,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까지 총 6개 부처가 관련되어있습니다. 한 법에 이렇게 많은 부처가 관련된 경우는 이례적입니다.

중대산업재해는 고용노동부가, 중대시민재해 중 원료 또는 제조물 관련 재해는 환경부와 산자부가, 중대시민재해 중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 관련 재해는 국토교통부가 담당하기 때문입니다.

세부적인 내용에 따라 담당 부처가 다른건데, 저와 통화한 한 행정부처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은 번갯불에 콩 볶듯 급하게 만든 법"이라며 "안전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가 정작 법 관련 부처에서 빠져있는 건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현장도 혼란 "어느 누구도 정확한 설명 못 해"

그만큼 현장도 혼란스럽습니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등 디지털 기술을 도입해 시설 유지 보수를 하고, 안전 보건 담당자를 외부 전문가 중에서 발탁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모르는 것 투성이입니다.

건설 중인 철도역사에서 사고가 났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안타깝게도 일하던 근로자와 지나가던 시민이 다쳐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10명 이상 나왔습니다.

이 사고를 중대산업재해로 봐야할까요? 아니면 중대시민재해로 봐야할까요? 또 이 사고를 담당하는 부처는 고용노동부일까요? 아니면 국토교통부일까요? 혹은 둘 다 일까요? 형사처벌과 벌금은 중복되서 적용될까요?

저와 만난 철도 업계 관계자는 "가상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안전 사고를 대비하고 있지만 구체적 의문은 계속된다"며 "정부 부처도 그렇고 어느 누구도 명확하게 설명해주는 곳이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습니다.

#"1호만 되지 말자" 초기 혼란 불가피

경기도 양주시 삼표산업 채석장 붕괴 사고 현장검증 모습 / 사진 = 연합뉴스11

결국 건설, 항공, 철도, 항만, 에너지 등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이 되는 업계에는 '세부적 내용과 지침은 사고가 일어나야만 알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있습니다.

지난달 29일 경기 양주시 삼표산업 채석장 토사 붕괴 사고가 일어나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는데 수사 결과가 하나의 지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이 "법 시행 후 판례들이 쌓여 가면서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좀 더 가시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처럼, 시행 초기의 혼란스러운 상황은 어쩔 수 없는 상황입니다.

법을 지켜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보다는 시범 케이스가 되고 모두의 관심을 받을 '중대재해법 위반 1호만 되지 말자'는 분위기가 팽배한 현재입니다.

[ 안병욱 기자 / obo@mbn.co.kr ]

※[세종기자실록] 행정수도 세종시에 있는 행정부처와 관련 산하기관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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